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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투자전략-②

②'오너 리스크' 남양유업 M&A 스토리

고진영 기자  2025-07-01 09:35:47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인수 배경: 남양유업 위기의 시작

2.1. 반복된 구설

2.2. 매각 기폭제, 불가리스 사태

2.3. 홍원식 회장의 매각선언

2.4.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

3. 900일의 전쟁

3.1. 돌연한 계약 파기

3.2. 한앤코의 반격

3.3. 본안 소송

     3.3.1. 1심·2심 “계약대로 이행하라”

     3.3.2. 한앤코의 최종 승리

4. 경영권 확보와 경영 정상화

4.1. 지배구조 개편과 집행임원제 도입

4.2. 오너 일가의 완전한 퇴진

4.3. ’볼트온’보다 ‘비용 축소’

4.4. 실적·재무, 정상화 청신호

4.5. 주주가치 제고, 이미지 쇄신

5. 남양유업 사례의 의미

최초 문서 작성일 : 2025년 7월 1일

1. 개요접기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어려운 기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하우스 성향이 돋보이는 곳이다. 남양유업 인수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케이스로 꼽힌다. 오너 리스크로 이미지와 실적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기업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 지리한 법정다툼을 김수하면서까지 경영권을 가져왔다.

사회적 물의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을 되려 기회삼아 투자처를 확보한 셈이다. 인수 이후 리스크의 근원인 오너를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도입해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한앤코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후 계약 이행을 거부하는 오너 일가를 상대로 2년 8개월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다. 전형적인 구조조정 딜을 넘어, 적대적 상황을 불사하고 목표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각인 시킨 사례다.

이 문서에서는 남양유업이 매물로 나오게 된 배경부터 홍원식 전 회장과의 분쟁이 시작된 이유, 한앤코가 경영권을 쟁취해 기업 정상화을 본격화한 전말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엿보이는 투자전략을 분석한다.

2. 인수 배경: 남양유업 위기의 시작접기


한앤코가 남양유업 인수에 나선 것은 이 회사에 수년간 쌓인 리스크가 한계점에 달한 때였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고 재무적 부실까지 계속됐다. 남양유업의 위기는 한앤코에게 역설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

2.1. 반복된 구설접기


남양유업은 1964년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한때 서울우유 다음으로 국내 유가공업계 2위까지 올라 시장을 선도했으며 국내 최초로 아기용 분유를 생산하기도 했다. '불가리스’, '맛있는 우유 GT', ‘프렌치카페', ‘아인슈타인 우유’, ‘초코에몽’, ‘아이엠마더 분유’ 등이 대표적인 히트제품이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끊임없는 구설에 휘말린다. 특히 2013년 터진 ‘대리점 갑질 사태’가 여론의 비난에 불을 붙였다.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물품을 강매하는 소위 ‘밀어내기’ 관행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이 사건은 남양유업에 ‘갑질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이후에도 결혼과 출산들을 이유로 직원의 퇴직을 강제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하는 등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며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2013년 5월 9일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서울에서 열린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김웅 당시 대표와 임원진들이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스캔들도 비우호적인 시선에 기름을 부었다. 회사 측은 황 씨가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지분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했다.

2.2. 매각 기폭제, 불가리스 사태접기


누적된 리스크가 임계점을 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2021년 4월에 터진 ‘불가리스 사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남양유업 산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의 박종수 소장은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이 발표가 이뤄진 심포지엄의 대관료와 관련 연구비를 남양유업이 냈다.

발표가 이뤄지가 남양유업은 주가가 치솟고 거래량도 급증한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졌다. 임상시험 없이 섣부른 결론을 내려선 안된다는 비판을 전문가들이 줄줄이 내놨다. 발표 당일엔 오후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효과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남양유업이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고발과 동시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설상가상 주가 부양을 노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2.3. 홍원식 회장의 매각선언접기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2021년 5월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5분 남짓 사과문을 읽은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허리를 숙이고 있다.

