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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남양유업 vs 매일유업

'배당 개근'에도 움직이지 않는 투심, 원인은

⑤[주주환원]남양 13년째 '주당 1000원' 배당 유지, 매일유업 상장 후 IR 공시 전무

서지민 기자  2023-10-17 15:34:2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해마다 배당을 실시하는 배당 ‘개근’ 기업임에도 시장에서 그다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빙그레 등 동종 기업과 비교할 때 주식 거래량이 저조하고 증권사 리포트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가공 산업의 성장성 둔화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일수록 IR 전략의 중요성이 커진다. 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IR 활동과 주주환원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기업은 주주친화 정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일유업은 상장 이후 기업설명회 개최 공시가 전무하고, 남양유업은 별도의 IR 조직을 두지 않고 재경부문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민연금·행동주의 공세에도 저배당 정책 고수

남양유업은 우수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과소한 현금배당으로 ‘짠물배당’ 기업으로 불려 왔다. 2003년 결산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850원에서 900원으로 올렸고, 2004년에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올렸다.

2010년 배당금을 1주당 1000원으로 올린 후 13년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정책에서 우위를 갖는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50원 많은 1050원을 받는다. 현금배당총액은 약 8억5500만원으로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수차례 주주행동주의의 목표물이 됐다. 2012년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현금배당을 1주당 2만5000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을 2016년 대화 대상기업, 2017년 비공개중점관리기업, 이어 2018년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며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남양유업은 확고한 지배력을 기반으로 이러한 제안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인 홍원식 회장의 지분율은 51.68%로 부인 등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53.08%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과반이 넘어 배당을 늘릴 경우 오너가가 누릴 수 있는 이득이 상당함에도 저배당을 고수했다.

남양유업이 짠물배당을 고수한 배경에는 1999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무차입경영 기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식품기업으로서 무차입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자금유출을 피해야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업계 특성상 고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위기대응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여러 배당정책 중 안정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등으로 유출되지 않은 순이익은 자본총계를 구성하는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이동해 누적된다. 적자 전환으로 순손실이 쌓이기 전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은 거의 1조원에 달했다.

남양유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당금은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급될 예정이고 재무건전성이 향상되는 시점에 이를 제고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재무 조건으로 2012년도 영업이익 수준 달성을 제시했다. 당시 남양유업의 매출은 1조365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6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과 원재료 인상 등 극도로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 안정형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영업흑자 전환을 통해 주식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후 배당금 소폭 확대, 배당정책 여전히 베일 속

매일유업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매해 배당을 집행했다.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배당금을 조금씩 올렸음에도 배당률과 배당성향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2016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0% 증가하면서 결산배당금을 1주당 125원에서 250원으로 올렸다. 그럼에도 연결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인 배당성향이 7.81%, 배당수익률이 0.63%에 불과했다.

매일유업의 배당정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 매일홀딩스와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나뉘었다. 주력 사업 전문성 강화와 신사업 추진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적도 상승세를 탔다.

매일유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18년 583억원에서 2021년 74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1주당 배당금을 2018년 700원, 2019년 800원, 2021년 1200원으로 올렸다. 배당성향은 2018년 9.72%에서 2021년 11.95%로 상승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22년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주당 배당금을 줄이지 않고 유지했다는 점이다. 당기순이익 144억원 중 86억원을 배당금 지급에 사용하면서 연결기준 배당성향 60%를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배당성향 가이던스 등 배당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영활동, 잉여현금흐름, 과거 배당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배당규모를 결정하고 있다고 명시해둔 것이 전부다.

다만 지주사 매일홀딩스를 고려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총액을 유지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매일홀딩스의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로부터 얻는 경영자문 및 브랜드 수수료와 배당금이다.

특히 매일유업은 지주사의 주력 계열사로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매일홀딩스가 자회사들로부터 얻은 배당금 수익 35억원 중 29억원이 매일유업으로부터 나왔다. 매일유업의 배당 축소는 매일홀딩스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내부적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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