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업계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뉴스가 하나 있었죠. 바로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카카오는 작년에 매출 8조원 넘기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요. 올 1분기도 분위기 좋고요.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주요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기류예요.
카카오게임즈를 매각하고 카카오헬스케어는 차바이오그룹 투자유치를 통해 경영권을 넘기고 다음 팔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도 시장에서는 계속 매물 후보로 언급되고요
대체 카카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카카오 그룹의 재무 흐름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 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카카오는 어떻게 거대 플랫폼이 됐나
원래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회사였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게임, 엔터, 모빌리티, 금융, 헬스케어까지 들어갔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걸까요.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플랫폼 트래픽.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기반으로 신규 서비스를 붙이면 초기 이용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죠.
두 번째는 외부 투자인데요.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내부 현금만으로 성장한 회사가 아니에요. 오히려 공격적으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자회사를 상장시키고, 다시 그 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였습니다. 계속 자회사를 키워서 IPO시키고 또 투자 받는 방식이죠.
카카오가 크게 성장했던 2020~2021년 초저금리 시절에는 성장성만 보여줘도 시장이 엄청난 기업가치를 인정해줬어요. 적자여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카카오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굉장히 올라갔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때 기업가치가 8조원 이상 평가됐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투자 유치 과정에서 10조원 이상 가치가 거론됐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가치들이 대부분 '미래 기대'였다는 겁니다.
◇금리 상승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거죠. 그 시점이 2022년 이후 금리가 급등한 때였던 것 같은데요. 202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이 갑자기 '성장'보다 '현금흐름'을 보게됐거든요. 그러자 카카오식 확장 모델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밸류는 치솟았는데 카카오 계열사 상당수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카카오게임즈는 한때 '오딘' 흥행으로 엄청난 실적을 냈어요. 하지만 2022년 이후 신작 성과가 둔화되고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장 기대치가 낮아졌죠.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26%나 줄어서 4600억원대까지 떨어졌고. 영업손실이 약 4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습니다. 장부에 찍힌 이 숫자보다 무서운 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점이에요. 물건을 팔아도 수중에 남는 현금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카카오게임즈는 흥행이 끊기면서 본업에서 현금을 못 벌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2026년 들어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같은 보도가 계속 나오는 거고요. 카카오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입니다. 라인게임즈 쪽으로 매각하면서 이제 카카오 연결재무에서 빠지게 됐죠.
카카오헬스케어는 또 어떨까요. 신사업이라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곳인데요. 성장세는 꽤 빠릅니다. 매출이 18억에서 230억까지 뛰었으니까요. 그런데 적자 폭이 매출보다 훨씬 큽니다. 작년만 해도 400억 가까운 적자를 냈는데, 카카오 본사가 작년 한 해만 세 번이나 유상증자에 참여해서 수혈해 줬거든요. 결국 'AI 투자할 돈도 부족한 상황에서 얘들까지 우리가 계속 안고 가야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겁니다.
'우량주' 모빌리티와 '덩치 큰' 엔터, 왜 매물 거론?
그런데 가장 의아한 건 카카오모빌리티예요. 여기는 돈 잘 벌고 있거든요. 작년에 영업이익만 1100억 넘게 찍었고요. 사실 모빌리티는 나빠서 파는 게 아니라, 좋으니까 팔 수 있는 자산이에요.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플랫폼 규제 리스크와 사회적 반발 때문에 수익화 속도를 마음대로 올리기 어렵거든요. 그리고 모빌리티 사업은 생각보다 고정비가 큽니다. 기사 인센티브, 운영비, 신규 서비스 투자 비용이 계속 들어가니까요. 게다가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금 AI 투자 실탄이 절실합니다.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우량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전략이죠.
규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죠. 분식회계 논란으로 과징금도 꽤 세게 맞았고요. 금융당국 제재까지 있고, 택시업계와의 갈등 같은 규제 비용이 너무 커요. 수익은 나는데 그룹 전체의 평판이나 지배구조에 부담을 준다면, 차라리 좋은 값 받고 넘기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계산이겠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어떨까요. 사모펀드나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를 받고 SM엔터까지 인수하면서 덩치가 상당히 커졌는데요. 여기는 자본 효율성의 문제예요. 그동안 M&A를 너무 많이 하면서 몸집을 불리다 보니, 무형자산 손상이나 금융비용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 엄청나거든요.
