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식품이 본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에도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부담과 설비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현금흐름이 다소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태제과의 작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FCF는 -56억원이었다. 2023년 174억원, 2024년 318억원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현금흐름이 둔화한 모습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자본적지출(CAPEX) 확대다. 해태제과는 같은 기간 총영업현금흐름(OCF) 474억원을 창출하며 본업에서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산공장 물류창고 증축 등에 245억원의 CAPEX를 집행하며 유입된 현금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다. 해태제과는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해 2024년 8월부터 총 258억원 규모의 물류창고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FCF 마이너스 전환의 또 다른 요인은 운전자본 증가다. 작년 3분기 해태제과의 운전자본 투자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219억원이었다. 특히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묶인 현금만 85억원이었다. 이는 주원료인 카카오 가격 급등과 맞물린 영향이 크다.
2023년 1kg당 평균 6433원이던 수입 초코류 매입 단가는 2024년 1만8279원으로 급등했다. 작년 3분기에는 1만9404원까지 상승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때문이었다. 해태제과는 원가 상승 리스크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원재료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재고 및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자회사 빨라쪼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수혈도 계속됐다. 빨라쪼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기록해왔다. 작년 3분기에도 6억원의 적자를 냈다. 해태제과는 빨라쪼 운영 지원을 위해 같은 기간 2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FCF 적자 전환 등으로 해태제과의 총차입금은 전년 말(2195억원) 대비 소폭 증가한 225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차입금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54.1%(1223억원)다.
그러나 해태제과의 재무적 완충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작년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 12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사용 여신한도는 730억원 규모다. 연간 700억~800억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꾸준히 창출되고 있다. 홈런볼과 오예스, 허니버터칩 등 장수 브랜드가 실적 안전판이다. 제과시장 특성상 수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영업현금흐름 자체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11%대의 양호한 EBITDA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해태제과가 작년 말 아산공장 물류 인프라 증설을 마무리한 만큼 현금흐름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원재료 가격 변동과 환율 수준은 현금흐름의 변수다. 초콜릿 원료 등 일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강달러 환경이 이어질 경우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환율 변동과 원재료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과업의 경우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물류비와 원재료 수입 단가를 높여 전반적인 원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외에도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판촉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현금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태제과 측은 "동종업계간 광고·진열에 대한 경쟁이 높은 편으로 매출 경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