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올해 초 다음 사업을 완전히 떠나 보냈다. 국내 AI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 지분을 취득하는 대가로 다음 운영사 지분 100%를 양도했다. 책정된 다음 가치는 2000억으로 10년 전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인수가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가격에 지분을 넘겼지만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입장에선 처분이 어려웠을 비핵심자산을 유망 AI사업체 지분과 맞바꾸는 거래였기 때문이다.
다음의 유산으로 보유하게 된 업스테이지 지분은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X에게 중요한 현금 조달 창구가 될 전망이다. 업스테이지는 현재 자본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최대 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기대받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업스테이지 보유 지분 가치는 5000억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금 조달 통로가 많지 않은 카카오X에게 요긴한 재원이 될 수 있다.
◇합병 시점 대비 기업가치 5분의 1수준, AI 유망주와 저울질 카카오는 인적분할을 단행하기 이전 올해 초 다음 운영사인 AXZ를 매각했다. 인수자는 국내 AI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로 카카오가 AXZ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넘기고 이에 상응하는 업스테이지 지분을 약 10%를 획득하는 구조였다. 해당 과정에서 산정된 AXZ, 다음 사업의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2000억원은 10여년 전 다음과 카카오 간 합병 시 산정됐던 다음 기업가치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인식했던 영업권과도 큰 괴리가 있다. 카카오는 당시 다음 운영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이후 인터넷포털서비스 관련 영업권을 1조4000억원 규모 반영했던 바 있다. 해당 영업권은 다음 양도 직전까지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계상됐다.
카카오가 그간 재무상에서 관련 영업권 손상을 매우 보수적으로 반영해오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내부에서 인식해온 다음 사업 가치는 훨씬 낮았던 셈이다. 실질 가치 대비 영업권 손상이 적었던 것은 손상차손으로 회계상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경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성한 카카오 입장에서 PC·웹 중심의 포털 서비스인 다음의 활용도는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구글 등 국외 검색엔진의 유입과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도태됨에 따라 신규 유저 유입이나 광교 효과 등도 기대가 힘들어졌다. 오히려 규제 등 관리 문제를 부르는 비핵심자산에 가까웠다.
이와 달리 인수 협상 시점에서 업스테이지는 국내 유망 AI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서 주목받고 있었다. 기업가치만 1조원 이상으로 책정됐던 만큼 업스테이지 지분과 저울질할 때 다음에 상당한 수준의 할인이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카카오는 다음 매각 대가로 반기보고서 기준 업스테이지 지분 8.4%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 관점에선 보유와 처분 모두 난이도가 있었던 비핵심 자산, 사업을 AI 유망 스타트업 지분과 맞바꾼 만큼 효과적인 거래였다. 특히 업스테이지는 최근 국가 차원에서 진행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도 LG 같은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울러 젠스파크 등에도 탑재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현금 창출력 불확실, 투자자산 엑시트·양도 등으로 재원 채운다 인적분할이 추진되는 현재 시점에서 카카오의 다음 매각은 카카오X에게 유의미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공시된 계획서 기준으로 카카오는 자산 중 당기손익·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FVOCI) 전액을 카카오X에 분할한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의 업스테이지 지분은 카카오AI가 아닌 투자회사인 카카오X가 보유한다.
업스테이지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하반기 중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와 관련 업계에서는 업스테이지 기업가치를 최대 5조원까지 평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카카오X가 보유할 업스테이지 지분 가치는 IPO 직후 5000억원 수준으로 약 2.5배 불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X는 분할 이후 연간 매출 규모가 지난해 기준 2020억원에 불과하다. 산하 자회사 중 대규모 배당이 가능한 기업도 많지 않아 자체적인 조달 창구가 불확실하다. 인적분할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존속법인 흡수합병 전후 현금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보이나 주주가치 제고 전략도 내놓은 만큼 이에 대비해 상당한 수준의 재원을 축적해야 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업스테이지가 높은 기업가치로 IPO에 성공할 경우 카카오X는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조달할 길이 열린다. 카카오와 업스테이지는 지분 매각 시 업스테이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삽입했지만 해당 조항은 업스테이지가 상장되는 시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3년 경과 시 무효화된다.
카카오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카카오X에 디케이테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카카오AI 관련 기업 지분도 몰아준 상태다. 향후 양도 등 방법을 통해 앞선 기업 지분을 현금창출력을 가진 카카오AI로 이동시키고 이에 상응하는 현금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X에서 보유할 업스테이지 지분도 향후 카카오AI로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