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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

희석되는 공동경영 정신, 분명치 않은 '성장·균형·지분'

[대원제약]'형제에서 사촌으로' 백인환 사장 경영승계 구축, 10년 늦은 백인영 이사

최은진 기자  2023-04-07 08:51:18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유독 제약사엔 '공동경영' 구도가 많다. 유사한 사업구조 하에 협동하는 분위기 속에 성장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가깝게는 오너일가끼리 공동경영을 하기도 하고 멀게는 친구사이 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간 공동경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공동경영은 민주주의나 집단지성이라는 명분으로 힘을 받지만 세대가 거듭할수록 그 정신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공동경영하는 제약사를 보는 관전포인트는 대를 잇는 동업시스템이 견고한지, 동업이 의미가 있을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힘의 균형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 정도로 수렴된다.

대원제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형과 아우의 공동경영시스템이 형의 장남, 아우의 장남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대를 이으며 이 체제가 견고하기 위해선 여러 전제조건이 따른다. 역할분담을 위한 성장, 힘의 균형이 쏠리지 않을 역량 검증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는 지분승계를 위한 지렛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창업후 장·차남 30년 공동경영→백인환·백인영 사촌경영 체제 관측

대원제약은 창업주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백승호 회장은 1994년에, 백승열 부회장은 1996년에 대표이사에 오르며 거의 30년의 공동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 나이 이제 68세, 65세. 일반적인 기업 임직원으로 따지면 정년이 되는 시기다. 대원제약 역시 이를 감안해 승계절차가 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후계구도는 역시 공동경영으로 흐르는 듯 하다. 백승호 회장의 장남 백인환 사장,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 백인영 이사가 각각 부친의 역할을 이어받는 분위기다. 특히 백인환 사장은 2011년 입사 후 2년에 한번씩 승진하며 후계전열을 만들어줬다.


특히 작년 말 마케팅본부를 이끄는 '전무'에서 경영총괄 '사장'으로 두단계 직급을 건너뛰고 승진했다. 시니어급 전문경영인들은 퇴임시키면서 백 사장 주축의 전열을 구축했다. 백승호-백승열 대표이사 체제 아래 백 사장이 있고 그 아래 임원진들이 있는 구조다.

백인영 이사는 신성장 및 일반의약품 마케팅, 헬스케어사업부 등을 맡고 있다. 2021년 새먹거리로 인수한 건기식 제조업체 극동에치팜과 신약개발 기업 다나젠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백인영 이사가 첫 이사배지를 단 게 202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백인환 사장의 전철을 밟기 위해선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백인환 사장에 쏠린 균형, 백인영 이사 성과·역할 '모호'

표면적으로 보면 백승호-백승열 체제와는 다르게 3세 구도에서는 다소 힘의 균형이 한쪽에 쏠린 듯 보인다. 백인환 사장이 이미 경영 전반을 장악한 건 물론 사내이사로 등재 돼 있기 때문이다. 언제 대표이사 권한을 위임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반면 백인영 이사는 백인환 사장과 4세 터울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이사'직급일 뿐인데다 역할도 위치도 애매하다. 신성장이라는 담당 업무도 그렇지만 극동에치팜의 경우에도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일뿐이다. 온전히 전담해서 맡고 있는 업무없이 '조력자' 혹은 '감시'를 받는 입장에 그친다. 입사 시기 자체가 백인환 사장보다 늦은 데 따라 경영자로 오르기 위해선 많은 과정과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에 대한 검증 역시 백인환 사장에 쏠려있다. 대원제약은 백인환 사장에 대한 공식 코멘트로 '고성장의 핵심주역'이라고 표현한다. 해외시장 개척 성과, 전문의약품(ETC) 외에도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1개에 불과했던 매출 100억 원 이상의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을 차별화된 마케팅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ESG 경영 역시 백인환 사장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공개하고 있다.

반면 백인영 이사의 성과에 대해선 아직 드러난 게 없다. 극동에치팜의 실적개선, 헬스케어사업에서의 의미있는 매출 신장 등이 과제로 부여된다. 없던 걸 만들어야 하는 백인영 이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세대와 같이 사촌공동경영 체제가 안착할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3세 승계가 공동경영 체제로 구축되려면 '성장'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도 있다. 수년간 깨지 못한 3000억원대 벽을 넘어 역대 최대 매출인 4528억원을 달성했지만 그 다음의 성장이 필요하다는게 내부 판단이다.

극동에치팜 인수를 추진한 것 역시 이를 감안한 의사결정이다. 사세확장을 통해 분명한 업무분담으로 힘의 균형을 분산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백인환 사장 2019년 이후 지분수증 이후 스톱, 세금재원 마련 과제

3세 후계구도에서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지분이다. 현재 동생인 백승열 부회장이 14.31%로 최대주주, 형인 백승호 회장이 12.57%다. 그러나 그들의 아들인 백인영 이사가 0.71%, 백인환 사장이 3.65% 지분율로 근소한 차이지만 역시 백승호 회장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2019년 백승호 회장이 백인환 사장에게 지분승계를 하며 현 구도가 마련됐다. 당시 백인환 사장이 수증한 주식가치는 96억원이다. 세금을 감안하면 당시 캐파로는 최대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분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재원마련의 묘수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구도 그대로 승계가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백인환 사장은 부친 백승호 회장으로부터 414억원 규모의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받아야 한다. 백인영 이사는 471억원 규모다. 경영권이 수반된 승계인 만큼 절반이 세금으로 부과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약 100억여원의 세금부담이 예상된다.

당장 승계 재원 마련 창구는 배당 외엔 없다. 2003년 중간배당제도를 신설하며 배당을 대폭 늘린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당성향이 연간 20%에 달할 정도로 배당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말 배당으로 주당 350원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 74억원 가운데 백인환 사장은 2억8000만원, 백인영 이사는 54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분승계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2세 대표이사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승계를 논하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에 있지만 내외부적으로 공동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오너 3세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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