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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

후계자 힘준 인사, 불명예 지울 기회이자 부담된다

[대원제약]백인환 사장 중심 '세대교체'…리베이트 의혹 및 조직문화 등 과제

최은진 기자  2023-04-11 07:04:02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기업의 '세대교체'에는 공식이 있다.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 혁신을 이끌게 하더라도 현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을 기존인물이 공존토록 한다. 신·구 세대의 협업 속에 자연스레 중심축을 새로운 인물로 향하도록 설계하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대원제약의 최근 임원인사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묻어나지만 한층 더 과감하다. 3세 후계자인 백인환 사장 중심의 전열을 갖추면서 시니어급 전문경영인을 모두 내보냈다.

이는 기회도 되지만 부담이기도 하다. 백인환 사장이 힘을 받는 효과는 있지만 조직과 리스크 관리에 있어선 온전히 백인환 사장이 풀어야 하는 부담감이 따른다. 대원제약 내외부적으로 닥친 불명예와 성과까지 전적으로 백인환 사장의 전략과 책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오너3세 부사장 건너뛰고 '사장직행'…기능별 주요헤드는 '승진'

대원제약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백인환 사장을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새롭게 만든 부사장 직급을 건너뛰고 승진시켰다는 점에 확고한 3세 경영체제를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특히 임원 중 가장 최고참급인 최태홍 사장과 윤병호 사장을 퇴임케 했다. 유일한 1950년대 생인 이들을 내보내는 결단을 내리면서 '세대교체'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외 연구개발(R&D)·영업·감사 등의 역할을 하던 임원들이 퇴사했다. 오너를 제외하고 총 29명 임원 가운데 7명이 나갔다.

반면 주요 부문의 헤드급 임원은 오히려 승진발령내는 인사를 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임한일 부사장, R&D를 이끄는 김주일 부사장, 영업 및 생산을 이끄는 조봉철 부사장과 김유식 상무 등의 승진이 눈에 띈다.


시니어 전문경영진을 내보내면서 주요부문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관련 분야를 이끄는 헤드급 임원을 승진시켜 기존질서의 유지에 힘을 줬다. 백인환 사장이 구심점이 되더라도 현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 나름의 인사전략이다.

신규로 임원으로 올리거나 영입한 인사의 면면도 눈에 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을 맡는 유성권 이사와 영업을 하는 손광현 이사를 이사대우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홍보로 강경훈 이사대우를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승계 후보자인 백인환 사장은 1984년생으로 올해로 40세고 또 다른 후계자로 꼽히는 백인영 이사는 1989년생으로 35세에 불과하다. 대원제약의 평균 임원 연령이 1968년생, 58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세대차가 존재한다. 임원 물갈이로 해결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주요 보직에 합을 맞출 새로운 인력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감지되는 것도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임원 퇴사로 R&D 공백 우려…오너 지휘 하에 기업브랜딩 업무 강화

세대교체의 블확실성은 업무의 공백에서 발생한다. 특히 R&D 분야가 그렇다. 2022년 사업보고서상 대원제약의 핵심연구인력은 5명이다. 대표이사이자 오너가인 백승열 부회장를 비롯해 김주일 부사장, 이소라 전무, 손세일 전무, 이경준 전무다.

실질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백승열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4명이다. 그러나 최근 이소라 전무는 퇴사했고 손세일 전무는 생산부문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R&D 연속성상 핵심인력 절반의 교체는 불확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사실 대원제약이 R&D에 그리 강한 곳은 아니지만 방향성이 R&D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적극적인 R&D 투자없이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R&D에 집행하는 비용은 단 312억원이다. 중상위 제약사 가운데 광동제약·동국제약 등과 함께 하위권에 속한다. 다만 광동제약이나 동국제약은 각각 음료와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기 때문에 대원제약과 상황이 다르다. 대원제약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2007년 국내개발 신약 15호로 허가 받은 펠루비 외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이를 대원제약은 "신약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인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신약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2014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한 고지혈증 신약 파이프라인인 'DW-4301'이다. 2021년부터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 자궁근종·폐암·당뇨·비만 등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가장 최근 추진한 건으로는 글라세움이라는 비만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지분투자 및 기술도입을 한 사례다.

인력 '세대교체'의 또 다른 부담은 백인환 사장에게 쏠린다. 조직문화와 대외신인도 등을 단독 경영사장이 된 오너 3세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시니어급 임원이 모두 퇴사한 상황인데다 주요 기능을 이끄는 헤드들도 백인환 사장 지휘 하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원제약이 불명예스러운 이슈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녹록치 않은 여건이라는 데 주목된다. 작년 영업사원이 폭로한 리베이트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부당한 성과급 문제 등이 회자됐다. 대원제약은 특정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었지만 업계선 '사건화' 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성과급 문제를 의식한듯 지난해 급여가 대폭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400억원대에 불과하던 급여가 673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원제약 내부적으로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브랜딩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임원으로 올리는 건 물론 외부영입을 강행했다는 점도 백인환 사장의 고민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제약업계선 관련 인사에 대해 오너의 의지로 추진된 건으로 보고 있다. ESG 등급을 높이기 위한 TF팀도 백인환 사장의 주도 하에 조직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원제약이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홍보방식이나 기업브랜딩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젊은 오너를 수행할 전열을 새롭게 갖춘 세대교체는 다른 의미로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직접 짊어져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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