단순한 사퇴를 넘어 사실상의 회사 매각 발표였다.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1964년 충남 천안에 회사를 세운 지 57년 만, 아들 홍원식 전 회장이 1977년 남양유업 기획실 부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지 44년 만의 일이다. 남양유업이 M&A 매물로 떠오르자 시장에선 다양한 추측이 오갔고, 이때 한앤코가 등장한다.

2.4.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접기


2021년 5월 27일, 한앤코는 홍원식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같은 해 7월 30일로 정해졌다. 신속하고 과감했던 결정이었다.

시장에선 ‘한앤코라 가능한 딜’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실적악화가 일시적이라곤 해도 적자기업에 베팅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2020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 9489억원, 영업손실 771억원을 기록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186억원을 손해봤다. 하지만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생산설비 등 본원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앤컴퍼니가 협의한 주당 거래가는 82만원이다. 계약체결 전날 종가(44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데다 불가리스 상태로 주가가 20만원대까지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앤코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후하게 쳐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2020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8600억원을 넘었고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114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유동성도 충분했다. EBITDA가 적자 상태였던 만큼 EBITDA 멀티플을 산출하는 것은 의미없지만 순자산가치보다는 싼 값에 사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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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900일의 전쟁접기



3.1. 돌연한 계약 파기접기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거래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다. 홍 전 회장 측은 거래 종결 예정일을 하루 앞둔 2021년 7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갑자기 미뤘다. 그리고 한 달 뒤인 9월 1일엔 홍 전 회장 측 법률대리인이 계약 해제를 공식 통보했다. M&A 역사에 전례를 찾기 힘든 ‘노쇼’로 주목받으면서 기나긴 법정 다툼의 막이 올랐다.

홍 전 회장 측이 내세웠던 계약 해지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SPA 체결 당시 구두로 약속했던 홍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예우를 한앤코가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는 홍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고문 위촉 및 예우 보장, 백미당 등 외식사업부의 매각대상 제외와 분사 등이 포함됐다. 둘째, M&A 자문 과정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 모두에게 자문을 제공한 것이 이해상충을 야기하는 '쌍방대리'에 해당하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법리적 주장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한앤코가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는 등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파탄시켰다고 주장했다.

3.2. 한앤코의 반격접기


한앤코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계약이행이 늦어지자 2021년 8월 23일 계약서대로 주식을 넘기라는 ‘주식양도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홍 전 회장 측이 보유 주식을 다른 곳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의 인용을 받아냈다.

당시 한앤코 측은 8월 3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매도인 측은 (주주총회 연기 이후) 당사의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며 “이 요구 사항은 ①계약상 근거나 언급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②상장회사의 53% 남짓한 지분을 매매하는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수도 없는 사안들이며 ③무엇보다, 지배구조 문제로 촉발된 절체절명의 위기 타개에 결정적 장애가 될 만한 성격의 무리한 요청들이라 판단하여 정중히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인 측이 부당한 요구들을 철회하지 않고 거래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위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회장 측은 한앤코의 입장 발표 이틀 뒤인 2021년 9월 1일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하루 전인 8월 31일까지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주식매매계약상 이때까지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홍 전 회장 측은 한앤코 측에 계약 불발의 책임이 있다며 31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또 미뤄졌던 임시주총을 9월 14일 개최했다. 이 주총에서 한앤코 측이 지명한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부결됐으며 한앤코 측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 역시 철회됐다. 남양유업은 한 달 뒤 임시주총을 열고 사내이사 등을 다시 선임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 임시주총을 앞두고 한앤코가 신청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홍 전 회장 측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이를 포함해 한앤코는 3차례의 가처분 신정을 냈고 법원은 이를 모두 인용했다.

