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적분할에 나선 카카오를 살펴보겠습니다. 핵심인 카카오톡과 AI 사업은 신설회사인 카카오AI로 갑니다. 이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존속하는 투자회사인 카카오X에 남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X의 형태가 사실상 지주회사와 매우 유사함에도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분할 이후 숫자를 보면 카카오X가 지주회사 요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카오 인적분할 이후 지배구조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개편, 그리고 카카오뱅크 문제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사업과 투자, 두 갈래로 나뉘는 카카오
먼저 이번 분할부터 간단하게 정리해보죠. 현재의 카카오를 두 회사로 나누는 형태인데요. 존속회사가 카카오X, 신설회사가 카카오AI입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과 AI 사업을 가져갑니다. 반면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가 남습니다.
쉽게 말하면 카카오톡이라는 본업을 떼고 계열사 지분은 기존 회사에 남깁니다. 분할 비율을 보면 카카오X가 기존 카카오 순자산의 약 63.5%, 카카오AI가 약 36.5%를 가져갑니다. 카카오X의 분할 이후 자산총액은 약 6.13조원입니다. 재미있는 건 매출인데요. 카카오X에 남는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약 2020억원인 반면 카카오AI로 사업부문 매출은 약 2.65조원입니다.
카카오AI는 직접 사업을 하는 사업회사, 카카오X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해지는 겁니다. 실제로 카카오가 분할 공시에서 카카오X의 주요 사업을 뭐라고 적었느냐 '투자사업'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자회사 지분 비율 50% 초과
여기서 지주회사 문제가 등장하는데요.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지주회사는 회사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공정거래법상 2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지주회사로 판단됩니다.
먼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또 카카오X 자산이 6.13조원이니까 이건 이미 충분히 넘습니다. 두 번째가 중요한데요.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카카오X는 별도기준 총자산 중 자회사 주식이 3조원 조금 넘으면 이에 해당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카카오X에 남을 주요 계열사 지분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약 1.2조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약 1.18조원, 카카오뱅크가 7887억원, 카카오벤처스 706억원, 카카오모빌리티 536억원, 카카오페이 500억원입니다. 이 6개 회사만 합쳐도 약 3.34조원입니다. 단순 계산해보면 약 54.5%로 자회사 지분비율이 50%를 넘어갑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게 있는데요. 54.5%를 카카오X의 확정 지주회사 비율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회계상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에 해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인데요. 회사별로 법상 자회사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도 카카오X에 남는 주요 계열사 지분만 단순 계산해도 이미 50%를 넘는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물적분할·흡수합병
그런데 카카오가 이번에 카카오만 쪼개는 게 아닙니다. 100%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동시에 뜯어고칩니다. 먼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사업을 물적분할합니다. 투자사업은 신설되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보내고요. 기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이름을 카카오X인베스트먼트로 바꿉니다. 그다음 카카오X인베스트먼트가 자회사 IVG를 흡수합병합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X가 카카오X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합니다.
개편을 보면 카카오X가 지주회사 기준에 걸릴 것 같으니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해서 자산 구성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장부가액이 약 1.2조원에 2025년 말 기준 자산 총액도 약 2.77조원입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하면 3조원 자산이 편입돼 카카오X는 자회사 지분 비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카카오X 자산 6.13조원에서 기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주식 1.2조원을 빼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산 2.77조원이 들어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약 7.7조원이 됩니다. 물론 실제 합병 후 자산이 정확히 7.7조원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할 시점까지 자산이 변하고, 물적분할과 합병 회계도 반영해야 합니다.
어쨌든 분모가 6.1조원에서 7조원대로 커지면 3.34조원인 자회사 비중도 떨어집니다. 대신 공개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분할 공시를 보면 물적분할로 투자사업을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넘깁니다. 이러면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주식 100%는 카카오X인베스트먼트가 갖게 되고 카카오X가 카카오X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카카오X가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갖습니다. 투자자산을 카카오X 밖으로 빼버리는 구조가 아니라 새로운 상자에 담고 그 상자 자체를 카카오X가 들고 있는 구조입니다.
예시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2조원어치 투자자산이 있고 그걸 신설회사로 넘기면 기존 투자자산은 줄지만 카카오X인베스트먼트에는 그만큼의 신설회사 주식이 생깁니다. 결국 투자주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뀌는 겁니다.
때문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개편을 지주회사 회피 작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렸습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자산 중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남겨 카카오X에 흡수시키는지, 분할합병 이전에 다른 투자자산을 추가 정리할 것인지 등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신 최종 그림을 보면 결국 맨 위에는 카카오X가 있게 되는데요. 그 아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있고요. 투자사업은 신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아래 묶입니다.
즉, 카카오X → 카카오인베스트먼트 →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구조입니다. 지주회사는 아니라는데 그림만 보면 상당히 지주회사스럽습니다. 실제로 카카오X는 핵심 사업군의 계열사를 육성·관리하고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름은 X지만 H, 홀딩스에 가깝고 법적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두되는 금산분리 문제
카카오X가 지주회사 요건에 들어가면 가장 문제가 생기는 곳은 카카오뱅크인데요.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을 약 27%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카카오X가 일반지주회사가 되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문제가 등장합니다. 일반지주회사는 원칙적으로 금융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제도이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보유 제한은 공정거래법상 별도 규제입니다.
따라서 카카오X가 일반지주회사가 된 뒤에도 인터넷은행 특례만으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현행법은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부터 금융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2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카카오에도 시간이 생깁니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재배치하거나, 금융계열 구조를 별도로 개편하거나, 아예 카카오X가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도록 자산구조를 바꾸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별도 금융지주사를 만들어 카카오뱅크나 금융계열사를 묶는 방법도 거론할 수 있고요.
다만 금융지주사를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카카오페이 아래에도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이 있기 때문에 금융계열 전체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카카오X가 실제 지주회사로 판정돼야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급락한 주가, 증권가 디스카운트 직면
카카오 주가는 발표 이후에 갑자기 급락했는데요. 인적분할인데도 사실상 물적분할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발표 이후 장중 10% 가량 카카오 주가가 하락했고요. 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을 두고 증권사에서 할인(지주사 디스카운트)을 적용했던 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일단 카카오가 그동안 계열사를 많이 분리해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신이 많이 큰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카카오X와 카카오AI 인적 분할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입니다. 때문에 자회사 주식 매입이나 소각 등을 통해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먼저 봐야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은 카카오톡을 떼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카카오AI는 플랫폼과 AI 사업에 집중하고, 카카오X는 주요 계열사를 관리하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해집니다. 카카오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주회사 여부는 최종 자산구조가 결정합니다.
만약 카카오X가 지주회사 요건에 들어간다면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 정리도 새로운 과제가 될 텐데요. 카카오톡에서 시작한 이번 분할이 카카오 전체 지배구조를 어디까지 바꿀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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