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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플라스틱 현금흐름 '키' 재고자산, 2년 만에 감소

올해 실적 정체에도 NCF 플러스 유지…재고자산 관리 효과

김동현 기자  2023-09-22 15:28:52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코오롱플라스틱의 핵심 제품군인 폴리옥시메틸렌(POM)은 내마모성·내열성을 강점으로 앞세워 주로 자동차·전기전자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전기차 시대의 개화와 함께 자동차 경량화를 추진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인 POM 사업도 따라 성장했다.

지난 2년 동안 호황기를 보낸 코오롱플라스틱의 재고자산 역시 생산량 확대에 따라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1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재고자산 증가가 곧 운전자본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코오롱플라스틱은 재고자산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재고자산 증가세가 일부 꺾였다. 그결과 불안한 전방산업 업황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극적으로 증가한 재고자산, 반품자산 인식도

2010년대 들어 코오롱플라스틱은 공격적으로 POM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POM의 주 수요처인 자동차·전기전자 산업의 계속되는 성장세에 맞추기 위한 행보로 2012년 기존 2만7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5만7000톤으로 키웠고 2018년에는 독일 바스프와 합작해 7만톤 규모의 POM 생산능력을 추가했다.

그결과 2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던 매출은 2018년 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POM 가격 상승과 함께 2021년(4053억원)과 2022년(5181억원)에는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POM 강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 시기 POM 가동률도 끌어올려 90%대 수준이던 가동률이 111.8%(2021년), 105.9%(2022년)로 100%를 넘어섰다.


다만 가동률 상승은 재고자산이 불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2020년 518억원 수준이던 전체 재고자산 규모는 2021년 100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이 시기부터 재고자산 내부 항목에 반품자산을 인식했다.

반품자산이란 매출액 중 일부 반품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재고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코오롱플라스틱이 반품자산을 재고자산 항목에 넣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2021년 1002억원 규모의 재고자산 중 반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1.6%)이 크진 않았지만 회사 입장에선 관리할 항목이 늘어난 셈이다.

재고자산 증가는 운전자본 부담으로 이어지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제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2021년 실적 상승과 함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 역시 전년(189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7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의 실질 현금창출력을 가르는 지표인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같은 기간 37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줄었다. 운전자본투자 항목이 334억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NCF는 OCF에서 운전자본투자 등을 제외한 수치로 운전자본투자 항목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2021년에 이어 호황기가 이어진 2022년에도 OCF는 569억원까지 올라가며 최고치를 찍었지만 운전자본 부담 역시 따라와 NCF는 31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코오롱플라스틱의 재고자산 규모는 1080억원으로 2년 연속 1000억원을 웃돌았다.


◇불어난 재고자산 관리, 운전자본투자 마이너스 전환

올해 경기둔화 우려로 자동차·전기전자 등 고객사들이 재고관리에 나서며 코오롱플라스틱 실적도 상반기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매출은 238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256억원)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 줄어든 19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코오롱플라스틱 역시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해 재고관리에 주력하며 NCF를 플러스로 유지했다. 앞선 2년 동안 100%를 웃돌던 가동률은 올 상반기 86.2%까지 내려갔고 전체 재고자산 규모 역시 926억원으로 3년 만에 100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상품, 원재료 등 세부 항목 전반적으로 그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169억원이던 상품 항목은 107억원까지 줄었고 200억원에 육박하던 원재료 재고자산 역시 100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2021년 등장한 반품자산 항목이 전체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재고자산 감축 노력이 더해진 결과, 운전자본투자(-57억원)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 덕에 상반기 기준 OCF는 193억원에 불과했지만 운전자본 부담이 덜어지며 NCF는 반대로 25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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