3.3. 본안 소송접기



3.3.1. 1심·2심 “계약대로 이행하라”접기


2022년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한앤코가 홍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에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식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며 "'쌍방대리' 등에 따라 계약이 해지돼야 한다는 피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에서야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 사실을 알았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 전 회장 측 변호사에게 계약에 대한 대리권이 있었거나 실제로 대리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변호사가 홍 전 회장의 지시와 승인을 받고 업무를 진행했으며, 홍 정 회장이 끝까지 반대했더라면 계약서를 교환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홍 전 회장 측이 주장한 계약 해지 사유를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백미당 분사와 가족 예우 등 거래 선행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 등이다. 백미당과 관련해선 확약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오너일가에 대한 예우의 경우 계약 체결 전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긴 했으나 확약을 받은건 아니라고 봤다.

2심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차문호·이양희·김경애)는 2023년 2월 9일 “변론 종결 이후 홍 회장 측에서 변론을 재개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검토 결과 변론 재개 사유가 없었다”며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3.3.2. 한앤코의 최종 승리접기


두 번의 패소에도 홍 회장 측은 상고를 결정해 법적 다툼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2024년 1월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고(한앤코)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행위가 법이 금지하는 쌍방대리로 인정될 여지는 있다고 봤다. 다만 홍 회장이 사전 및 사후 쌍방대리에 동의했기 때문에 주식매매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영권 분쟁이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은 2세를 넘기지 못한 채 60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한앤코는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경영개선 계획을 세우겠다"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간 가처분 소송들과 하급심 소송들을 포함하면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주식양도에 관한 일곱번째 법원 판결로 한앤코의 ‘7전 7승’”이라며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4. 경영권 확보와 경영 정상화접기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한앤코는 마침내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2024년 1월 주식양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한앤코는 지분 52.6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미 오랜 분쟁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한앤코는 곧바로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최우선 과제는 오너 리스크의 근원을 제거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4.1. 지배구조 개편과 집행임원제 도입접기


2024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은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각각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렸다.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를 재구성한 뒤에는 김승언 경영지배인을 그대로 대표집행임원으로 발탁했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

김승언 대표는 홍원식 전 회장이 신임했던 인물이다.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진 3년 동안 대표이사 없는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왔다. 앞서 홍 전 회장 측은 2021년 10월 29일 임시주총에서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자 했지만 불발됐다. 한앤코가 신청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남양유업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당시 김 수석본부장이었던 김 대표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 이광범 전 대표가 현직에 있었지만 사임을 요청하고 직책과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김 대표를 경영지배인에 올랐을 당시 이사회 구성원이 홍 전 회장 관련 일가로 구성돼 있었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홍 전 회장 측 인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앤코가 대표를 집행임원에 선임한 데에는 당장의 큰 변화보다 남양유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을 집행임원으로 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앞서 한앤코가 2021년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한앤코 관계자는 "주요 결정은 집행임원과 이사회의 논의를 거치기 때문에 한앤코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집행임원제도 도입으로 실무진과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강화에도 힘쓰는 중이다.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출범시켜 초대 위원장으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이상욱 전무가 새로 신설된 준법경영실을 이끌고 있다.

4.2. 오너 일가의 완전한 퇴진접기


2024년 4월 22일 홍원식 전 회장의 두 자녀인 홍진석, 홍범석 상무이 임원진에서 사임했다. 그 전까지 홍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사내이사로서 경영혁신추진단장을, 홍범석 상무는 외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먼저 진행된 조직 개편에서 두 인물이 잔류하면서 당분간 변화보다 조직 안정에 힘을 실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결국 퇴장으로 결론난 셈이다. 이로써 오너 일가의 흔적은 모두 지워졌다.

4.3. ’볼트온’보다 ‘비용 축소’접기


새 주인을 맞은 한앤코는 볼트온(Bolt-On) 작업을 펼칠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비용구조 개선부터 우선했다. 남양유업은 12~13%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식음료 시장과 달리 유제품 시장은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면 일정 수준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인수합병(M&A)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식보다 비효율 자산을 정리해 군살을 빼는 쪽이 합리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먼저 외식사업 정리에 나섰다. 2001년 런칭했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를 포함해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의 매장을 2024년 철수하는 등 대부분 정리했다.

