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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미래 협업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⑧삼성전자 윤준오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신규 선임...101개 경영참여 회사 중 유일

문누리 기자  2023-09-22 15:58:27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로봇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코로나19 전부터 미국 연구개발(R&D) 센터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서 요리용 로봇 팔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로봇 산업 관련 R&D에 진심이었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건 코로나19 이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8월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그때부터 삼성전자는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투자 촉각을 집중해왔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레인보우로보틱스다. 현재 삼성전자는 총 140개 회사에 출자하고 있고 이 중 경영참여 목적은 101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다른 100곳과 달리 유일하게 삼성전자 현직 부사장을 이사회에 선임했다. 삼성전자로선 이례적인 행보다.

여기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과 협업하는 음료로봇 프로젝트 등 협동로봇 개발을 위해 정관까지 변경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AI를 적용한 로봇을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업 범위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매도청구권(콜옵션)을 갖고 있는 점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을 현재의 14.99%에서 59.94%까지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레인보우로보틱스 기타비상무이사로 동참하게 된 시기는 올해 3월 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주주총회를 열고 재선임하는 이정호 대표이사와 허정우 기술이사, 임정수 기술이사 외에 윤 부사장을 신규선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추진하면서 이사선임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10.3%을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한 첫 케이스였다.

이후 두 달만에 삼성전자는 또다시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선다. 올 3월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4.7%를 277억8365만원에 추가 매수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총 14.99%(285만4136주)로 늘었다.

이때 삼성전자는 주주간 계약을 새로 체결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콜옵션 권한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전부 행사할 경우 보유 주식이 1140만4575주로 늘면서 지분율이 59.94%가 된다. 사실상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사업 결정 권한과 영향력 확대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선임권까지 부여받으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업과 경영 방향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앞서 원익IPS, 솔브레인 등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처의 경우에도 전직 삼성 인사들을 다수 이사회에 선임해왔다. 예컨대 원익IPS의 이현덕 대표이사는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이문용 이사회 의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장을 거쳤다. 솔브레인의 경우에도 노환철 대표이사를 비롯해 다수의 임원이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등 출신이다.

하지만 현직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한 사례는 그동안 전무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회에 처음으로 현직 부사장을 앉힘으로써 로봇 사업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선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고 인력도 10배 넘게 늘렸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인수했던 올해 3월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이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단체급식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에 나섰다. 정관 내 사업목적으로 무인판매업과 자판기운영업을 추가한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측은 협동로봇을 이용한 음료로봇 플랫폼 테스트 과정 중 내부적으로 해당 테스트베드를 활용해보기 위한 일련의 절차 중 하나로 사업목적을 추가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후 삼성웰스토리와의 협력 과정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급식 조리에 최적화된 로봇팔을 추가로 개발하게 된다. 여기에 서빙·안내로봇 등 서비스형 로봇의 사용성 평가와 신규 로봇 테스트도 진행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입장에서도 삼성전자 투자는 회사 재무건전성 방어에도 도움이 됐다. 2020년 72.91%였던 연결 기준 레인보우로보틱스 부채비율은 2021년 33.35%, 2022년 23.82%에서 올해 유상증자 이후 상반기 말 3.6%까지 내려왔다.

부채총계는 2022년 말 147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8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었고 반대로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1348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로봇 개발 업체 특성상 자금 조달과 현금흐름 방어가 쉽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의 투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연구개발에 속도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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