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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회계 톺아보기

삼성SDI '차세대 전지' 자신감의 원천

지난해 연구개발비 총 8776억원…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아

김위수 기자  2022-04-28 17:00:29

편집자주

전자·ICT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삼성SDI의 사업전략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과 사뭇 다르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향상하고 있는 반면 삼성SDI는 투자집행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 삼성SDI가 보여주는 여유의 원천은 국내 배터리3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연구개발(R&D)이다.

삼성SDI가 지난해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총 8776억원이었다. 삼성SDI는 전지 사업과 전자재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자재료 사업과 관련한 연구개발비가 포함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금액이 전지 관련 연구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지난해 기준 80.8%에 달했고, 배터리 기술 '초격차'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비중을 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R&D가 진행되는 곳은 △전지 관련 연구를 시행하는 SDI연구소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 △중대형전지사업부 개발실 △전자재료사업부 개발실이다. 조직구성을 봐도 전지 관련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SDI가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금액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2017년 연구개발에 쏟은 금액은 5271억원이었는데 매년 700억~1000억원씩 늘어났다. 그 결과 4년간 삼성SDI의 연구개발비 상승폭은 66.5%에 달했다.

반대로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32%에서 지난해 6.5%로 1.82%포인트(p) 줄어들었다. 연구개발비가 점점 증가했지만, 삼성SDI의 매출이 이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하며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실제 삼성SDI의 매출은 지난 2017년 6조3215억원에서 지난해 13조5532억원으로 114.4% 상승했다.

심성SDI의 연구개발 지출 규모는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업체 중 가장 큰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총 6540억원이었다. 지난해 삼성SDI보다 매출은 31.7%가량 많았지만, 연구개발비는 더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SK온의 경우 상장하지 않아 연구개발비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가 2097억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들의 연구개발비가 합산된 점을 감안하면 삼성SDI와의 차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연구개발에 많은 금액을 쏟는 배경에는 '초격차'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이 목표하고 있는 회사의 방향은 기술 격차와 품질 경쟁력의 확보다. 무리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기술 리더십을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크다.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범) 라인을 착공에 나선점이 이를 보여준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는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내심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단숨에 시장 판도를 뒤집기를 원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비중을 나타내는 자산화율은 0%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실시할 때 제품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큰 경우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있는데, 전체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화된 금액의 비중을 개발비 자산화율이라고 한다. 삼성SDI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전액 비용처리했다.

개발비 자산화율로 R&D 성과를 측정하기도 하지만 100% 정확한 지표는 아니다. 기업에 따라 회계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 사용된 금액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향후 사업여건에 따라 상각돼 비용처리되거나 손상처리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 제조업 기업인 삼성전자, 삼성전기도 개발비 자산화율이 각각 0.009%, 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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