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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애플

히스토리 쌓는 삼성, 비용 기준점 제시하는 애플

[IR]⑧매출 가이던스는 모두 미제시, 보완 방식은 차이

김형락 기자  2023-03-10 16:17: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재무·비재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업계 최상위권에 오르내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구동성으로 IR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실적 가이던스 공개와 달성 부문에서는 투자자를 100%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IR 정책은 각각 다르게 수립했다. 정기 주주총회 생중계, 분기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이하 컨콜) 스트리밍 제공 등 큰 틀은 비슷하다.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의 IR 정보 접근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과거 실적 발표 컨콜 음성과 자막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애플은 가능한 선에서 실적 예측 정보를 담는 데 공을 들인다. 불확실성을 감안해 매출 가이던스를 내지 않지만, C레벨 임원들의 경영 진단과 시장 전망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 애널리스트와 격의 없이 토론하는 애플 CEO·CFO

애플은 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 매번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한다. 컨콜은 팀 쿡 CEO와 루카 마에스트리 CFO가 애널리스트와 거시 경제 상황, 제품 전략, 시장 대응, 수익성 분석 등을 토론하는 자리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의견을 직접 듣고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발언권도 CEO와 CFO가 동등하게 나눠 가진다. 테자스 갈라 애플 IR·재무 담당 이사는 컨콜 진행만 담당한다. 쿡 CEO는 주로 거시 경제·시장·제품 등 사업 전략 전반에 관해 답변한다. 마에스트리 CFO는 수익성·재무·세금·유동성·환율·주주 환원 관련 내용을 책임진다. CEO와 CFO 역할 분담이 IR에서도 드러난다.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 컨콜에서 듣고 싶은 내용 과거 실적 분석과 전망이다. 애플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코로나19 발발한 직후인 2020년 2분기부터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지 않고 있다.


애플은 매 분기 실적 가이던스 주던 곳이었다. 2014년 피터 오펜하이머 전 CFO에게서 배턴을 이어받은 마에스트리 CFO도 2020년 1월 1분기 실적 발표 컨콜까지 가이던스를 줬다. 공개 항목은 △매출 △매출총이익 △영업비용 △기타 수입·비용 △세율이었다.

2020년 2월 기존에 발표했던 2분기(1~3월)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예고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애플 생산기지인 중국에서 조업이 제한되고, 현지 수요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진행한 2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서 쿡 CEO가 단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진행한 올해 1분기(지난해 9~12월) 실적 발표 컨콜에서도 구체적인 매출 가이던스를 주지 않았다. 대신 마에스트리 CFO가 제품별로 시장 대응 방향성을 공유하며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을 예상했다. 한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용 관련 정보는 다시 늘렸다. 올 2분기 전망치는 △매출총이익 43.5~44.5% △영업비용 137억~139억달러 △세율 16%다.


애플은 실적 발표 컨콜을 특정 기간만 공개한다. 웹캐스트는 컨콜이 끝나고 약 2주 동안만 들을 수 있다. 이후 컨콜 내용은 애플 IR 홈페이지에서 내린다. 재무제표와 실적이 요약된 보도자료만 볼 수 있다. 이밖에 자사주 매입 이력, 배당 내역 등을 살펴볼 수 있다.

◇ 개인 투자자 질문 사전 취합하는 삼성전자, 컨콜 아카이브화

삼성전자 실적 발표 컨콜에는 각 사업 부문을 대표하는 임원진이 총출동한다. 마케팅팀 상무나 기획팀 부사장급 임원이 나와 사업 현황과 전략을 설명한다.

컨콜은 서병훈 IR팀장(부사장)이 주재한다. 지난달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는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 △권혁만 시스템LSI(고밀도직접회로)사업부 상무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부사장 △다니엘아라우조 Mobile eXperience(모바일 경험) 전략기획팀 상무 △노경래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가 참여했다.


3년마다 내놓는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은 CFO가 직접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배당정책(2021~2023년)은 2021년 최윤호 당시 삼성전자 CFO(현 삼성SDI 대표이사)가 안내했다.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환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간 정규배당으로 9조8000억원을 지급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잔여 재원이 발생했을 때는 일부를 조기 환원한다.

삼성전자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컨콜에서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는다. 2008년 한 차례 매출 가이던스를 낸 게 전부다. 거시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각 사업 부문 임원들이 제시하는 사업 전략과 시장 전망 등으로 목표치를 유추해야 한다.

손익 가이던스 빈자리는 주요 제품별 데이터로 보완하고 있다. 메모리는 전체 시장 수요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와 삼성전자의 예상 수준을 비교해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은 분기 판매량 방향성 정도만 언급한다. TV는 분기 판매량 증감률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기관 투자자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소액 주주들과 소통 창구도 열어뒀다. 경영 현황 등에 대한 문의 사항을 온라인으로 사전에 접수 받아 실적 발표 컨콜에서 답변한다. 지난번 컨콜에는 사전 취합 질문인 '출시 예정인 S 시리즈 신제품의 성능, 디자인 등 주요 혁신 포인트와 판매 증대를 위한 전략'을 다니엘 아라우호 상무가 답했다.

투자자들의 IR 정보 접근성도 돋보인다. 삼성전자 IR 홈페이지에서 2011년 1분기부터 분기별 실적 발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국문, 영문 자료를 모두 게재했다. 2011년 4분기부터 실적 발표 컨콜 음성 청취도 가능하다. 국문, 영문 스크립트도 함께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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