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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주력사 경영 책임지는 '신세계그룹 재무라인'

⑤CFO 출신 CEO 적극 활용, 이마트 등 주요계열사 배치

박규석 기자  2023-10-05 11:00:44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세계그룹은 회사 경영에 재무라인을 적극적으로 중용한다. 이들 대부분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계열사 겸직도 활용하고 있다. 재무와 더불어 경영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만큼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재무수장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신세계그룹의 인사 코드는 지난달에 단행된 '2024년도 정기임원 인사'에서도 짙게 묻어났다. 대표이사로 내정된 7명의 인사 중 3명이 재무파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라인에 속하는 3명 중 2명이 그룹 내 핵심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대표에 오른 부분은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했다.

◇박주형·한채양·이석구 '재무·관리·경영' 겸비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와 이마트,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3사는 CEO가 교체됐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각각 박주형 대표와 한채양 대표를 중용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경우 직전까지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를 지냈던 이석구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모두 재무라인 출신 인사라는 부분이 공통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박 대표와 한 대표는 타법인 대표를 겸직하는 반면 이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만 총괄한다. 신세계그룹 내 주요 인사를 배출하는 전략실 출신 여부에서도 박 대표와 한 대표는 관련 조직에 몸담았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박 대표의 경우 이마트와 더불어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도 함께 맡는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그가 2016년부터 이마트 대표를 맡기 전까지 몸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 등 총 3개 법인을 겸직한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도입한 'One 대표 체제'다. 오프라인 유통사업군을 한 명의 CEO가 총괄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신세계와 이마트 입장에서는 CEO의 권한과 책임,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지만 그룹 내외부에서는 박 대표와 한 대표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 인사 모두 재무와 회계를 토대로 경영과 기획의 영역까지 전문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들의 지난 이력을 통해 일정 수준 가늠할 수 있다.

1959년생인 박 대표의 경우 동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에 신세계 인사과로 입사했다. 이후 2002년 3월 경영지원실 경영관리팀 수석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상무와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 이마트부문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 신세계 지원본부장 겸 신규사업본부장, 센트럴시티 대표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이마트의 경영을 총괄하는 한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경영을 조율하는 전략실에 오래 몸담은 게 특징이다. 신세계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는 전략실 관리총괄(현 재무본부)을 지내기도 한 만큼 관련 부문의 전문성은 사실상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한 대표는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 학사를 졸업했다. 2009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관리담당 상무보를 시작으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현 전략실) 기획관리담당과 전략실 관리팀 상무,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전략실 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지냈다.

◇인사 폭풍 피한 이주희·손정현·이인영

신세계그룹의 2024년도 인사는 주요 경영진이 대거 바뀐게 특징 중 하나다. 대표이사의 약 40%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성과총력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이마트 등 핵심 계열사가 주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재무라인 출신인 이주희(신세계건설 레저부문), 손정현(스타벅스), 이인영(쓱닷컴) 등 3명의 대표이사는 인사 폭풍을 피할 수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연임 배경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성과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만큼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경영의 신뢰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희 대표는 1965년생으로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신세계 경영기획실로 입사했다. 이후 약 30년 가까이 그룹 내에서 재무와 기획을 주로 담당했다. 그룹 전략실 출신 인사로 2013년 말 전략실 홍보담당 상무가 시작이다. 이후 이마트 경영총괄부문 재무담당 상무와 신세계푸드 관리담당, 전략실 기획총괄, 이마트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지원총괄 등을 엮임했다.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로는 2020년 10월에 중용됐다.

레저부문은 신세계건설의 골프 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자유CC와 트리니티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스타필드 하남, 고양, 안성의 아쿠아필드 사업과 센텀시티 스파랜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레저부문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크지는 않다. 다만 이주희 대표 선임 이후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업황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관련 문제를 탄력적으로 대응한 그의 역량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정현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대표는 재무와 IT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게 특징이다. 그는 1968년생으로 고려대 무역학과를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경영대학원 왓튼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7년 SK텔레콤 Alliance & Investment팀으로 입사했으며 2015년 신세계아이앤씨로 지원담당 상무를 맡으며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세계아이앤씨 IT사업부장 전무와 대표이사를 거쳐 2022년 10월에 현재 자리에 올랐다.

손 대표 부임 당시 스타벅스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속화된 비대면 소비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IT시스템 구축과 인력 충원, 서비스 개발 등으로 바빴다. 사업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 수익 감소와 커피 원두 가격 상승 등의 여파를 줄여야 했고 발암물질 논란으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집중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스타벅스는 손 대표의 지휘 아래 비용 통제와 매장 확대,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매장 수의 경우 올해 1분기 1813곳에서 2분기 1841곳으로 28곳 증가하기도 했다. 매출 또한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70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6659억원 대비 411억원 늘기도 했다. 다만 환율 상승과 원가 부담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1년 새 111억원 줄어든 364억원에 머물러야 했다.

이인영 쓱닷컴(SSG닷컴) 대표는 올해 3월에 부임한 만큼 이번 인사 대상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2024년도 인사에서 공동대표였던 강희석 대표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만큼 향후 이인영 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인영 대표의 과제는 적자 폭 축소와 이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 확보로 보인다. 이커머스 사업의 특성상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재무전문가인 이인영 대표를 중심으로 향후에는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는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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