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SDS가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받았죠. 삼성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SDS는 사실 돈이 많거든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이는 이번 딜을 삼성SDS의 사업 구조와 거버넌스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1.2조 CB의 기묘한 조건
삼성SDS와 KKR의 딜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삼성SDS가 KKR을 대상으로 8억2000만달러, 원화로는 약 1조22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요. 금리는 연 2.5%, 만기는 2032년 4월 30일이고요. 전환가액은 18만원으로, 기존 주가 대비 약 18% 할증된 수준입니다.
조건이 상당히 독특하죠.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메자닌이잖아요. 보통 삼성 같은 초우량 기업이 CB를 발행하면 '제로 금리'가 당연해보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연 2.5%의 금리를 보장했습니다. 발행가액인 18만원도 기존 주가 대비 18%나 비싼 '할증 발행'이고요.
KKR 입장에서는 주가가 18만원 이상 안 오르면 그냥 2.5% 이자만 받고 나가겠다는 건데, 삼성SDS 입장에서는 좀 비싸게 빌린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다릅니다. 연간 이자비용이 약 300억원 수준인데요. 삼성SDS의 별도기준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8000억~9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이 약 2800억원, 현금성자산이 3조3000억원 수준입니다. 순현금이 3조원에 육박하는 구조인데요. CB 발행으로 부채가 1조2000억원 늘어난다고 해도 부채비율은 17%에서 약 30% 수준으로 올라가는 정도예요.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 기준으로 보는 200%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핵심은 '돈'이 아니라 '주식 전환' 이후의 그림이겠죠. KKR이 18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CB를 샀다는 건, 향후 삼성SDS의 주가가 20만원, 30만원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을 삼성이 심어줬다는 뜻이거든요. KKR 같은 사모펀드가 단순히 이자 2.5% 받으려고 조 단위 돈을 6년이나 묶어둘 리가 없으니까요.
삼성 전자 계열사들은 그동안 사모펀드나 자본시장 조달에 굉장히 보수적이었잖습니다. 현금이 많기 때문인데, 삼성SDS도 마찬가지죠. 연결 기준으로 보면 삼성SDS의 현금성자산은 6조3000억원 수준입니다. 영업현금흐름도 연간 1조2000억원 이상 나오고 있고요. 유동성이 풍부하고 현금창출력도 좋습니다. 차입금 의존도도 약 6% 수준이라 필요하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조달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업구조로 본 취약점
결국 질문은 이겁니다. 돈은 충분한데, 왜 외부 자본이 필요했느냐는거죠. 우선 삼성SDS의 고민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SDS 사업 구조를 보면 물류BPO와 IT서비스, 크게 두 축인데요. 매출은 물류가 약 53%로 더 크지만, 영업이익은 IT 서비스가 약 86%를 차지합니다. 물류 사업이 외형은 커도 수익성이 1~2%대로 너무 박하고, 고수익인 IT서비스는 경기에 민감해요.
돈은 잘 버는데 시장에선 '재미없는 주식'으로 통하는 이유죠. 게다가 삼성SDS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SI(시스템통합)업체라는 태생적 한계입니다. 매출의 40%가량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서 나옵니다. 이걸 '캡티브 매출'이라고 하는데, 이게 양날의 검입니다. 안정적이지만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감시 1순위 타깃이 되죠.
SDS는 오너 가의 지분이 있으니 더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논캡티브(외부 매출)' 비중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M&A가 계속 언급돼 왔던 이유고요. 실탄은 충분했으니까요.
◇파트너 KKR 의미
결국 돈은 잘 버는데 뭔가 시장에 어필할 만한 성장 스토리가 부족한 회사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KKR 딜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이 스토리를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데요. KKR 같은 글로벌 PEF가 들어오면 M&A 실행력이 붙거든요.
KKR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딜 실행 경험이 풍부합니다. 일본 후지소프트와 미국 엔소노 인수, 독일 데이터그룹 투자 등 이런 IT 서비스 관련 투자 경험도 많고요. 실제로 삼성SDS에 향후 6년간 M&A, 자본 활용,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CB 만기가 6년 후인 2032년으로 한 것도 그때문이죠.
그럼 이제 가장 궁금해 할 대목입니다. 연결기준 보유 현금 6조3000억원에 이번에 빌린 1조2000억원을 더하면 7조5000억원이잖아요. KKR과 함께 어디를 쇼핑할까요?
업계에서는 세 가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IDC)인데요. AI 시대에는 서버를 놓을 땅과 전력이 곧 경쟁력이거든요. KKR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인프라 투자 경험이 풍부합니다.
두 번째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삼성SDS가 강점을 가진 SCM(공급망관리) 솔루션을 글로벌로 확산하기 위해 북미나 유럽의 유망 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죠. 세 번째는 클라우드 보안입니다.
예전처럼 조심스럽게 소규모 지분 투자만 하던 삼성SDS가 아니라는 거죠. KKR이라는 '딜 메이킹 전문가'를 등에 업고 조 단위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 같습니다.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또 가장 예민한 부분, 거버넌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삼성SDS는 오너 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용이다, 혹은 삼성물산, 삼성전자와 합병할 거다 같은 소문에 시달려왔잖아요.
그게 삼성SDS 주주들을 가장 괴롭혔던 '거버넌스 리스크'였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물류부문 분할 검토 공시가 있었는데요. IT부문은 삼성전자에, 물류부문은 삼성물산에 붙여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시장의 반발에 밀려 2017년 3월 분할카드를 접는 공시를 냈지만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됐습니다.
이건희 회장 별세 당시에 상속세 이슈로 SDS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각각. 3.9%였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엑시트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재용 회장의 9.2% 지분이죠.
◇불가피한 지분 희석
KKR이 들어오면 이 지형도가 어떻게 바뀔까요. KKR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677만주의 신주가 발행되고, 지분은 발행주식총수 기준 약 8.02%입니다. 이재용 회장 지분은 9.2%에서 8% 초반대로 낮아지게 되는거죠.
지배력엔 문제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22.58%, 삼성물산 17.08%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들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가 약 49%이거든요. 희석 이후에도 약 45% 수준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KKR이라는 강력한 우군이 주요 주주로 들어오는 셈이죠. 오너가 혼자 짊어지던 거버넌스의 무게를 글로벌 펀드와 분담하는 구조로 보이네요.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삼성SDS를 '상속세용 자금줄'로 보지 않게 될 겁니다. KKR이 눈을 부릅뜨고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할 텐데, 오너 일가의 편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지겠죠.
완전히 다른 밸류에이션 스토린데요. 그래서 이번 투자는 재무적인 효과도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게임체인저가 되는 딜입니다. 결국 삼성SDS는 운영 중심 SI회사에서, 투자와 M&A를 병행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되는거죠.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삼성SDS의 이번 KKR 유치는 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현금은 많지만 성장 서사가 약했던 회사를 외부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데요.
지배구조 카드로 소비되던 회사를 성장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시도, 삼성SDS와 KKR의 이번 거래는 결국 그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베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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