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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지주사 요건 점검

크라운해태홀딩스, 자산 정체...불명확한 넥스트 스텝

④지주사 전환 후 자산 3500억 규모 유지, 보수적인 투자 활동...자회사 관리 집중

박규석 기자  2023-04-20 15:55:19

편집자주

중소 지주사들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존속 여부를 두고 주판을 튕기고 있다.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과 같은 세제 혜택 등이 희석되고 있어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남을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주사를 유지하더라도 오는 2027년 6월까지 상향된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잔존한다. THE CFO가 중소 지주사들의 공정거래법 요건 충족 여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향후 자산 관리 전략을 점검해본다.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자산총액이 지주사 전환 이후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자산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향후 계획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존립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산 규모 3500억 정체 배경은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옛 크라운제과에서 분할되며 설립됐다. 옛 크라운제과는 2016년 10월 지주사 전환계획을 발표했고 이듬해 3월 식품사업부문을 신설 법인인 크라운제과에 맡겼다. 존속법인이었던 옛 크라운제과는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하며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지주사 전환 직후인 2017년 말 기준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자산총액은 3551억원 규모로 전년 5704억원 대비 34% 감소했다. 해태제과와의 분할을 통해 설립된 만큼 자산의 축소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산 증대 등의 과제도 공존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재무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자산을 늘려야 하는 배경에는 2017년 7월 단행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의 시행이 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주사의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 상향 이전에 지주사 설립과 전환을 마친 기업에 한해서는 2027년 6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동시에 시행령 개정 후에도 지주사로 남을지 여부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입장에서는 정해진 기간 내 자산을 늘려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벗어나야 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아니더라도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는 지주사업은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지배구조상의 변화와 같은 부담은 없는 상황이었다.

과거의 이력을 볼 때 크라운해태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지위를 내려놓지도 않았지만 관련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에 지주사 제외신청을 별도로 하지 않은 가운데 자산을 늘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자산규모는 2022년 말 기준 3392억원이다. 2017년 이후 3500억원 내외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회사채 발행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자본의 증가로 이어지는 이익잉여금의 증감 역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사실상 지주사 전환 이후 보인 자산의 변화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자연 증가 또는 감소 수준이었던 셈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현재까지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존립 여부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예기간이 4년 넘게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향후 계획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회사 관리에 집중된 지주사 역할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자산 변화가 크지 않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투자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주사 차원에서 그룹의 미래 사업 발굴 등을 위한 지분 투자 등이 활발했다면 외부 조달을 통한 자산의 증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 활동에 관한 내용은 과거 지주사 전환이 완료됐을 때 회사 차원에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크라운해태홀딩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해태제과를 비롯한 자회사 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이후 자회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 더불어 신사업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투자, 식품 또는 이종산업 기업의 지분 투자 등에서도 눈에 띄는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2022년 말 기준 타법인 출자 현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초취득일 기준으로 2017년 이후 진행된 투자 내역을 살펴봤을 때 크라운제과 지분 취득이 전부다. 이마저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 취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투자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계열사들의 신규 투자와 경영 효율성, 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회사 관리'에 집중했다는 입장이다. 지주사의 역할에는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체제 확립과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 경영위험의 분산 등도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지주사인 만큼 계열사의 사업 방향 설정 등을 위한 경영적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며 "과거 해태제과식품의 빙과부문 매각과 신공장 건립, 크라운제과 생산시설 신축 등도 계열사 단독 결정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고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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