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교체됐다. 3년여간 곳간지기를 맡았던 박위근 이사가 그룹 CFO실로 이동하면서 연쇄 인사가 이뤄졌다. 최근 지주사 이랜드월드 재무부담 증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 하락 등 그룹의 재무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인적쇄신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김홍준 본부장을 신임 CFO로 선임했다. 김 본부장은 1982년생으로 2014년 이랜드리테일 영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이랜드리테일 CFO실, 그룹 CFO 자금팀 등을 거쳤다.
이번 인사는 기존 CFO인 박위근 이사의 계열사 이동에 따른 조치다. 박 이사는 이랜드월드 자금팀장을 거쳐 이월드 CFO, 이랜드리테일 CFO를 역임한 인물로 그룹에서 신임을 얻고 있다. 박 이사는 최근 이랜드월드 CFO실로 이동해 고관주 이랜드월드 CFO를 보좌하게 됐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금융비용 증가로 진통을 앓고 있다. 2024년 말 별도기준 이랜드월드의 총차입금 규모는 1조1932억원으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부채총액의 증가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부채 성격의 변화다.
1년 사이 장기차입금 및 사채가 5511억원에서 4481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단기차입금 및 사채는 6668억원에서 8451억원으로 증가했다. 단기화된 차입구조는 차환 리스크를 수반하고 금융비용을 키워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실제 이랜드월드의 별도기준 금융비용은 2023년 867억원에서 2024년 1178억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674억원으로 절반 이상이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은 1553억원에서 209억원으로 86.6% 줄어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랜드리테일에서 성공적으로 차입구조 개선을 이뤄낸 박 이사를 이랜드월드 CFO실로 투입했다는 분석이다. 박 이사는 이랜드리테일 곳간지기로서 차입금 규모 축소 및 만기구조 장기화에 주력해 성과를 냈다.
이랜드리테일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23년 말 2조458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371억원으로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유동 차입금이 1조3149억원에서 5032억원으로 줄었고 대신 장기차입금이 4636억원에서 1조3095억원으로 증가했다.
박 이사는 이랜드월드에서 고관주 CFO와 호흡을 맞추면서 금융비용 감축 및 차입구조 장기화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7월 신임 CFO로 그룹 재무통인 고관주 전무를 선임한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 등급 조정 내역(출처=한국기업평가)
박 이사의 후임자인 김 본부장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지속된 실적부진과 과중한 재무부담, 제한적인 개선여력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랜드리테일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649억원,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0.4%, 41.9% 감소했다. 김 본부장은 저수익 점포 정리, 고정비 감축 등을 통해 수익성 및 레버리지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새롭게 CFO를 맡게 된 김홍준 본부장은 CFO실에 오랜 기간 근무하며 재무 역량을 쌓은 인물"이라며 "기존 박위근 CFO는 월드 CFO실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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