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투자 효율화 전략을 이어간다. 주력인 카메라 모듈 생산능력(캐파)이 충분한 만큼 기존 생산라인 고도화, 원가절감 가속화 등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신성장동력 투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28일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사업부가 3411억원의 신규시설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목적에는 신모델 대응 및 경쟁력 향상으로 명시했다.
최근 LG이노텍은 자본적 지출(CAPEX)을 줄여가는 추세다. 2023년 1조8000억원, 2024년 7000억원, 2025년(3분기 누적) 4000억원으로 감소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 투자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다.
해당 사업부는 2020년대 들어 투자 금액을 조단위까지 늘렸다가 2024년부터 대폭 낮추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2차례에 걸쳐 7500억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면 올해는 3000억원대 중반에 그쳤다. 2022년 2조7000억원, 2023년 1조3000억원 내외를 결의한 것과 대비된다.
표면적으로는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캐파가 어느 정도 확보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1~2023년의 경우 일본, 중국 경쟁사가 각자의 이유로 애플 공급망 내 입지가 좁아진 사이 LG이노텍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시기다. 사실상 LG이노텍이 독과점할 정도로 압도적인 위상을 갖추게 된 구간이다. 이때 연이은 대형 투자로 캐파도 대거 향상됐다.
이 기간 LG이노텍도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몸집이 급격하게 커졌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전방 수요가 감소한 데다 애플이 협력사 다변화를 추진한 점이다. 출하량 자체가 축소한 상황에서 애플마저 중국 코웰전자 등으로 물량을 분배하자 LG이노텍도 예년 대비 힘든 처지에 놓였다.
실제로 작년에는 성수기인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하면서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이에 LG이노텍은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광학솔루션사업부 CAPEX가 1~2년간 수천억원씩 감소한 배경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LG이노텍은 현금흐름을 개선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췄다. 2023년 137.5%에서 올 3분기 말 114.1%까지 떨어졌다.
수익성 저하를 예견한 LG이노텍은 선제적으로 베트남 투자에 나선 바 있다. 2021~2023년 CAPEX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친 요소이기도 하다. 올 9월부터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내 3공장(V3)을 운영 중이다. 2016년 1공장(V1), 2018년 2공장(V2)에 이어 7년 만에 신규 라인 가동이다.
캐파가 큰 폭으로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이원화다. 국내 프리미엄, 베트남 레거시 카메라 모듈 양산 체제를 갖춰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다.
LG이노텍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다.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 성능을 꾸준히 향상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폴더블폰도 출시한다. 상위 모델을 대응하는 구미사업장 등에도 일부 시설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3411억원의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애플이 가변조리개 등 신기술을 탑재하면 LG이노텍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만큼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베트남 공장으로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새 먹거리로 낙점한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차량용 부품 등 투자도 불가피하다. 광학솔루션사업부에서 줄인 비용의 일부를 융통해야 하는 구조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LG이노텍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기존 CFO인 박지환 전무는 LG전자로 향하고 LG디스플레이 회계담당인 경은국 전무가 대신한다. 당분간 대외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경 전무 체제에서도 동일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