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1조2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SDS는 상장 이후 자본시장에서의 조달을 하지 않았고 순현금 상태를 유지해 왔는데 미래 성장을 위해 CB 발행을 선택했다.
CB는 향후 주식전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상증자와 비슷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삼성SDS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이다. 다만 최근 대기업 CB의 경우 '표면·만기이자율 0%'에서 형성돼왔으나 이번 CB는 2.5%에서 형성됐다. 금리 수준을 낮췄다면 더 긍정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삼성SDS는 1조2200억원 규모의 24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연 2.5%다. 만기일은 2032년 4월 30일이며 전환비율은 100%, 전환가액은 18만원이다. 현 주가에 18% 할증된 수준이다. 이날 11시 주가는 20%가량 상승, 18만원을 넘어섰다.
인수대상은 스타테크(Startech AI L.P.)로 KKR이 조성한 펀드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매도청구권(콜옵션)을 두지 않았다. KKR은 6년간 CB 및 전환에 따라 발행된 주식 역시 양도할 수 없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번 삼성SDS의 CB 규모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존 대출금 재조정하기 위해 CB(1조2848억원)를 발행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은 지분 희석을 가져오는 CB보다는 다른 방식의 조달을 선호하지만 이번 발행은 KKR과의 사업 협력 성격이 강하다. 실제 삼성SDS는 2014년 기업공개(IPO) 이후 자본시장에서 조달을 하지 않았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사업 협력이라는 측면과 규모, 만기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SDS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2.5%라는 점은 아쉬울 수 있다고 봤다. 연간 이자비용은 3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진행된 코스피 상장사 CB의 경우 이자율이 0%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였던 SK이노베이션 CB(6000억원) 역시 제로금리였고 만기는 1년이었다. 배정 대상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퀴티(한투PE)였다. 지난달 발행된 한국항공우주산업 CB 역시 이자율 조건은 동일했다. 만기는 삼성SDS와 같은 6년이었다. 해당 물량은 NH투자증권이 가져갔다.
물론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CB의 경우 표면이자율 4.7%, 만기이자율 4.7%였다. 배정대상은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으로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사모 영구CB의 만기 전 취득을 위해 발행된 것이다. 기존에 발행됐었던 영구 CB의 표면이자율 및 만기이자율 조건 역시 4.7%였기에 동일한 조건으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SDS의 금리 조건 역시 크게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2.5%인데, 해당 금리로 6년간 자금을 쓸 수 있어서다. 또 주가가 6년 뒤에도 18만원 이상으로 유지되면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삼성SDS의 연결 기준 순현금은 6조3802억원으로 이번 조달자금까지 하면 7조5000억원대의 여유가 생긴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SDS의 CB 규모만 놓고 주가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에서 호재로 보고 있는 듯 하다"며 "양사의 협상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딜인데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고 비교적 긴 만기를 가져가기에 금리 조건까지 낮추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