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을 단행하는 카카오가 존속법인이자 향후 투자회사로 기능할 카카오X의 사업목적에 '지주사업'을 추가했다. 인적분할 발표 이후 설명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공언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관련 계획이나 가능성이 전무하다면 해당 사업목적을 추가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만큼 카카오X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X가 다수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지주회사에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되자 기존에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인식됐던 케이큐브홀딩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소유한 회사로 카카오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X와 카카오AI 양쪽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구조적으로 지주회사에 더욱 가까워지게 됐다.
◇지주사업 명시 도마 위, 요건 해당하지 않으면 삽입 불필요 최근 공시된 카카오의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존속법인인 카카오X는 인적분할 이후 정관을 변경한다. 변경되는 정관에는 카카오X의 사업목적도 새롭게 담겼다. 카카오AI에 카카오톡과 AI 관련 사업을 떼어주는 만큼 사업목적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사업목적 축소에도 '지주사업'은 오히려 새롭게 추가됐다는 것이다.
당초 카카오는 인적분할 결정 공시 이후 진행한 설명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부정한 바 있다.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인적분할 관련 일문일답에서 "본건을 진행한 이후 카카오엑스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변경될 카카오X 정관과 김 대표의 발언이 상충하는 셈이다. 카카오X가 사업목적에 지주사업을 기재하는 것 자체가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상당수 기업이 당장 영위하지 않는 사업도 향후 계획과 경영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기재한다. 다만 카카오는 해당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부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의지나 계획, 가능성이 전무한 상태라면 정관에 해당 사업목적을 기재할 실익은 크지 않다. 시장과 투자자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데다 산하 자회사 관리나 경영 관여 등은 다른 사업목적을 통해서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X 정관에 이미 '국내외 회사에 대한 투자·출자, 인수합병 및 그 주식 또는 지분의 취득·보유·관리·처분'을 사업목적으로 기재했다. '투자회사'로서 필요한 사업 범위는 정관상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별도로 지주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향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카카오 내부에서도 일정 부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산하에 자회사를 다수 거느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도 실질적으로 지주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관련 사업목적을 반드시 넣을 이유는 없다"며 "판례상 사업목적이 포괄하는 행위의 범위는 정관에 명시된 문구보다 넓게 인정되는 만큼 '지주사업'이라는 문구를 추가하지 않고도 사업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소유 케이큐뷰홀딩스, 지주사 성격 더 짙어졌다 카카오X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함께 주목할 또 다른 요소는 김 센터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카카오그룹 계열사에는 속하지 않는다. 다만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카카오 지분 10.45%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센터장의 개인 지분 13.28%와 함께 카카오에 대한 지배력을 뒷받침해 왔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홀딩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사업목적에도 '지주사업'을 두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요건은 충족하지만 카카오가 자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전체 자산 중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 5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 인적분할을 거치면서 케이큐브홀딩스의 지주회사적 성격은 한층 짙어지게 됐다. 카카오X는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페이 등 다수 자회사를 거느리지만 카카오AI와는 상호 지분 관계가 없는 병렬 구조다. 반면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과 함께 카카오X와 카카오AI 양쪽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구조만 놓고 보면 카카오X는 중간 지주회사, 케이큐브홀딩스는 최상위 지주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재편되는 셈이다. 김 센터장과 케이큐브홀딩스는 그간 지주회사와 유사한 지배구조를 두고 정치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응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 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관련 움직임도 과거보다 둔화된 상태다.
올해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에 현금 10억원을 기부했다. 기부 자체는 이어지고 있으나 규모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과거 3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을 브라이언임팩트에 기부했으며 2022년에도 2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