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제약사 넥스트 오너십

악재 쏟아진 지금, 4년만에 지분승계…왜 이 시점일까

[대원제약]3세 후계자에 50만주씩 증여, 제품 판매중지로 주가 반토막 활용

최은진 기자  2023-07-05 10:23:16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대원제약이 수년만에 지분승계를 재개했다.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두 회장이 각각의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다. 거래규모만 85억원씩 총 170억원 규모다.

오너 3세 가운데 장자이자 승계 후보자인 백인환 사장을 올 초 경영총괄 사장으로 선임하며 전권을 쥐어준 데 이어 지분승계까지 진행했다. 승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시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일반의약품 제품의 판매중지 등 각종 악재가 닥쳐 이를 해결해나가는 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주목된다. 올들어 주가가 반토막 났다. 악재를 승계시점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백인환 사장 2019년 이후 4년만에 지분수증, 5%대 주요주주 등극

대원제약은 4일 공시를 통해 백승열 회장과 백승호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각각 지분 60만주씩 증여했다고 밝혔다. 승계 후보자로 꼽히는 각각의 장남인 백인환(BAEK JONATHAN IN) 사장과 백인영 이사에게 50만주씩 넘겼다. 차남들에겐 각각 10만주씩 증여했다.

거래금액은 1만4200원, 거래규모는 85억2000만원씩 총 170억4000만원 규모다. 백인환 사장과 백인영 이사는 각각 71억원 규모의 지분을 증여받게 됐다. 증여세만도 약 수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건 거래가다. 2019년 3월 백승호 회장이 백인환 사장에게 증여를 했을 때 거래가는 1만6500원, 무려 4년 전보다 2300원이나 줄었다. 당시 58만주를 증여하는 거래가는 96억원이었다.

이번 지분 증여를 통해 백인환 사장은 지분율이 3.65%에서 5.93%로 확대됐다.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각각 11.58%, 9.84%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괴리는 상당히 줄었다. 백인영 이사의 지분율은 0.71%에서 2.98%로 확대됐다.

보통 지분율 5%는 법률상으로나 시장 논리로나 중요한 숫자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는 공시 의무가 따른다. 그만큼 시장가격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주요 주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백인환 사장이 작년 말 경영총괄로 대원제약의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한 데 이어 5% 이상의 주요주주가 됐다는 건 직급 상 '자리' 뿐 아니라 지분상 '입지' 측면에서도 두 오너가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가 된다. 백인환 사장은 이번 지분승계로 사실상 승계에 필요한 요건과 당위성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콜대원 판매 중지 악재로 주가 급락, 백인환 사장 취임 이후 주가 반토막

오너 2세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은 올해로 68세, 65세. 경영 및 지분승계의 시점상으로 볼 때 이상할 게 전혀 없다. 30년 공동경영 체제를 이제 다음 후계자들에게 넘겨줘야 할 명분도 시기적으로도 합리적이다. 제약업계는 단순 제네릭 및 유통으로 먹고 살던 시대를 지나 신약개발 등 새먹거리 발굴에 나서야 할 때다. 새 시대를 새로운 젋은 리더십으로 바꾸고자 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하지만 시점상으로는 주목할 지점이 있다. 대원제약을 둘러싼 상당한 잡음과 부정적 이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증여가 이뤄졌다는 데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원제약의 대표 브랜드인 '콜대원키즈펜시럽'과 관계기업인 다나젠의 '파인큐아세트펜시럽'에 대한 회수명령을 내렸다. 투명액과 불투명액으로 분리되는 상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안정성 및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지난해에는 영업사원이 폭로한 리베이트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부당한 성과급 문제 등으로 불명예스러운 이슈가 회자되기도 했다. 대원제약의 공식입장은 특정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선 리베이트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제품의 안정성 이슈부터 제약사에겐 치명적인 리베이트까지 다양한 잡음이 나오면서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특히 작년 말 백인환 사장이 경영총괄 사장으로 발탁되고 난 뒤부터 주가가 하락국면을 그렸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대원제약 주가는 작년 12월 14일 2만1800원을 고점으로 찍고 현재 1만4120원까지 내려와 반토막 난 상태다. 그나마도 식약처 이슈가 터진 6월 최저점인 1만3860원 대비 소폭올라온 상황이다.

4일 증여를 결정하고 공시를 낸 것으로 보아 관련 작업을 진행하는 데 약 보름~한달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식약처에서 제품 이슈가 터지고부터 증여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인환 사장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기 때문에 복잡한 세금 이슈도 있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지분승계 계획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너 2세 지분 가치 수백억, 증여세 부담 가중…배당 외엔 대안 없어

주가 하락에 기대 지분승계를 해야 할 유인도 충분하다. 대원제약의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지분가치만 각각 400여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계자들은 각각 절반 수준의 세금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승계 재원 마련 창구는 배당 외엔 없다. 급여의 경우 5억원 이상 공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오너 3세들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최대한 세금재원을 줄이기 위한 묘수를 쓰거나 배당 외엔 방법이 없다. 각종 악재로 인한 주가하락은 지분승계의 적기로 판단됐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될만 하다.

2003년 중간배당제도를 신설하며 배당을 대폭 늘린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배당성향이 연간 20%에 달할 정도로 배당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말 배당으로 주당 350원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 74억원 가운데 백인환 사장은 2억8000만원, 백인영 이사는 54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백인환 사장의 경우 작년 배당으로 이번 증여세 재원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