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밸류 리빌딩 점검

저평가 고심 깊어진 국도화학, 문제는 거버넌스

①"IR 정례화 등 주가 관리 노력 중"…이사회 견제 역할 '물음표'

김소라 기자  2024-05-02 08:03:50

편집자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가 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1배 아래면 시가총액이 순자산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영 성과, 재무 건전성,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망라한 성적표인 주가가 기업가치와 동떨어진 평가를 받는다면 CFO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PBR 1배 잣대만을 가지고 주가 저평가를 재단하는 건 단편적 분석이다. 주가와 순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뜯어봐야 적정 기업가치 산출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더벨은 저(低) PBR 기업의 재무상황, 사업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현황, 주주 친화 활동 등을 살펴 이들을 재조명한다.
에폭시 수지 생산업체 '국도화학'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도 기업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되는 탓이다. 밸류에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반면 기업가치는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러 제반 요인 중 하나로 지배구조(거버넌스) 이슈가 꼽힌다. 국도화학은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이달 기준 최대주주 지분 보유분이 30% 남짓한 상황에서 경영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국의 상장사 지배구조 평가 모범 규준 등과 배치되는 요소가 여럿 있는 만큼 향후 거버넌스 측면의 개선 활동이 요구된다.

국도화학은 밸류에이션 관리를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설명회(IR) 관련 제반 업무를 전략기획 그룹에서 도맡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재경팀에서 해당 업무를 도맡아 했으나 비즈니스 측면의 소통 및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능동적 공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이를 전략 그룹으로 이관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매분기 영업 성과에 대한 IR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해 처음 도입, 정례화했다.

국도화학 관계자는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주가 부양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고 단순히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보니 실제적으로 여러 주주 환원 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단계다"며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서 올초 정기 주주 총회에서 공식적으로는 거의 처음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만년 PBR 1배 미만, ROE 상승도 '무색'


국도화학이 기업가치 면에서 고심하는 것은 만년 저평가 상태인 탓이다. 주요 투자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국도화학 연결 PBR은 0.4~0.8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기간 매년 영업 이익을 냈고 매출액이 완만히 상승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업 경쟁력이 밸류에이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동기간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48배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이는 주당순이익(EPS)이 내려앉은 영향이다. 1년 새 약 90% 하락했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수인 EPS 값이 크게 빠지며 PER이 뛰어오른 그림이다. 이는 수익성이 약화됐다는 점에서 더욱 좋지 못한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영업 성과가 크게 부각됐을 시기에도 비슷한 상황은 연출됐다. 이는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던 2021년이다. 당해 국도화학은 연결 ROE가 약 24%까지 올랐다. 직전년도 대비 18%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당시 전세계적인 에폭시 수지 공급 물량 부족 사태로 판매 단가가 급등한 영향이 주효했다. 평년대비 마진을 넉넉히 남긴 덕에 결과적으로 순익을 약 5배 더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도화학 PER과 PBR은 각각 2.8배, 0.6배에 머물렀다. 거래량이 뛰어오르는 등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으나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쳤다.

◇CEO·의장 겸업 구조, 소위원회는 전무


보다 근본적인 터닝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거버넌스 차원의 변화다. 한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산운용사 등 관련 상품을 다루는 금융권 얘기를 들어 보면 밸류에이션 이슈는 결국 지배구조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사회를 통한 지배가 아닌 개인이 좌우하는 경영이 문제라는 것"이라 꼬집었다.

오너 중심 경영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국내 대표 상장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구인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의 이사회 운영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는 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임사외이사(lead outside director)를 선임토록 권고하고 있다. 국도화학은 현재 오너이자 CEO인 이시창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도 상법상 규정을 최소한으로 지키고 있다. 상법상 상장 법인은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9명의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는 3명이다. 최소 기준(2.25명)을 맞췄다. 이사회 내 별도 소위원회도 부재하다. 한국ESG기준원에서 권고하는 사외이사만 독립적으로 참여하는 별도 사외이사 회의가 개최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이시창 회장은 보수를 넉넉히 수령하며 눈길을 끈다. 총 10억9400만원을 받았다. 세부 내역을 보면 상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롯이 근로에 따른 급여로만 이를 수령했다. 이는 직전 사업연도인 2022년(11억5000만원) 대비 약 5% 감소한 금액이다. 다만 지난해 국도화학 당기순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약 10배 급감한 것을 고려하면 감액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