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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리밸런싱

NHN, 안현식 CFO '안전지향형' 포트폴리오 탈바꿈

⑨단기금융·채권 확대…광고선전비 340억 과다지출 만회, 주식 2000억 매각

손현지 기자  2022-12-28 07:08:51

편집자주

기업들이 예·적금 재테크에 한창이다. 고금리 기조에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해 정기예금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꿔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노리고 있다. 각사의 투자 전략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조명해 본다.
NHN은 게임 외에도 엔터테인먼트(NHN코미코), 결제·광고(NHN페이코), 커머스(NHN커머스)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2013년 네이버와 분할된 이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영향으로 현재는 연결종속기업만 총 91개다. 지분법 적용 회사(관계기업)까지 합치면 100개는 훌쩍 넘는다.

금융투자엔 진심인 편이다. 인베스트먼트 자회사를 별도로 뒀을 정도다. 현금을 그대로 예금상품에 예치해두기보다 복합금융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 다양한 투자로 금융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 중심에는 재테크 안살림을 맡아온 안현식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다.

고금리 시대에 어떤 투자전략을 취할까. 큰 방향성은 그대로지만 미세한 변화는 생긴 듯 하다. 주식 등 지분증권 비중은 줄이고 현금으로 확정가능한 채권이나 예금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올 들어 광고선전비, 인건비 투입 비중이 커지자 일정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파생상품 손실에도 금융수익 플러스 비결은

NHN의 유동자산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분기 1조4040억원까지 증가했던 자산규모는 3분기엔 1조2854억원으로 줄었고 비유동자산(1조7732억원)과의 격차도 커졌다. 주 원인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비중 축소다.


NHN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항목으로 복합금융상품, 수익증권, 펀드, 지분증권, 채권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 중 1년 내 현금화 할 수 있는 금융상품 보유량이 최근 줄었다. 특정금전신탁은 올 초 1594억원에서 9월 말 201억원으로, 수익증권은 670억원에서 138억원 감소했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13억원 발생했다.

시장가치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도 일부 반영됐지만 대부분은 자산 처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NHN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올해 1~9월까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처분으로 총 5347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전년 동기 3306억원 처분수익이 났던 것에 비하면 2000억원가량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평가손실은 240억원으로 작년 25억원에 비해 21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당장 시세차익을 누릴 목적이 아닌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의 일부도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3분기 중 데브시스터즈 지분 1.74%를 118억원에 팔아 얻은 99억원의 시세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분류했다. 또 티맥스소프트 지분 0.07%(3억원)을 팔아 1억원 상당의 이익을 냈으며 네오크레마와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지분을 처분해 각각 7억4700만원, 9300만원 상당의 매각차익을 남겼다.


재테크 성적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금융상품을 운용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511억원으로 이자비용(365억원)보다 많다. 물론 이자비용이 전년동기(165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급증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율 변동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금융수익에는 지분 매각수익과 더불어 해외법인 영업과정에서 환차익도 반영됐다.

◇광고비용 과다…현금 '영끌' 총력

NHN은 매년 현금 규모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운용방식에서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만기가 3일 정도로 짧은 초단기상품 투자용으로만 보유할 뿐 정기예금상품으로는 예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엔 소폭의 변화가 감지된다. 만기가 3개월~1년 짜리 단기금융상품의 규모는 올 초 427억원에서 9월 말 607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만기 1년 초과 장기금융상품 보유액도 9억원에서 35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예금금리가 인상하면서 쏠쏠한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만큼 활용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현금사용처도 달라졌다. 과거엔 돈이 생기면 주식이나 채권을 사거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로 지출을 최소화했다. 오히려 주식을 매각하거나 장단기 대여금 회수, 관계기업 지분까지 매각하면서 현금을 끌어모으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올해 1~9월 투자활동을 통해 57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770억원 현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관계기업들 중 수익이 저조한 일부법인 지분을 매각했다. 3분기 중 케이더봄의 지분 전체를 4억3900만원에 처분해 1억3500만원 매매차익을 남겼다

이유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서다. 안정적인 웹보드 게임 사업으로 현금이 지속 유입되고 있지만 올해는 마케팅 비용도 과하게 지출했다. '한게임'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이병헌·정우성·조승우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광고선전비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 200억원이 넘는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340억원까지 치솟았다.

광고비용을 아끼지 않은 건 핵심 사업마다 과도기인 만큼 마케팅 서포트가 절실하다고 판단해서다. 올해 웹보드 게임의 경우 규제완화 조짐을 보였다. NHN코미코는 프랑스에 론칭했으며 페이코는 내부적으로 실적개선 과제가 부여된 상황이라 마케팅이 절실했다.

6개 법인 투자를 위한 자금도 필요했다. 제나두엔터테인먼트, 유주얼미디어, 스토리펀치, LSC, 위너플레이, KAMP Global, Inc.등의 지분을 152억원에 신규 취득했다.

이후 안 CFO는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연결대상 자회사를 2024년까지 60여곳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NHN은 환금성이 높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평년 수준인 6000억원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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