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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거센 바람…'자사주' 활용 전략은

김진원 SKT CFO "단편적 시행시 효과 고민",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 "결정은 주가에 달려"

고진영 기자  2023-05-31 08:13:16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별 기업이 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CFOs View는 기사 형식으로 담아내기 부족했던 CFO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콘텐츠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재무, 인수·합병(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CFO들의 발언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Buy-Back, 바이백) 및 소각

Summary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방법으론 두 가지가 있죠. 배당, 그리고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입니다. 특히 가뭄에 콩 나듯 했던 자사주 소각이 요즘 부쩍 많이 보이는데요. 공시건수를 봤더니 2021년 32건에서 2022년 64건으로 정확히 두 배 늘었습니다. 국내에 자사주 소각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건수라고 하네요.

작년 증시가 맥을 못 췄던 만큼 기업들로선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를 방어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주주환원 열풍도 불고 있고요. 그런데 회사가 굳이 돈을 들여 자사주를 매수해서, 다시 없애버리는 수고가 왜 주주환원일까요? 배당처럼 현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일단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어져요.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유통주식이 감소하니 주가가 오를 여지가 생기겠죠. 하지만 이 주식을 쥐고 있다가 다시 시장에 팔면 도루묵이고요. 주식을 소각해 지워야 유통주식수가 영구적으로 줄어서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오히려 오버행 이슈 가능성을 일으킵니다. 자원의 배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이제 국내에서도 자사주 매입 정도로는 주가가 잘 움직이지 않아요. 애초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일회성 호재라기보다 주주환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고요.

어쨌든 국내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더 후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KB증권이 2010년부터 10년동안 국가별 총 주주환원율을 평균냈더니 미국은 89%, 미국을 뺀 선진국이 68%, 중국은 31%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은 28%에 그쳤다네요. 국내기업들이 바이백을 늘리는 것도 자연스런 흐름 같군요.



미국을 더 자세히 볼까요. 2022년 3월까지 12개월 동안 미국 S&P 500 기업의 바이백 액수는 9720억달러를 기록, 1년 새 95% 늘었습니다. 2021년 강세장을 누리면서 아낌없이 베풀었나봐요.

하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타이밍인데요. 모든 지출이 그렇듯 주주환원에도 기회비용이 발생하죠. 투자에 필요한 돈을 배당이나 바이백에 써서 기업이 가난해진다면, 미래의 주주들에겐 인색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주머니를 닫았다간 운영능력이 의심을 살 수 있고요.

이런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더 유연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배당보다는 바이백이에요.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장기적 추세보다 쌀 때 이뤄질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주가가 너무 높을 때 감행하면 다른 주주들의 가치를 빼앗아 오히려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어서죠. 따라서 기업이 필요한 투자를 한 뒤 남는 잉여현금이 있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가 바이백의 적기입니다.

반면 배당은 주주의 충성에 보상하는 정기적 현금 성격이 강합니다. 섣불리 깰 수 없는 약속이죠. 배당 축소는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어려울 때일수록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주주환원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사주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태도도 각양각색인데요. 저마다 처한 업황과 재무적 사정이 다르기 때문일테죠. 대표적으로 SK그룹에서 SK와 SK스퀘어, SK텔레콤 등이 줄줄이 바이백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 주가 부양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겠죠?

현대차그룹도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올 초 현대자동차가 3155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마쳤고, 기아도 매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하네요. 하지만 같은 계열인데도 현대글로비스는 좀 입장이 다른가봐요.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높다보니 자사주 취득이 자칫 다른 의도로 오해 받을까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네이버도 앞으로 3년간은 자사주 매입 없이 현금배당만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군요. 앞서 바이백을 통한 주주환원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네이버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주식보상 제도를 운영하는데, 우리 법상 자사주를 취득 또는 처분할 경우 3~6개월간 추가 처분·취득에 제한이 생기거든요. 다만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은 당분간 계속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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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SK텔레콤 CFO

"자사주 매입 필요한 상황…지속적 정책은 고민"

SK텔레콤 배당수익률이 7%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 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가치가 있다는 회사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의 규모나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지만 재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요. 주식시장 상황과 경영 제반 환경, 회사의 캐시플로우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최적의 (자사주 매입) 시점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자사주 매입이 단편적으로 시행되는 경우 일시적인 주가 상승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고, 지속성 있는 자사주 정책이 가능할지에 대해 이사회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려고 합니다. (2023년 5월10일, SK텔레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CFO)

"향후 3년간 3% 소각…저평가시 바이백 고려"

성장한 실적과 판매역량에 걸맞은 기업가치 달성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이후 투명하고 가시성 있는 원칙 수립을 검토해왔는데요. 이번에 발표할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은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과 단계적 자사주 소각 계획이 골자입니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향후 3년간 매년 1%씩 총 3%를 소각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금을 이용한 바이백 이후 실제 자사주 소각을 할 뜻이 있는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발표할 수 있는 계획이 없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항상 들여다보고 있는 옵션입니다. 사실 결정은 주가에 달렸고, 현대차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경우엔 바이백이나 소각 옵션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2023년 4월25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장기적 자사주 정책 계획, 글로벌 스탠다드 발맞출 것"

SK스퀘어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동시에 실행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위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정책이 될 예정입니다. 올해 10월경 SK쉴더스 매각대금 중 4000억원이 조금 넘는 돈이 들어오는데 스페셜 이벤트가 생긴 만큼 그 몫을 주주와 나누는 계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SK스퀘어가 앞서 노력한다면 국내 자본시장을 더 선진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2023년 3월30일, SK스퀘어 정기 주주총회)

김남선 네이버 CFO

"국내법상 제약 있다…추후 현금배당만"

과거에는 주주환원의 일부로 자사주 취득을 실천한 반면 앞으로는 전부 현금배당으로 할 예정입니다. 한국 법률상 다소 경직적인 제약들이 있다 보니 자사주 취득과 직원 주식보상제도를 함께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네이버의 자사주 보유량은 총 발행주식의 약 8%에 이르고, 지난 몇 년간 임직원의 주식 보상과M&A, 제휴 등 중요한 거래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적 재원으로 유용히 활용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해 존재하는 외부의 이해 부족 또는 혼란, 일각의 편향적 시각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매년 약 1%씩 (자사주를)소각할 계획입니다. (2023년 5월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자사주 취득 신중해야…지배구조, 주식수 고려"

주주환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 중입니다. 자사주 취득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유통주식수가 적다는 점에서 다른 그룹사와 다르기도 하고요. 소액주주 비중이 낮은데 유통 물량을 더 줄이면 단기적으로 되려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2023년 4월27일, 현대글로비스 컨퍼런스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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