카카오 입장에서는 매출만 크고 실속은 없는, 소위 '가성비 낮은 자산'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별도 매출은 1조원이 넘지만 이상하게 순이익은 계속 적자고, 2023년에는 영업이익을 400억원 냈는데 순손실이 1조원을 넘기도 했거든요.
콘텐츠 사업 특성상 제작비와 IP 투자 비용이 엄청 크죠. 웹툰·드라마·음원·매니지먼트까지 확장하면서 계속 자금이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콘텐츠 시장 냉각이 오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성이 안 나왔던 겁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2021년에는 흑자 영업에도 순손실, 2022년에는 부채비율이 113%로 치솟으며 레버리지 상승, 2023년에는 대규모 평가손실로 조 단위 당기순손실이 났고요. 작년에는 손실이 축소됐지만 매출이 둔화됐습니다. 그러니까 시장은 '너희들이 성장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돈은 언제 버는데?' 이렇게 보기 시작한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배구조
사실 카카오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붙는 단어가 있죠. 문어발, 복잡한 지배구조, 사공 많은 배. 이런 거버넌스 이슈인데요. 카카오는 지주회사 체제와는 조금 다르게, 핵심 법인 아래 수많은 투자 법인과 자회사가 연결된 구조였어요. 그리고 계열사들이 또 다른 회사를 투자하거나 인수하면서 구조가 계속 복잡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부거래 이슈도 많이 나왔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가맹 구조와 수수료 문제로 공정위 조사와 사회적 비판을 많이 받았고, SM엔터 인수 과정에서는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졌죠. 이런 사건들은 단순 이미지 문제가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 지배구조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요인이에요.
한국 증시에서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런 데서 발생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은 성장하는데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계열사 간 이해관계도 불투명하고, 규제 리스크도 크네'라고 여겨지니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되는거죠.
또 카카오가 예전에는 혁신 기업 이미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규제와 정치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간 느낌도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원래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독점력이 강해지는데, 카카오는 생활 영역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사회적 반감이 커졌거든요.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 예약, 웹툰, 콘텐츠, 금융까지. 그러니까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서는 규제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거죠.
◇모든 길은 결국 AI로 간다
그래서 지금 카카오가 계열사를 정리하는 건, 단순 구조조정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운데요. 핵심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예전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서 여러 사업을 동시에 키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본시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투자자들은 이제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가 뭐냐? 실제로 돈 버는 사업이 뭐냐?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진 거죠.
카카오는 이제 AI 투자도 해야 하고, 클라우드 경쟁도 해야 하고, 카카오톡 플랫폼 자체도 계속 유지·고도화해야 합니다. 지금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B200 GPU를 2400장 넘게 들여오겠다고 선언했잖아요. 장비 값만 해도 수천억원이고, 데이터 센터 운영비까지 하면 조단위 투자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수익성이 불확실한 비핵심 사업까지 다 끌고 가기엔 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연결 실적이 사상 최대인데도 본사 유동비율은 100%를 밑돌 정도로 빠듯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자회사들 수혈을 해줘야 하니까요. 아이러니한 건, 이게 한때 카카오 미래 먹거리라고 불리던 사업들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와 실제 현금흐름은 다르죠. 특히 지금처럼 고금리 환경에서는 언젠가 돈 벌 사업보다, 지금 돈 버는 사업의 가치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카카오 입장에서는 부채 관리와 투자 효율 개선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됐어요.
◇카카오의 다음 시나리오
앞으로 카카오는 어떻게 될까요? 다시 성장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예전 방식과는 달라질 겁니다. 예전 카카오는 확장 중심이었어요. 일단 시장을 선점하고 계열사를 늘렸으니까요. 다만 그 정도 체력을 갖추기 전에 너무 빠르게 확장한 게 문제입니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는 가능했던 전략이, 지금은 유지되기 어려웠던 거죠.
이제 문어발식 플랫폼을 포기하고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모든 자본을 집중하겠다는 분위기인데요.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복잡한 계열사 관계를 단순화해서 효율을 높이려는 CA협의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 같습니다.
현재 핵심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해서 카카오톡, 광고, 커머스, 금융 같은 안정적 수익 사업에 집중하고 자체 언어모델과 AI 서비스를 계속 투자하고 있는데, 이 분야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될 겁니다. 또 지배구조 단순화.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복잡한 투자 구조와 계열사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 있겠죠.
정리해보면,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는 단순한 구조조정이라기보다 저금리 시대 성장 모델의 종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성장성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지금 시장은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거든요.
카카오 역시 이제는 무한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데요. 확보한 현금을 AI 투자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얼마나 단순화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카카오의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