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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차입 비중 늘어나는 네이버

장기차입금 만기 도래, 포시마크 인수로 순현금 기조 깨질 듯…투자자산 본격 현금화

원충희 기자  2023-02-06 14:48:16
네이버의 부채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고 있다. 장기차입금 중 일부의 만기가 1년 미만으로 들어오면서 단기차입금으로 전환된 탓이다. 포시마크 인수와 배당 등으로 현금소요가 지속되는 만큼 올 들어 순현금 상태가 깨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 부채비율이 두 자릿수에 머문 데다 단기차입금 의존도 역시 낮아 심각한 부담은 없다. 아울러 이번 포시마크 인수에 쓰이는 8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 조달액은 만기가 2026년인 만큼 상환에 아직 여유가 있을 전망이다. 또 3조원 넘는 간접투자자산 유동화를 통한 조달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단기차입금 1조 돌파, 전체 40% 수준…작년까지 순현금 기조 유지

네이버의 작년 4분기 말 차입금 총액은 3조4140억원으로 전분기(3조6164억원)대비 소폭 줄었다. 만기가 도래한 일부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 총액은 3조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만기구조별로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2분기 말 3조1333억원이었던 장기차입금이 4분기 말 2조326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단기차입금은 4981억원에서 1조3814억원으로 급증했다.
*네이버 2022.4Q IR
기업은행 등 은행권에서 빌린 장기대출금 가운데 상당액의 만기가 1년 내로 들어오면서 단기차입금으로 바뀐 영향이다. 작년 3분기까지 네이버의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이 0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자회사에서 쓰고 있는 단기차입금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일본 계열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과의 경영통합 과정에서 지분매수를 위해 조 단위 차입금을 끌어온 적이 있다. 그중 상당액은 미즈호 등 일본계 은행에서 끌어왔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전체 차입금에 40% 수준에 이르면서 올 한 해 상환부담은 다소 커졌다. 현금성자산은 작년 4분기 말 3조9406조원으로 순현금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 1371억원 규모의 특별 분기배당 집행을 완료했음에도 유입된 현금량이 유출규모보다 커 전반적인 현금성자산은 늘었다.

다만 올해 들어선 순현금 기조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중 미국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주식취득 대가로 약 13억달러(1조6200억원)를 지불한다. 포시마크 지분 100% 가치(14억7000만달러)에서 포시마크 자체 보유현금 사용액(1억6000만달러)을 제외한 금액이다. 2021년 5월 글로벌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8억달러(약 1조1400억워) 중 일부가 인수대금으로 쓰인다. 나머지는 금융권을 통한 달러 차입금으로 조달한다.

이전(2021년) 북미지역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때는 6848억원 가운데 5079억원은 현금, 1769억원은 자사주를 활용해 마련했다. 그에 비하면 포시마크 인수는 차입금 비중이 상당히 크다. 빅테크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네이버 현 주가 흐름으로는 자사주를 M&A에 활용키가 어려운 처지다. 이번 포시마크 인수는 현금 사용량이 유독 큰 이유다.

◇차입금 비율 2년 내 회복 목표, 유동화 가능 간접투자 자산만 3조 넘어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포시마크 인수로 늘어나는 차입금 비율은 향후 2년 이내로 다시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밝혔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네이버의 부채비율은 41.4%,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4.2%다. 포시마크 M&A와 단기차입금 비중 확대를 감안하더라도 부채비율은 두 자릿수,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왓패드 인수를 시작으로 문피아,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포시마크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M&A에 나서면서 네이버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종지부를 찍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네이버가 포시마크 인수로 신용도 유지 여력이 감소했다"라고 평했다. 당장 강등위험은 없지만 예전보다 레버리지 의존도가 커진 탓이다.
*네이버 2022.4Q IR
이에 따라 네이버는 일부 투자자산의 유동화를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2년도 4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주요 관계사 투자지분 공정가치를 공개했다. 라인의 모회사인 일본 Z홀딩스 지분 32.4%의 가치가 8조8200억원, 하이브와 합작한 위버스 지분(44.6%)은 2100억원, 까페24 지분(14.8%)은 300억원 등 9조7000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 CJ대한통운, 이마트, 스튜디오드래곤 등 전략적 투자(SI)로 들어간 지분은 1조9000억원 상당이다.

이 밖에 간접투자 형태로 보유한 투자자산이 3조2900억원 수준이다. 매각이나 유동화를 한다면 전략적 조건이 붙은 투자지분보다 간접투자 자산이 주요 대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앞서 자이언트스텝 지분을 팔고 최근에는 판교 테크윈타워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 등을 매물로 내놓는 등 투자자산 현금화를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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