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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투자재원 사수' 엔씨소프트, '안정추구' 운용기조 전환

단기금융상품, 유동성 대비 '30→50%' 상향…FVPL 비율 '60→30%' 조정

박동우 기자  2023-11-17 15:14:1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2조원대 유동성을 보유한 엔씨소프트 경영진의 과제는 '투자재원 사수'다. 기존 게임사업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을 길은 인수·합병(M&A)에 있다는 판단과 맞물렸다.

본연의 현금창출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최근 1년새 유동성 규모가 4000억원 줄었다. 자연스레 유동성 운용 기조가 변화를 맞았다. 손실을 감수하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벗어나 '안정 추구형'으로 달라지는 모양새다.

전체 유동성에서 단기금융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동안 30%에서 50%로 상승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큰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비율은 60%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1년새 4000억 유동성 감소, 게임사업 현금창출력 위축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유동성은 1조9452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FVPL 등을 더한 금액이다. 지난해 9월 말 2조3505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17.2%나 줄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건 본업만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역량이 위축된 대목과 맞물렸다.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245억원으로 매출의 10.2% 규모였다. 작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27.6%와 비교하면 17.4%포인트(p) 내려갔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2022년 1~3분기 6183억원에서 올해 998억원을 기록하며 순유입액이 급감했다.

대표작 '리니지'와 비슷한 유형의 모바일·온라인 게임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한 영향이 결정적이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저하되는 게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리니지의 뒤를 잇는 인기 게임이 등장하지 않은 한계도 작용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원준 부사장을 위시한 경영진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힘을 쏟았다. 전체 유동성에서 단기금융상품이 구성하는 비율을 끌어올린 조치가 대표적이다.

2022년 9월 말 단기금융상품은 7027억원으로 유동성 2조3505억원에서 29.9%(7027억원)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 말에는 단기금융상품 비중이 53.1%(1조331억원)까지 상승했다. 반면 FVPL의 유동성 구성비는 같은 기간 62.3%에서 32.6%로 29.7%p 하락했다.


◇손실위험 회피, M&A 대비 필요성 부각

단기금융상품에 방점을 찍은 여윳돈 운용 기조는 투자활동현금흐름 내역에서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3년 1~3분기 단기금융상품 증가액은 1조9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8025억원 대비 2배 넘게 불어났다. 현금 유입을 뜻하는 감소분은 지난해 같은 기간 5251억원과 견줘 4배 가까이 불어난 1조9383억원으로 집계됐다.

FVPL 취득·처분 규모가 2022년 3분기 누적 7조4734억원에서 올해 3조1935억원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단기금융상품과 FVPL을 겨냥한 접근법이 달라진 건 손실 위험을 줄여 안정적으로 현금을 축적할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처음 취득한 금액과 비교해 결산 시점에 측정한 시가에 따라 순이익에 영향을 주는 자산이 FVPL이다. 엔씨소프트의 유동 FVPL은 채무상품으로 단기 매매차익 실현을 염두에 뒀다. 2022년 1~3분기 금융비용 내역을 살피면 FVPL 평가손실이 452억원, 처분손실이 81억원이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3119억원 순유출로 집계됐다.


순이익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양전환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회수 안전성이 뚜렷한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 운용 무게추가 쏠리는 건 필연적이었다.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어음관리계좌(CMA) 등이 단기금융상품에 속한다.

위험 감수를 벗어나 안정 지향으로 유동성 운용기조가 선회한 건 유망한 기업을 인수할 필요성이 부각된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달 열린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홍원준 CFO는 "게임 관련 M&A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의미를 가져올 수 있는 M&A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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