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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점검

LG유플-LGD, 부동산 매매로 본 계열사 '우회지원'

토지·건물 등 자산효율화 진행, SK·한화 등도 부동산 통해 계열사 지원

원충희 기자  2024-05-02 14:13:2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LG유플러스가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립을 위해 계열사 LG디스플레이의 부동산을 매입한다. 인수가격은 1000억원 정도로 재정적 이슈를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게 유동성 온기를 나눠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딜이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계열사 우회지원은 SK, 한화 등 다른 그룹도 쓰던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0일 신규 하이퍼스케일급 IDC 설립을 위해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경기 파주시(월롱면 덕은리)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서버 10만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축구장 9개를 합친 크기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자산 활용성 제고를 위한 부동산 매매 목적이라고 알렸다. 매매가격은 1053억원, 오는 14일 거래를 종결한 뒤 LG유플러스가 LG디스플레이에 지급한다. 이는 지난달 26일 LG디스플레이가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힌 자산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는 계열사로부터 유동성 온기를 나눠받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수년간 이어진 적자로 인해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돈을 써 2019~2020년에 영업적자를 냈다.

2021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22~2023년 내리 또 적자를 냈다. 현금창출력을 떨어지면서 시설투자와 R&D 비용을 차입금으로 메운 탓에 레버리지 지표가 모두 안 좋아졌다. 다만 대주주인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고 지난 1분기 중 유상증자(1조3000억원)를 통해 숨통이 텄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307.7%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말 278.5%로, 순차입금 비율은 152.4%에서 144.6%로 개선됐다. 다만 현금성자산인 3조2250억원인데 반해 단기차입금과 매입채무 등 연내 정리해야 할 부채가 10조2870억원이라 아직은 유동성이 모자란 편이다. 게다가 올해도 2조원 규모의 시설투자가 예정돼 있다.

LG유플러스는 그에 비해 사정이 좋다. 운전자본 부담과 시설투자 증가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 순유출(-)2493억원을 기록했으나 단말기할부채권 등을 유동화한 자금조달 여력, AA 신용등급에 근거한 자본시장 접근성 등이 LG디스플레이보다 월등하다.


부동산 거래를 통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방식은 주요 대기업들이 간혹 쓰기도 했다.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수처리시설을 SK리츠에 넘기고 1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하루 20만톤 이상의 물이 사용되는 만큼 필수적인 수처리센터를 외부에 매각하는 것보다 계열사에 파는 게 경영적 측면에서 좋았다.

앞서 2013년에는 한화생명이 서울 소공동 한화빌딩 토지 및 건물을 한화케미칼로부터 1255억원에 사들이면서 계열사 간 대규모 자산 이동이 이뤄졌다. 2011년에도 한화케미칼로부터 장교동 한화빌딩을 총 395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한화케미칼은 6000억원이 넘는 돈을 태양광 등에 투자하면서 자금력을 끌어 모으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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