여기서 제외했던 백미당의 경우 따로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세웠다. 100% 자회사인 신설 법인 백미당아이앤씨(I&C)을 만들어 백미당이 영위 중인 사업을 현물출자, 운영 체제를 분리했다. 한앤코는 백미당을 남양유업 외식 브랜드로서 독립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매각 시 가치를 높일 전략적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4.4. 실적·재무, 정상화 청신호접기


빠르게 효과가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2024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분기 기준으로 흑자전환한 건 20분기 만이었다. 외식매장 철거 등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비용 등을 2분기에 모두 반영해 3분기 부담을 덜었다. 또 우유(맛있는우유GT), 가공유(초코에몽), 차(17차) 등 주력 제품을 강화하고 판매가 저조했던 품목은 과감하게 줄였다.

사업 재편과 포트폴리오 조정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4년 3분기 남양유업의 매출원가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각각 1901억원, 5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5.51%, 판매관리비는 11.26% 감소한 수치다.

불필요했던 무형자산 등을 처분한 것도 흑자전환 요소 중 하나로 분석됐다. 판관비 계정에는 무형자산상각비용이 포함됐는데 홍원식 전 회장의 회원권 관련이다. 홍 전 회장이 회사 자금으로 지출한 호텔 피트니스 클럽 연회비 등 일부 잉여자산을 처분했다.

남양유업은 2025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 흐름을 유지했다.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연결 매출 2156억원, 영업이익 7700만원, 당기순이익은 12억원을 냈다. 순손익의 경우 전년 동기 55억원 손실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 2025년 3월 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41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년 동기 마이너스 75억원이었던과 비교하면 크게 반등했다. 투자활동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선 322억원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이는 자기주식 취득(133억원)과 단기금융상품 매입(200억원) 등 전략적 자금 활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같은 시기 부채총계는 1080억원, 자본총계는 618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7.45%에 불과했다. 2024년 말(14.63%)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보수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4.5. 주주가치 제고, 이미지 쇄신접기


한앤코는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등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 도입했다. 남양유업은 2024년 6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63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또 2024년 10월엔 주주 유동성 확대를 위해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분의 1 규모인 500원으로 액면분할했다. 주당 가치를 높이고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경영 일선에 있을 때부터 행동주의에 나섰던 차파트너스는 한앤코의 이런 활동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5년 3월엔 브랜드 혁신을 본격화했다. 새로운 기업 CI와 슬로건 ‘건강한 시작’을선포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했다. CI 개편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설명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승언 대표는 “이번 개편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닌, 남양유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확대하는 과정”이라며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강조했다.
남양유업의 새로운 CI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B2B 영업 확대와 건강기능성 제품군 강화 등 새로운 전략에 집중한다면 본격적인 외형 성장세 전환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정체 상태였던 낙농기반 유제품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유의미한 반등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남양유업 사례의 의미접기


