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30돌 맞은 예금보험공사

위기 막고 예금 지킨 30년, 금융안전망의 진화

①특별계정·예보채상환기금 종료 앞둔 전환기…김성식 사장 예보 역할 확대 시동

유정화 기자  2026-06-18 16:01:37

편집자주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 위기마다 금융 안전망 최전선에서 역할을 수행해온 예금보험공사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저축은행 특별계정 운영기한이 올해 말 종료되고 내년에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 시점이 도래하면서 예금보험제도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김성식 예보 사장이 최근 '국민의 금융 일상을 지키고 금융에 안정을 더하는 KDIC'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예금보험공사의 발자취와 공적자금 회수 성과, 금융안전망의 현재와 미래 과제 등을 짚어본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예금보험공사가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부실사태 과정에서 도입된 저축은행 특별계정과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 잇따라 종료를 앞두면서 예금보험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최근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 금융 일상을 지키고 금융에 안정을 더하는 KDIC'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부실회사 정리 등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던 예보가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안전망으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기 해결사로 존재감 키운 30년

예금보험공사 30주년 엠블럼 슬로건.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설립된 금융안전망 기관이다.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더라도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예보기금을 조성·운용하고 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한편 부실 금융회사 정리와 지원자금 회수 업무를 담당한다.

예보 설립은 금융자율화와 시장 개방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 1980년대 이후 금융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가 본격화됐지만 예금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1995년 영국 베어링스은행이 단 1파운드에 매각된 사건은 국내에서도 금융기관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예금보험제도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예금보험공사는 1995년 예금자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1996년 6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인력은 33명에 불과했다. 신생 기관이던 예보는 출범 1년여 만에 외환위기를 맞으며 곧바로 국가적 금융위기 대응의 중심에 서게 됐다.

1997년 말 종합금융회사들이 연쇄 영업정지되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 2000만원 한도 보호를 중단하고 2000년 말까지 모든 예금을 한시적으로 전액 보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예보는 예금 지급 보장과 금융회사 지원 업무를 맡았고 1998년부터 예금보험기금채권(예보채)을 발행해 금융권 구조조정을 뒷받침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예보의 역할은 이어졌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예보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사건으로 꼽힌다. 예보는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설치하고 가교저축은행 설립과 계약이전을 추진하며 예금자 보호와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했다.

위기 수습 과정에서 예보의 역할도 진화했다. 출범 초기에는 예금보험금 지급기관 성격이 강했지만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며 부실 금융회사 정리와 공적자금 회수, 리스크 관리 기능까지 수행하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에는 차등예금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기능도 강화했다.

최근에는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안전망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 사례는 2021년 도입된 착오송금 반환 지원제도다. 송금인의 실수로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예금보호한도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국민 자산 보호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위기 대응 넘어 금융안정 기능에 초점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진=예금보험공사
올 초 취임한 김성식 사장은 예보의 13대 수장이다.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판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며 금융·기업 관련 법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금융위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파산 절차,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법률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김 사장이 예금보험제도의 법적 안정성과 기금 건전성을 높일 적임자라고 봤다.

김 사장은 이달 초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 금융 일상을 지키고 금융에 안정을 더하는 KDIC'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안전망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착오송금 반환 지원제도와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임직원 수 및 부보예금 현황. /사진=예금보험공사

예보는 지난 30년 동안 13명의 수장을 거치며 조직 규모를 크게 키웠다. 임직원 수는 1996년 말 4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800명 수준으로 늘었다. 부보예금 규모는 1999년 623조7510억원에서 지난해 3259조5738억원으로 확대됐다. 보호 대상 금융상품 수도 같은 기간 2만4214개에서 4만4668개로 증가했다.

예보는 또 다른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저축은행 특별계정 운영기한이 종료되고 2027년에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 청산 시점을 맞는다.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라는 두 차례 금융위기 속에서 마련된 한시적 장치들이 역할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