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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일본계 은행을 좋아해

①라인 통해 거래 튼 '미즈호·SMBC'…엔화대출, 신디론 주간사도

원충희 기자  2023-09-04 11:37:19

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회사 간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 공략 차원에서 외화차입을 대거 끌어왔다. 총 차입금 중에서 절반 이상이 외화차입금이다. 이 가운데 미쓰이스미토모(SMBC)와 미즈호(Mizuho), 일본계 두 은행으로부터 빌려온 돈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라인(LINE Corporation)을 비롯한 일본 계열사들 때문이다. 대부분은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하던 시절 끌어온 차입금이다. 그간 사업 확장을 위해 빌린 돈이 늘면서 네이버의 현금사정이 순차입으로 전환된 만큼 김남선 CFO가 뒷수습을 맡게 됐다.

◇엔화대출 1조 육박…대부분 미즈호·SMBC서 차입

네이버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은 은행권 차입이다. 과거에는 회사채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현 김남선 CFO의 전임자인 박 대표가 재직하던 시절(2016년 2월~2022년 3월)에는 은행권 차입이 주류로 안착됐다. 올 6월 말 연결기준 네이버의 총 차입금 4조6984억원 가운데 상환전환우선주로 인해 차입금으로 분류된 754억원을 제외한 2조1564억원(45.9%)이 은행권 대출이다.

2021년 5년여 만에 발행한 회사채로 조달한 규모는 8억달러(약 1조7421억원)으로 아직 금융권 차입보다 적다. 특히 외화차입 규모가 2조7422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58.3%에 이른다. 그 중 엔화차입이 36%다. 한국 네이버 본사보다 자회사에 몰려있다. 상당수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자회사들이 끌어온 자금이란 뜻이다.

개별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주고 있는 곳은 미즈호은행과 SMBC다. 각각 621억엔(약 5632억원), 466억엔(약 4223억원)으로 총 1086억엔(약 9855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의 엔화차입금 대부분은 두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차입시기는 박 대표가 CFO로 재직할 때다.

*2023년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네이버와 이들 은행의 연결고리는 라인이다. 일본에서 8000만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은 방대한 고객망을 기반으로 라인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간편결제와 각종 핀테크 사업을 하려면 제휴은행이 필수다.

이때 제휴된 은행이 SMBC와 미즈호다. 미쓰비시 UFJ 은행과 함께 일본의 3대 메가뱅크 중 두 곳이다. 특히 미즈호는 비록 무산됐으나 라인과 일본에서 스마트폰 기반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달 23일 만기도래…현금사정, 순현금→순차입 전환

네이버는 2019년 11월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에 있던 Z홀딩스(야후재팬 모회사)와 경영통합을 결의했다.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된 라인 지분을 공개매수로 모두 사들인 뒤 상장 폐지시키는 방식이다. 당시 CFO였던 박 대표의 당면 과제는 공개매수와 경영통합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특히 라인 투자자 상당수가 일본에 있었기에 엔화자금이 필요했다.

네이버는 지분 100%를 가진 일본 자회사 '네이버제이허브'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채무보증을 해주고 일본 현지은행으로부터 엔화대출을 끌어왔다. 일본 은행권의 메이저 뱅크인 SMBC와 미즈호의 손을 빌렸다.

라인 경영통합에 앞서 2018년 9월에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하기 위해 조성한 1543억엔(약 1조7142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도 SMBC와 미즈호, BNP파리바 도쿄지점이 주간사를 맡았다. 네이버가 일본계 은행들과 돈독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일본계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 가운데 865억엔(약 7845억원)의 만기가 이달 23일부터 도래한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씨티뱅크로부터 차입한 50억엔(약 453억원)이 내년 4월 15일, BNP파리바에 빌린 엔화와 나머지 미즈호, SMBC 엔화대출의 만기가 줄이어 돌아온다. 박 대표는 지난해 CFO 자리를 김남선 전무에게 넘겨주고 네이버파이낸셜 CEO로 이동한 상태다. 대출 상환 및 연장 업무는 김 CFO의 몫이 됐다.

네이버는 그간 보유 현금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순차입으로 전환됐다. 전년 말 순현금 4882억원에서 올 6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223억원으로 바뀌었다.

미국 커머스 업체 '포시마크' 등의 인수의 막대한 현금(13억1000만달러, 약 1조6700억원)을 쓰면서 차입금은 증가한 데 반해 보유현금은 줄었기 때문이다. 현 CFO가 직면한 과제는 현금사정이 예전보다 안 좋아진 상황에서 엔화대출의 상환재원을 마련하거나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해법 도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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