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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모니터

네이버, 돈 먹는 하마 '초거대 AI' 견뎌낼 방안은

개발·구축에만 조단위 투자, 감가상각 부담 매해 가중…운영비 예측불가

원충희 기자  2023-08-09 07:37:19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네이버가 오는 24일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 연산해 답변을 추론하는 초거대 AI는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굴리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일단 AI의 두뇌 역할을 할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구매비용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으나 감가상각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또 초거대 AI 서비스 운영·추론 관련 비용 규모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네이버는 추후 사용자 이용행태와 규모를 예의주시해 사업화(유료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 초거대 AI 공개…2017년부터 총 1조 이상 투자

챗GPT를 가동시키는 슈퍼컴퓨터의 두뇌인 GPU 부품 값은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이른다. 검색 1회당 비용은 약 2센트(약 26원)로 알려졌다. 전 세계 1억명이 한 달에 10번 이용한다면 매달 260억원이 나간다. 데이터 수집 및 연구개발비까지 더하면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진다.

네이버가 오는 24일 공개를 예고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도 크게 다르지 않다. AI를 구축하기 위한 인력 확보, AI를 돌릴 때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담을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또 데이터센터를 가동시킬 전력비용 등이 필요하다. 유·무형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규모는 수천억원을 가볍게 넘는다.
*네이버 2023년 2분기 IR
지난 4일 열린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초거대 AI 개발 및 운영비용에 대한 코멘트가 일부 나왔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7년부터 초거대 AI 개발 인력을 확보하며 관련 모델을 개발했고 2021년에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000억개가 넘는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며 "여기에 들어간 AI 연구개발 비용을 누적 집계하면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네이버클라우드로 이관된 AI 연구조직 클로바를 보면 AI 인재 확보를 위해 매년 1500억원 이상을, 초거대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한 인프라 확보를 위해 연 300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며 "특히 AI 경쟁력에 직결된 GPU 인프라 확보를 위해 2021년부터 연간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운영비 감내 위해 '과금·구독'모델 고려

다만 작년과 올해 GPU 인프라를 충분히 구매한 만큼 내년에는 관련 시설투자(CAPEX)가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네이버 측은 자사 모델보다 3배 이상 크고 자체 언어모델도 갖춘 미국 AI 기업과 비교해도 인건비와 장비구매비, 연구개발비는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올 2분기 네이버 인프라 비용은 1420억원으로 신규 AI 장비 투자와 데이터센터 상면비(장비가 차지하는 공간 사용료) 증가 탓에 전분기 대비 7.1% 늘었다. 다만 네이버의 지난해 인프라 비용은 매분기 1700억~1800억원을 넘나들었으나 올 들어 140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제 CAPEX나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안정화된 추세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 이후 도래할 상각비용 이슈다. 유형자산에는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에는 무형자산상각비가 따라붙는다. 2019년만 해도 네이버의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 합계는 2067억원 정도였으나 매해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는 4000억원을 넘었다. 상각비용은 비현금성지출이긴 해도 엄연히 비용으로 처리되는 만큼 영업이익 감소 요인이다.

초거대 AI 운영비용에 대해선 아예 예측불가다. 김 CFO는 "초거대 AI 서비스 운영 추론 관련 비용 규모는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며 "추후 사용자 이용행태와 규모를 예의주시해서 적절한 사업화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과금 모델이든, 구독모델이든, 어떤 형태로든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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