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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지주사 요건 점검

지주사 존속의 '득과 실' 경계선

①세제 혜택 희석 등 유인책 축소, 공정위 행위제한 규제는 여전히 부담

박규석 기자  2023-04-13 09:01:19

편집자주

중소 지주사들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존속 여부를 두고 주판을 튕기고 있다.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과 같은 세제 혜택 등이 희석되고 있어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남을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주사를 유지하더라도 오는 2027년 6월까지 상향된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잔존한다. THE CFO가 중소 지주사들의 공정거래법 요건 충족 여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향후 자산 관리 전략을 점검해본다.
지주사 체제는 과거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우려해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기업의 형태다. 이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줄곧 유지됐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한 개혁과 구조조정의 촉진,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2003년 3월 대기업 집단 중 LG그룹이 최초로 ㈜LG를 순수지주회사로 출범시켰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 지주사 체계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주사 체제는 지난 2017년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의 시행으로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개정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준 상향 이전에 지주사 설립과 전환을 마친 기업에 한해서는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자산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소 지주사는 시행령 개정 후에도 지주사로 남을지 여부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4년이나 남았는데...고민하는 중소 지주사들

개정안 시행 이전에 지주사 전환을 마친 중소 지주사의 경우 오는 2027년 6월까지 상향된 자산 기준을 맞춰야 현재와 같은 지위가 유지된다. 아울러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 또한 자산총액의 50%(일명 지주비율)이상이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중소 지주사는 총 66곳이다. 이는 전체 지주사의 40% 수준이다. 향후 4년 내 자산 기준을 맞춰야하는 지주사가 10곳 중 4곳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평균 자산총액은 2897억원 규모다.

앞으로 남은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자산 규모 자체의 확대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기업별로 차이는 존재할 수는 있지만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주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계열사 배당금 수익 증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의 요건을 맞추기 위한 중소 지주사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 평가다. 앞으로 남은 유예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산의 증가 등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개정안 시행일을 전후로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크라운해태홀딩스와 매일홀딩스, 피에이치씨 등은 자산의 증감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크라운해태홀딩스와 매일홀딩스의 경우 3500억원 규모에 머물고 있고 피에이치씨는 4500억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기준을 전체 중소 지주사로 확대하더라도 이러한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를 유지할 경우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수 있어 기업들이 기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과도 관련이 깊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 지주사에 해당되는 내용은 '국내자회사 배당금 이중과세 조정 합리화' 부분이다. 당시 기재부는 국제 기준에 맞추어 법인의 이중과세 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세제 적용 기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가 받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인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에 대한 요건을 일반 회사와 동일하게 변경했다. 과거에는 지주사와 일반회사, 상장사와 비상상사 등 기업형태와 지분율에 따라 익금불산입률을 차등 적용했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기업형태 구분 없이 지분율에 따라서만 적용하도록 변경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으로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가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공정위가 관장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행위제한 규제만 부각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행위제한 규제와 지주사 적용 제외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와 소속회사(자회사, 손자회사)는 공정위로부터 행위제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행위 제한은 크게 부채비율 200% 이내 유지와 비계열회사 지분 5% 초과 소유 금지, 금융회사 지배금지, 자회사 외의 계열회사 주식 소유 금지 등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사업연도 종료 후 4개월 이내에 지주사와 소속회사 등의 사업내용에 관한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사업내용에는 지주사 등의 일반현황과 재무현황이 담긴다.

행위제한 규제는 대주주가 피라미드형 출자 구조를 활용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행위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다만 이러한 규제는 현재 중소 지주사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세제 혜택 등은 줄었지만 공정위의 규제는 여전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 지주사 입장에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줄어든 이점 속에서도 공정위의 규제를 감내하며 유예기간 동안 자산을 늘리거나 혹은 지주사 적용 제외 신고를 통해 해당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중소 지주사는 개정 시행령 시행 이후 공정위에 지주사 제외 신고를 한 경우에 신고한 날부터 지주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지주사 행위제한 규제에서 벗어나게 될 경우 기업 M&A와 같은 투자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이 생긴다. 계열사를 활용한 기업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를 할 때 피인수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야한다. 반면 관련 규제가 없을 경우 지분 100% 모두 소유해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세제 등이 일부 축소되기는 했지만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기 위한 유인책은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사례로는 현물출자로 지주사 전환 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 시까지 이연해주는 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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