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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임원 잇따른 논란 그 후…'다층적 통제' 화두

[사회적 책임]⑨의사결정·경영활동 사전 '심의·검토' 초점…CA협의체·준신위 역할 부상

박동우 기자  2024-04-25 08:22:43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지난해 기업집단 카카오는 재무 임원들이 법률 위반 이슈와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으로 잇달아 논란을 빚으며 곤욕을 치렀다. 재발 방지책의 화두로 '다층적 통제'가 떠올랐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복수의 독립적 기구가 검토를 수행하면서 위법 사항이 발생할 여지를 없애는 내용이 골자다.

경영 활동을 사전 심의하는 조직을 발족하고 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계열사 주요 현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CA협의체'와 윤리경영 지원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역할이 부상한 배경이다.

◇투자 프로세스 개선, 법규준수 의지 반영

올해 2월 카카오 사내이사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사진)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둘러싼 논란에 연루돼 지난해 11월에 기소됐기 때문이다. 2023년 2월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공개매수를 추진할 당시 의사결정이 문제로 불거졌다.

경영진이 사법 리스크에 연루되자 카카오는 후속조치 마련에 나섰다. 먼저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는 '투자 및 인수 관련 내부통제 강화 절차 승인안'을 가결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투자 자산을 취득·처분할 때 거래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승인 절차도 강화했다"고 명시했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과제도 수립했다. 카카오 이사회가 투자 활동을 둘러싼 사내 프로세스를 점검한 결과 다층적인 검증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해 2월에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가 △신규 투자 집행 △외부 투자 유치 △지분 매각 △지배구조 변동 등의 현안을 둘러싼 위험 요인을 사전 검토하는 방안을 채택한 배경이다.

다층적 통제 아이디어가 부상한 건 법규 위반이 발생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사내 경영진이 내리는 판단이 법률 준수와 타당성 관점에 부합하도록 보조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복수의 독립 기구에 감독권을 보장해 주요 사안을 교차 검증하면 의사결정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함께 녹아 들었다.


CA협의체는 계열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 올해 1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정신아 대표가 공동의장으로 취임했다. 기구 내부에는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 등 5개 위원회가 포진했다. 특히 전략위가 투자 건을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현재 전략위원장은 정 대표가 맡고 있다.

투자 안건을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에 보고하는 원칙도 공표했다. 준신위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윤리경영 지원에 초점을 맞춘 독립기구로 위원장 김소영 전 대법관을 포함한 7인으로 구성해 지난해 11월에 발족했다. 주식시장 대량거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내부거래를 둘러싼 의견을 제시하는 기능이 부여됐다.


◇조사·권고 기능 부여된 준신위, 실효성은

준신위의 역할은 단순히 의견 제시에 국한하지 않는다. 법규 준수 의무를 위반한 사항이 드러날 경우 직접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권한까지 확보했다. 조사권이 부여된 배경은 지난해 9월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사진)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맞물렸다.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회삿돈 1억원을 쓴 사실이 내부 직원 신고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상임윤리위 회의를 거쳐 김 전 그룹장에게 3개월 정직처분과 보직해임 조치를 내렸다. 김 전 그룹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게임즈 등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 직책에서도 물러났다.

준신위는 협약을 맺은 계열사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를 대상으로 준법감시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권고하는 과업도 수행한다. 올해 2월에 권고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책임경영 기반 조성, 윤리적 리더십 확립, 사회적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권고안에는 경영진이 위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대비해 배상책임 기준을 수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 추구 가치, 공정, 소통,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준수 항목으로 삽입한 '경영진 행동 준칙'을 제정하라는 요청사항도 포함됐다.

M&A와 IPO 등을 추진할 때는 반드시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설계해야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기업 주가 하락 우려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상공인과 상생을 염두에 두고 목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권고도 함께 발표했다.


다만 준신위 권고 중에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달에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 CTO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준신위는 경영진 선임과 관련한 평판 리스크 해결 방안을 수립하라고 카카오에 권고했다.

정 전 CTO가 2021년 8월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76억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해 논란을 촉발한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달 1일자로 정 전 CTO를 본사 CTO로 공식 임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준신위 권고는 이해하지만 업무 경험이 탁월하고 보유한 전문역량이 자사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CTO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준신위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평판 리스크 해결 방안 수립을 계속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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