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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넥스트 오너십

미미한 지분 격차 관전포인트, 승계 영향줄 '제3자'

[한미약품그룹]2대주주 신동국 회장 입장 '관심', 배경태 부회장 영입 과정 및 역할 주목

최은진 기자  2023-03-30 08:03:16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한미약품그룹 승계에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영향력을 미칠 '제3자의 존재'다. 후보자간 지분율 격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줄 누군가의 존재는 막강한 뒷배가 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2대주주이자 오너일가와 가깝게 연을 맺고 지내온 인물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외 한미사이언스로 외부영입된 고위임원의 존재, 송영숙 회장 및 자녀들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는 금융사 등도 승계에 영향을 미칠 인물들로 거론된다. 오너일가와 가깝게 소통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대주주 오너일가와 막역한 관계, 캐스팅보트 넘어 '핵심키' 부상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오너 지분율은 정확하기 파악하기 어렵다. 수차례 환매조건부 매매거래 등을 통해 지분율 변동이 극심하다. 여기에 무상증자, 오너일가 간 대여 및 차입거래까지 더해지면서 재무부서조차 정확한 지분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 오너일가의 주식수 변동 공시만 8차례 있었다.

대략적으로 송 회장의 지분율이 약 12%, 3남매의 지분율이 9% 안팎으로 파악된다. 승계후보자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만큼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을 쥔 모친 송 회장의 의중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누구에게 지분 증여를 더 많이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송 회장 결단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승계후보자들은 송 회장의 지명만 바라보고 기다려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조력자가 붙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장의 시선은 한미사이언스의 2대주주에게 쏠린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2대주주는 신동국 한양정밀 대표이사 회장이다. 최대주주인 송 회장의 지분만 놓고 보면 규모는 비슷하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선후배 사이인 신 회장은 임 회장의 권유로 한미약품그룹 주식에 투자하게 됐다. 한 때 매도하려는 신 회장을 임 회장이 만류하고 이를 또 수용할 정도로 서로간의 신뢰는 확고했다는 후문이다.

임 회장 별세 후에도 신 회장은 오너일가와 돈독한 관계를 잇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만약 3남매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게 된다면 신 회장이 단순 캐스팅 보트를 넘어 의사결정의 핵심 키로 부상하게 된다.

아무리 오너일가와 돈독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세력을 방어할 때 얘기다. 신 회장이 송 회장의 의견을 마냥 지지하는 거수기 역할을 할 지는 장담키 어렵다. 신 회장은 최대주주인 송 회장만큼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는 단순 참고 사항이 아닌 의사결정을 바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신 회장 역시 투자자의 관점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누구에게 경영을 맡겨야 할 지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 중 누가 미래비전을 의미있게 공유할 지 관전포인트다.

한미약품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대주주가 오너일가와 돈독한 관계라곤 하지만 그건 임성기 회장과의 연일 뿐 그 이후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그 역시 투자자의 한사람인 만큼 후계자를 누구로 할 지에 대해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경태 부회장 영입 '구조조정' 단행, 인사총괄 임주현 사장에 무게추

작년 8월 한미사이언스에 부회장으로 영입된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영입 과정과 역할도 주목된다. 배 부회장은 전략기획실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한미약품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외 영업과 마케팅, 경영, 조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키운 배 부회장을 영입해 그룹 내 협력과 소통, 혁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인력도 아닌 전략기획 담당자로 외부인력을 영입했다는 점에 업계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연스레 그의 영입 과정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인사을 총괄하는 인물은 장녀 임주현 사장이었던 만큼 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배 부회장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한진그룹의 남매의 난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KCGI와 손잡은 조 전 부사장측이 한진그룹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인물이었다. 조 전 부사장과 임주현 사장은 동갑내기인데다 예술을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 부회장의 연결고리가 됐을 것이란 설(說)이 나오는 이유다.

배 부회장이 전략기획실을 총괄하게 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세대교체가 빨라지는 분위기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다. 작년 말 정기임원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는 물론 주요 임원들을 퇴임시키면서 시니어급 인력의 구조조정 시그널을 분명히 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임주현 사장이 조직을 장악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송 회장과 임주현·종훈 사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자금을 일시적으로 매도한 거래상대방인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와의 관계도 승계에 영향을 미칠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금융사가 개입해 있는 만큼 승계에 다양한 역학관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오너일가 중 임종윤 사장만 해당 금융사와 거래관계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배우자 및 자녀들에 주식을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관련된 건 10년 뒤에나 나올법한 얘기"라며 "송영숙 회장 체제가 확고하고 상당부분 이어질 것인만큼 후계구도를 논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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