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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우투·미래에셋…네이버, CFO 따라 '각양각색'

③황인준에서 김남선까지…CFO별로 조달 파트너 바뀌어

원충희 기자  2023-09-08 14:09:18

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회사 간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네이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조달·재무전략이 천차만별로 바뀌었다. 그때마다 조달 파트너도 변했다. 2013년 NHN과 분리된 후 3명의 CFO가 이 회사의 재무라인을 주도했는데 네이버의 첫 CFO이자 지금은 라인(LINE) CFO로 활약 중인 황인준 부사장 때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사모펀드(PEF) 등을 모두 섭렵했다.

그의 후임이었던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 CFO 시절 회사채 등을 모두 상환하고 시장성 조달보다 은행권을 선호했다. 그 와중에 자본시장 파트너도 대우증권에서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으로 변했다. 현재 김남선 CFO의 경우 국내는 물론 외국계 금융사들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우투 출신 황인준 CFO, IB·PEF 모두 섭렵

2013년 8월 NHN과 결별하며 서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네이버의 첫 CFO는 황인준 현 라인 CFO다. 그는 NHN 시절부터 CFO로 활동했다.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크레딧스위스(CS),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상무 등을 거쳐 NHN으로 왔다.

NHN 시절부터 네이버의 자본시장 파트너는 우리투자증권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이 먼저다. 2002년 NHN 상장(IPO) 때 주역이었던 정영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장(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이 우리투자증권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네이버와 NHN의 분할 주선을 비롯해 2010년과 2013년 발행된 회사채 역시 우리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황 CFO가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출신이라는 점도 우연이 아니었다.


황 CFO는 회사채뿐만 아니라 PEF도 적극 활용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그는 NHN과 일본계 유니슨캐피탈, 스톤브릿지가 국민연금과 추진했던 코퍼레이트파트너십(corporate-partnership)펀드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때 김지훈 스톤브릿지캐피탈 대표의 참여는 황 CFO과의 친분이 계기가 됐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첨병이었던 일본 메신저 서비스 계열사 라인의 성공을 위해 신중호 대표를 비롯한 베스트 인력들을 투입했는데 황 부사장도 2016년 2월 라인 CFO로 자리를 옮겼다. 그 해 네이버의 최고 이벤트는 라인의 일본과 미국 동시상장이었다. 2016년 7월 뉴욕증권거래소,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IPO가 단행됐다.

2년 전인 2014년부터 준비됐던 이 프로젝트는 공모주 청약증거금이 2조7720억엔(당시 환율 31조6000억원) 규모의 빅딜이었다. 미국에는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JP모간이, 일본에선 노무라증권이 IPO 주관사로 활약했다. 그 중심에는 황 CFO가 있었다.

◇지분교환 계기로 미래에셋 '자본시장 파트너' 부각

라인으로 이동한 황 CFO의 뒤를 이어 2016년 2월부터 네이버 재무라인 키를 잡은 박상진 부사장(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해진 창업자와 같은 삼성SDS 출신으로 NHN에서 네이버까지 재무부서에서 근무했다. IB 출신은 아니지만 기업재무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그가 CFO로 재직하던 시절에 네이버는 자본시장을 낀 화려한 재무전략보다 은행권 차입을 선호했다. 박 CFO 체제가 들어선 이후 네이버는 한 차례도 공모채 발행이 없었다. 오히려 2013년 9월 발행분의 만기가 2016년 9월 도래하자 차환하지 않고 모두 갚았다. 2015년 11월 발행한 1500억원도 2018년 11월 만기가 되자 전액 상환했다.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AA)도 2018년을 기점으로 소멸됐으며 공모채 시장에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는 큰 M&A 딜 없이 보수적 재무전략을 유지하며 유망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 데이터센터 시설투자 등에 지출했다. 네이버의 역대 현금보유량 추이를 보면 박 대표가 CFO로 근무하던 중인 2017~2018년에 연결기준 4조원을 넘을 만큼 가장 많은 실탄을 쌓았다.

그의 재임기간 중 네이버의 빅딜이라 할 만한 건은 2017년 6월 미래에셋증권과 전략적 제휴 등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 혈맹을 맺은 것이다. 이때부터 미래에셋이 네이버의 주요 시장 딜에 손을 뻗었다.

그 해 8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총수 지정을 피하기 위해 보유지분 가운데 0.33%(11만주)를 주당 74만3990원(총 818억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블록딜 주관은 미래에셋대우에서 했다. 이 GIO와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 법인세일즈 부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요청했고 매각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현 김남선 CFO 체제에서 네이버의 조달 파트너는 미래에셋 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증권 등 외국계 금융사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M&A 측면에선 김 CFO의 식견이 높은 터라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나 미국 커머스 업체 '포시마크' 인수 때는 현지 자문사 외에는 별다른 어드바이저들을 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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