남양유업 M&A는 한앤코가 오너 리스크를 어떻게 가치창출의 기회로 전환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 가치를 짓누르는 근본 원인이 경영진 무능이나 산업 쇠퇴가 아닌 오너의 존재 자체에 있는 특수한 상황을 포착했다. 오너 리스크로 시장 가치가 훼손된 기업을 적극적으로 타깃팅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까지 불사한 케이스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만 확실하다면 소유 구조나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은 극복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한앤코의 성공적 엑시트가 이뤄진다면 사모펀드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 기업의 범위를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위기 기업을 인수, 비합리적인 오너의 배제로 가치를 창출하는 턴어라운드 투자의 가능성이다.
  • [1]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피해 가맹점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며 녹취록 파문 이후론 보복성 계약해지를 하기도 했다.
  • [2] 갑질 사태에 따라 김웅 남양유업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은 2013년 5월 9일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홍원식 회장이 등장하지 않아 사과에도 불구 제품 판매는 일제히 감소한다. 2012년만 해도 매출이 1조3650억원이었지만 2013년 매출이 1조원 밑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600억원대 흑자에서 77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 [3]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1849개 대리점 대부분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또는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하고 임의로 공급했다. 밀어낸 물량은 전체 대리점 공급량 대비 20~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정위는 2013년 7월 시정명령과 함께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과징금은 2015년 5억원으로 축소됐다. '구입 강제' 부분을 초과하는 나머지 과징금 119억원은 취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 [4] 2021년 4월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는 ‘원숭이 세포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불가리스 원유를 주입했더니 전체 바이러스의 77.8%가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발표자는 남양유업의 미등기 임원이라 더 논란이 됐다.
  • [5]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 [6] 이 사건으로 세종시는 남양유업에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영업정지에 따른 지역 낙농가와 대리점 피해를 고려해 과징금 8억2860만원으로 처벌을 축소했다 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2024년 11월 법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은 이광범 남양유업 전 대표와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현직 본부장급 임원 2명은 벌금 1000만원, 남양유업은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7] 홍원식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불가리스 사태뿐 아니라 2013년 있었던 밀어내기 갑질 논란,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사건, 매일유업 비장글 작성 사건 등을 모두 언급했다. 울먹이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8] 쌍방대리는 계약 당사자들의 법적대리인이 동일한 경우를 뜻하며 민법 124조에서 금지하고 있다.
  • [9] 입장문에서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 인수가격인 3107억원, 지분 100% 기준으론 5904억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근 10년간 지속된 매출 축소와 연속 6분기 동안의 영업손실(약 1000억원) 국면을 탈피하여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 및 영업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소요를 감안했다”며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남양유업의 5년 평균 EBITDA대비 약 12배 수준에 해당한다”고 주석을 통해 덧붙이기도 했다.
  • [10] 다만 당사자들이 합의로 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 [11] 위약벌은 채무이행을 위반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내는 벌금이다. 법원이 감액할 수 없다.
  • [12] 당시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상 거래종결일은 2021년 7월 30일 오전 10시로 확정됐고 채무자들의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어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채무자들(홍 전 회장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외식 사업부 분사, 일가 임원진들에 대한 예우 등이 계약 선행 조건으로서 채권자(한앤코 측)가 확약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13] ①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②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③계약이행금지 가처분 등을 포함해 세 차례다. 계약이행금지 가처분의 경우 대유위니아와의 계약이행을 저지하기 위한 신청이었다. 앞서 홍 전 회장 측은 법적 분쟁이 끝나면 남양유업 지분을 대유위니아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협약은 효력을 잃었다.
  • [14] 재판부는 “변호사의 법률자문이 피고(홍 전 회장)의 의사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피고가 주식매매 체결 여부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즉, 피고가 다른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았다면 계약체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주식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 [15] 홍원식 전 회장은 매각 중단 배경으로 아내인 이운경 고문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던 백미당 및 외식사업부의 분사, 남양유업 임원인 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예우 보장 등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었다. 반면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이 인수대가 협상에 집중했을뿐 애초에 해당 조건을 강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 [16] 홍원식 전 회장 측은 또 한앤코 측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부당한 경영 간섭 등을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 [17] 이후 자기주식 소각에 따라 2025년 6월 기준 지분율은 61.8%로 올랐다.
  • [18] 집행임원제는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위원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는 겸임할 수 없다.
  • [19] 애초 시장에선 한앤코가 새로운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한앤코가 인수 5년 만에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매각한 웅진식품을 인수했을 때에는 최승우 한앤코 전무로 대표를 변경한 전례가 있었다.
  • [20] △윤리경영 △고객중심 △일등품질 세 가지를 브랜드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원칙을 바로 세우며, 한층 건강해진 기업으로서 전 세대를 위한 가장 맛있고 건강한 제품을 선사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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