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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s Partner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해외투자는 '스틱'과 함께

말레이·스페인 증설에 FI로 참여, 일진 시절 파트너십 지속돼

원충희 기자  2023-09-01 09:58:50

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회사 간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옛 일진머티리얼즈 시절부터 동박 생산능력(캐파) 확충을 위한 중장기 증설계획을 진행해 왔다. 일진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지금도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인구 전무(사진)에겐 시설투자(CAPEX)에 들어갈 자금마련이 최대 과제다.

작년부터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단기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경영권 인수에 2조7000억원을 쓴 탓에 추가 지원여력이 의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과거부터 해외공장 증설을 같이해온 파트너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있기 때문이다.

◇CFO 주요 과제는…수조단위 캐파확충 자금 마련

구리를 종잇장 수준으로 얇게 펴 만드는 동박은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자동차의 트렌드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자 동박 시장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동박 생산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이 같은 업황을 감안해 캐파 증설을 진행 중이다. 동박은 대규모 자본이 집약된 장치산업이라 선점자가 시장을 쥘 수 있다. 막대한 돈이 들고 당장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더라도 캐파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앞으로 2028년까지 동박 24만톤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을 세웠다. 현재 6만톤(전북 익산공장 2만톤, 말레이시아 공장 4만톤)에다 투자금 집행은 8만톤 수준까지 완료됐다. 앞으로 16만톤, 대략 3조2000억원가량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일진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CFO로 온 박인구 전무의 최대 과제는 CAPEX 재원 마련인 셈이다. 주변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영업현금흐름은 매년 감소해 올 6월 말 연결기준 522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그 와중에 단기차입금이 반기 만에 6배 늘었다.

모회사나 그룹에 기대기도 여의치 않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거액을 출연한 탓에 자금사정이 빡빡해졌다. 롯데그룹 자체도 핵심 계열사인 화학·유통 실적이 모두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PEF와 손잡고 해외공장 대규모 증설부담 완화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게는 일진그룹 시절부터 손잡아온 파트너 스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자리하고 있다. 스틱은 지난해 초 일진머티리얼즈의 글로벌사업 컨트롤타워인 아이엠지테크놀로지(IMG)에 4000억원, 신설 유럽법인(IME)에 6000억원 등 총 1조원을 투자했다.

IMG에 투자된 돈은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에, 유럽법인에 투자된 돈은 스페인 공장 증설 프로젝트에 쓰인다. 말레이시아 3·4공장(캐파 2만톤)은 지난해 말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5·6공장(2만톤) 증설은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페인 공장 증설은 캐파 10만톤 규모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하이엔드 동박 시장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각 이슈가 한창일 때 시장에선 스틱의 엑시트 우려도 있었으나 새 주인인 롯데는 스틱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손 바뀜이 있어도 동박사업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옛 일진그룹은 물론 롯데그룹도 동박사업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수조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감내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점도 스틱에게 기회다. 장래성을 인정되는 산업에 FI로 참여, 성장 과실을 같이 취할 수 있다. 롯데 입장에선 동박 CAPEX 추가 지원여력을 아낄 수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CFO 입장에서도 옛 일진 시절 투자 받은 돈을 증설에 투입하는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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