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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활용법 분석

이마트, 베트남 사업모델 전환속 콜옵션 역할은

경영권 재매입 콜옵션…프랜차이즈 계약상 안전장치 확보

이민호 기자  2023-09-05 16:43:17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마트는 누적 14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베트남법인 지분 전량을 2021년 현지기업에 팔았다. 사업 추가 확장이 지지부진하자 현지 파트너 기업과 손잡고 프랜차이즈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승부수였다.

이마트는 베트남법인 지분 매각과 동시에 경영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콜옵션을 손에 쥐었다. 베트남시장의 중요성과 더불어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장치를 확보해두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마트베트남 출자총액 1380억…흑자에도 매각

이마트가 이마트베트남(E-MART VIETNAM)을 설립한 것은 2014년 10월이다. 이마트가 최초 115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2009년부터 외국계 유통업체의 단독투자가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이마트 베트남 1호점 고밥점 전경. 출처: 이마트

이마트가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중국사업을 정리하던 시기다. 1997년 2월 상하이(취양)점 개점으로 중국사업을 시작한 이마트는 2004년 6월 루이홍점부터 점포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2011년 1월 꽝띠엔점까지 28개점을 열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영업적자로 기존 점포 영업을 종료하거나 매각하면서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외사업 확장이 불가피한 만큼 베트남에서의 성공이 중요했다.

이마트베트남은 2015년 12월 호찌민시 인구밀집지역 중 하나로 중산층이 두터운 고밥상권에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을 오픈했다. 기존 현지 대형마트보다 크게 넓은 3200평 매장에 직영 베이커리, 한국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 기타 다양한 한국 상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베트남 고객의 인기를 얻었다.


이마트는 유상증자로 이마트베트남에 힘을 보탰다. 2014년 최초 출자(115억원) 이후 이듬해인 2015년 495억원을 출자했다. 고밥점 오픈(2015년 12월) 이후에도 2016년 60억원, 2017년 216억원에 이어 2018년 493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가 이마트베트남에 출자한 총액은 1380억원에 이르렀다.

이마트베트남은 이마트의 지원에 실적으로 보답했다. 이마트베트남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839억원에 이르렀다. 한 번도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이 없다. 당기순이익도 2018년(9억원) 처음 흑자전환했으며 이후 2020년(23억원)까지 매년 흑자를 냈다.

이마트는 2021년 들어 흑자사업이던 이마트베트남의 매각을 추진한다. 이마트 베트남 2호점 개점을 추진했지만 현지 당국의 규제로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확장이 벽에 부딪힌 탓이다. 중국에서의 앞선 실패는 흑자에도 과감한 철수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이마트는 프리미엄 식자재 마켓 운영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미국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2019년 1월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 지분 100%, 2020년 1월 뉴시즌스마켓(New Seasons Market) 지분 100% 매입에 각각 2045억원과 3253억원을 쏟아부을 정도였다. 이마트로서는 해외사업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자본금 51% 환매 콜옵션 확보…시장 중요성·프랜차이즈 계약 특성 반영

이마트는 베트남시장에서의 완전 철수가 아닌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사업모델 전환을 꾀했다. 이마트가 손잡은 곳은 자동차 제조와 부동산 투자, 쇼핑몰 운영 등으로 유명한 베트남 타코(THACO·Truong Hai Auto Corporation)그룹이었다. 2021년 9월 이마트는 이마트베트남 지분 100%를 타코그룹에 138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이마트가 평가한 이마트베트남 지분가치와 일치한다. 출자총액 그대로 넘긴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마트가 타코그룹에 이마트베트남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동시에 거래종결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자본금의 최대 51%까지 환매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마트 측은 옵션계약의 세부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콜옵션의 구체적인 행사가격이나 행사기한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마트가 이마트베트남 경영권 지분을 되가져올 카드를 손에 쥐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콜옵션을 최대로 행사할 경우 이마트베트남에 대한 지분율은 이마트 51%, 타코그룹 49%로 공동기업(joint venture) 형태가 된다.

*이마트 베트남 2호점 살라점 내부. 출처: 타코그룹(THACO Group)

이는 베트남시장의 중요성과 더불어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이라는 사업모델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읽힌다. 콜옵션을 실제로 행사하지 않더라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안정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마트는 베트남 사업모델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한 상태다. 타코그룹이 이마트베트남 지분 전량을 보유하면서 이마트 브랜드 독점 사용과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 유통을 보장받는 형태다.

타코그룹 손에서 베트남 사업은 순항 중이다. 지지부진했던 이마트 베트남 2호점도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타코그룹은 유통 계열사 티소리테일(THISO Retail)이 호찌민시 또다른 중심가 투디엠(Thu Thiem) 지역에 건설한 쇼핑몰 티소몰(THISO Mall)에 이마트 살라점을 오픈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콜옵션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협의 하에 체결한 것으로 세부 계약사항은 밝힐 수 없다"며 "이마트는 현지 파트너사 타코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운영 노하우 컨설팅과 상품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가성비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베트남 현지에 알리는 수출 교두보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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