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삼성SDS는 올해 국내에서의 설비투자 확대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 추진 등 가용현금을 활용한 확장전략을 본격화한다. 한편으로는 밸류업 계획 발표를 계기로 주주환원 강화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태호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삼성SDS의 현금 투입 압력이 높아지는 데에 대응해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한편 투자와 주주환원 등 현금 활용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제를 안았다.
김 부사장은 2009년 삼성전자 경영진단팀 상무로 임원 반열에 오른 뒤 2012년 호텔신라로 옮겨 2024년까지 지원팀장과 면세 온라인팀장, 면세부문장 등 직책을 소화했다. 2024년 말 삼성SDS에 합류해 경영지원실 경영관리팀장에 임명됐으며 올 초부터 삼성SDS CFO를 역임하고 있다. 3월에는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삼성SDS는 전임 CFO인 안정태 고문이 6년을 재임하면서 자산총계가 2020년 9조1549억원에서 지난해 말 13조4537억원까지 47% 증가했다. 이 기간 현금 여력(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도 4조1943억원에서 6조3802억원으로 50.4% 증가했으며 작년 말 총차입금은 8171억원에 불과해 순차입금이 -5조5631억원인 실질적 무차입 상태다.
반면 삼성SDS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22년 14.2%에서 지난해 7.89%까지 하락하는 등 자본여력 대비 이익 창출능력이 약화하는 추세다. 삼성SDS의 탄탄한 재무구조는 자본의 수익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채 그저 축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삼성SDS는 이를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앞서 3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본적지출(CAPEX)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인오가닉 성장을 위한 현금성자산의 활용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을 통한 배당 등 주주환원의 확대 역시 밸류업 계획에 포함됐다.
김 부사장은 삼성SDS의 대전략이 축적에서 확장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CFO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재무적 관점에서의 지원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M&A 등 인오가닉 성장을 위한 투자활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가볍지 않다.
삼성SDS는 2022년 6523억원에 이르렀던 CAPEX가 지난해 3595억원까지 축소됐다. 전년도와 비교해도 31.8%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이는 클라우드 서버와 네트워크 등 투자가 지연된 결과다. 삼성SDS는 이연 투자의 집행과 구미 AI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개시 등을 포함해 올해 CAPEX를 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S에 따르면 구미 AI데이터센터의 투자는 2029년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뒤로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심지어 삼성SDS는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KT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해남 솔라시도에 2028년까지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짓는 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했으며 이 투자는 CAPEX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김 부사장의 CFO 임기 중 삼성SDS의 CAPEX는 눈에 띄게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김 부사장이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성SDS는 2022년 이후 꾸준히 해마다 1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영업에서 만들고 있다. CAPEX의 확대를 고려하더라도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삼성SDS가 투자를 동반하는 인오가닉 성장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최근 삼성SDS는 1조2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전량 인수한다. KKR과의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투자 유치다. 확보한 자금을 AI 인프라 투자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사업 추진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M&A에 활용하는 것까지 검토한다는 것이 삼성SDS 측 설명이다.
이미 6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1조원을 추가로 조달한 점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삼성SDS가 M&A 등 공격적 투자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현실화하는 것 역시 김 부사장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