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X와 카카오AI로 본사를 나누는 가운데 이번 개편의 키 플레이어는 투자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맡게 됐다. 올해 두나무 구주 매각으로 큰 현금을 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본사 개편에 발 맞춰 물적분할, 카카오X로의 흡수합병을 진행한다. 해당 과정에서 두나무 구주 매각 대금 등 상당수 자금이 카카오X로 흘러들어올 전망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여기에 더해 카카오X가 지주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하는 필터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도 높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카카오 산하 자회사 중 장부가액이 가장 크다. 물적분할로 존속법인에 대규모 자산을 남기고 흡수하면 신설법인의 장부가액 규모가 크게 낮아지는 등의 효과로 카카오X가 지주사 요건을 회피할 수 있다.
◇1조6000억 두나무 구주 매각 대금, 대부분 카카오X 흡수 유력 카카오는 지난 21일 인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기존 카카오를 내년 1월 존속법인인 카카오X와 신설법인인 카카오AI로 나눈다. 핵심 플랫폼 카카오톡, AI 사업은 카카오AI에서 가져간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회사로 남는다. 카카오AI는 수장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맡으며 카카오X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끈다.
카카오 인적분할에서 실질적인 키 플레이어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다. 인적분할 이후 김 대표가 카카오X 수장으로 이동하며 정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도부터 이번 개편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가진 중요도를 보여준다.
아울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 인적분할에 앞서 물적분할, 존속법인의 카카오X로의 흡수를 거치면서 투자 자금 산파 역할을 맡는다. 기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물적분할 과정에서 카카오X인베스트먼트로 바뀌고 카카오X에 합병된다. 신설법인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기존 이름과 투자사업을 계승하며 카카오X의 자회사가 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물적분할에서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의 자산 배분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보유 자산의 상당수는 존속 법인에 남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선 전망은 김 대표가 카카오 인적분할 설명회에서 남긴 주주환원 정책 설명에서 기인한다.
김 대표는 해당 자리에서 카카오X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두나무 투자 회수 대금을 기반으로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올해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으로 두나무 구주를 매각하며 회수했던 1조6000억원 규모 투자금 상당수는 카카오X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상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보유자산은 2조7693억원이다. 같은 시기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으로 두나무 보유 지분을 1조4758억원으로 계상했다. 전체 자산 중 두나무 지분이 과반이었던 셈으로 이를 고려하면 기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산 절반 이상 규모의 현금이 카카오X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보다 낮아질 신설법인 장부가액, 자회사 지분 비중 절감에 영향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역할은 두나무 투자 회수금을 카카오X에 전달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X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흡수는 대규모 이익 배당보다 흡수합병 후 보유 현금 승계가 구조적으로 더 단순하다는 배경도 크지만 지주사 요건 해소에 대한 고민에도 만만치 않은 비중이 있다.
카카오X는 현재 공시된 내용 기준 인적분할에 따라 6조1314억원 자산을 가진다. 해당 자산 규모는 인적분할 과정 등에 따라 최종적으로 변화하겠지만 현재 절반 이상이 자회사 보유 지분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카카오X 산하에 속할 자회사 주식 장부가액은 3조3395억원이다.
이 경우 카카오X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 요건에 해당된다. 문제는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를 보유해 일반지주사로 전환 시 금산분리를 위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별도 금융지주를 또 설립하거나 유예기간 내에 자회사 지분 비중을 줄여야 한다.
이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물적분할 이후 존속법인 흡수, 신설법인 사명 계승이란 복잡한 방식을 만들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 보유 100% 자회사라 합병 시 걸림돌이 없고 장부가액도 1조1958억원으로 자회사 중 가장 많았다. 카카오X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해 자산을 내재화하면 전체 자산 중 자회사 지분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적분할인 만큼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도 카카오X가 보유하지만 이 경우 장부가액은 조정이 가능하다. 물적분할 신설 기업의 재무상 장부가액은 존속법인에서 이전된 순자산 규모로 결정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존속법인에 대규모 자산을 남긴채 흡수되면 카카오X가 인식하는 신설법인 장부가액은 기존보다 낮을 수 있다.
두나무 구주 매각대금 1조6000억원이 존속법인에 남아 카카오X로 흡수될 경우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남는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7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카카오X의 자회사 지분 장부가액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자회사 지분 비중이 흡수합병 이후 카카오X 총자산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