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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모니터

태광산업, 흥국화재 지분 할증해서 사는 이유는

법인세 과세 기준 적용, 종가에 20% 가산해 493억원에 인수

김형락 기자  2022-12-29 13: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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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는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캡티브 물량을 확대해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도 있고, 자산·자금 거래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계열사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치밀한 계산에 따라 움직여야 내부거래를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내부거래 현황과 전략을 조명한다.
태광산업이 그룹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으로 현금을 푼다. 흥국생명이 들고 있는 흥국화재 지분을 종가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법률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법인세 과세 기준으로 주식 매매 가격을 정했다.

태광산업 이사회는 지난 27일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 지분 19.5%(보통주 1270만7028주)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모두 흥국생명이 가지고 있던 흥국화재 주식이다. 이사회 승인 당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지분을 넘겨받았다. 인수금액은 약 493억원이다. 중개기관은 흥국증권이다.

흥국화재 최대주주는 흥국생명으로 유지된다. 거래 이후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은 59.56%에서 40.1%로 줄어든다. 기존에 흥국화재 2대주주였던 태광산업은 보유 지분이 19.63%에서 39.13%로 오른다.


태광산업은 흥국화재 주식을 종가에서 할증한 가격으로 가져왔다. 지난 27일 흥국화재 종가는 3230원이다. 주식 매입 단가는 종가에 20%를 할증한 3876원으로 책정했다. 태광산업에서 흥국생명으로 넘어가는 유동성 규모도 그만큼 커진다.

지분을 넘기는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장부가액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내놨다. 자산을 유동화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주식 일부를 처분한 이유를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흥국생명이 인식한 흥국화재 지분 장부금액은 총 2188억원이다. 주당 장부가액은 5637원이다. 처분단가(3876원)는 장부가액보다 30%가량 낮다.

태광산업은 법률 검토를 거쳐 거래 구조를 짰다. 흥국화재 주식 취득가격은 법인세법의 과세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법인세법은 특수관계인 간 상장주식 거래에 적용되는 시가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법인의 연간 소득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정이다. 소득금액 산정은 법인세 계산의 첫 단계로 과세표준 계산 직전 단계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는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상장법인 주식을 거래할 때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실상 경영권의 이전'이 수반되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3항을 준용해 종가의 20%를 가산해 소득금액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의 이전이 수반되는 경우'는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가 변경되거나 △최대주주 등 간의 거래에서 주식 등의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되는 경우 모두 해당된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사이 흥국화재 주식 거래는 특수관계인 거래에서 상장법인 지분이 1% 이상 변동되는 경우에 속한다.

계열사 간에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을 주고 받을 때 당일 종가로 거래하기도 한다. 태광그룹 계열사들도 과거에 종가로 블록딜을 진행한 적이 있다. 2017년 서한실업이 한국도서보급(현 티알엔)으로 대한화섬 지분 6.95%(거래 가격 110억원)를 넘길 때 거래 당일 종가(2017년 11월 10일 기준 11만9500원)로 매매했다. 당시 서한실업과 한국도서보급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였다.

흥국생명은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재무 난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태광산업 종속기업인 티시스(2000억원)와 계열사 티캐스트(300억원)가 흥국생명의 23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자본을 확충해 지급여력(RBC)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거래다. 이번 흥국화재 지분 거래로 추가로 유동성이 보급된다. 지난 3분기 말 흥국생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868억원(별도 기준)이다.

태광산업은 흥국화재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지분법 손익을 인식한다. 기존에는 태광산업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지난 3분기 흥국화재가 거둔 당기순이익은 115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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