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최근 공들여 추진하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울며 겨자먹기로 철회했죠. 단순한 IPO 무산 수준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 그리고 향후 승계작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꽤 중대한 사안인데요.
조달 목표 금액만 5000억원에 달하는 아주 중요한 딜이었는데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역시 중복 상장 논란 때문입니다.
원래 LS 측은 이걸 ‘인바운드 상장’이자 재상장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LS가 거금을 주고 인수한 해외 우량 자산을 국내 증시에 들여와 재평가 받는 거란 입장이었죠. 에식스는 LS그룹이 2008년 1조원이나 들여 인수한 회사거든요. 하지만 주주들 생각은 달랐습니다. LS에서 알짜 통신선 부분만 떼어내 상장시키는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으로 본 겁니다.
사실 투자자들은 과거 LG에너지솔루션 사태를 겪으면서 학습 효과가 생겼습니다. 자회사가 알맹이를 가져가서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는 떨어지는 디스카운트 현상을 이미 체감했으니까요.
사실 LS그룹 안에는 LS일렉트릭,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까지 이미 상장사가 많거든요. 여기서 또 알짜를 빼낸다니 주주들이 반발한거죠. 거기다가 작년 구자은 회장이 "중복 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안 사면 그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굉장히 논란이 있었잖아요. 당시 하루만에 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이 6500억 넘게 증발하기도 했죠. 이번 상장 추진에 대해서도 반응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정타로 이재명 대통령이 오친 자리에서 직접 'L자 들어가는 주식은 안 사'라는 보도를 인용한거죠. LG그룹일수도 있지만 사실상 LS그룹을 질타한거겠죠. 결국 정부의 압박, 주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비전 2030’과 꼬여버린 현금흐름
사실 어느정도 비판은 예견된 일이었을텐데요. 이런 눈총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상장을 밀어붙인 데는 이유가 있겠죠. 왜 5000억원 조달에 목을 맸을까요.
먼저 구자은 회장이 선포한 비전 2030부터 얘기해야 합니다. 2022년 LS그룹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자산을 8년 안에 두 배, 5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무려 20조를 투자하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그룹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는 도저히 그 규모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 펀딩 갭, 즉 자금 부족을 메울 핵심 동력이 자회사 상장이었는데 도중에 꽉 막혀버린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의 실제 금고 사정은 어떨까요. 먼저 투자 최전선에 있는 LS전선부터 보죠. 작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무려 300%를 넘거든요. 지금 전력망 슈퍼사이클을 타고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빚이 많죠?
해저케이블 사업이 수주 마진은 좋지만, 초기에 들어가는 설비투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에요. 지금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는 중이고, 동해 공장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EBITDA가 3600억원 정돈데 CAPEX로만 2700억이 나갔거든요.
버는 돈의 70% 이상을 고스란히 설비를 짓는데 쏟고 있는 건데요. 거기다가 2년 전 LS마린솔루션, LS에코에너지, 가온전선 이런 계열회사 지분 취득에도 1440억원 가까이 썼습니다. 그러니까 자체 현금으론 부족해서 계속 밖에서 차입을 끌어오는 겁니다.
또 그동안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지만 LS머트리얼즈 같은 종속회사 IPO로 일부 자금을 보충했었는데요. 이젠 힘들어졌다는게 뼈아픈 거죠.
전선은 그렇다 치고 LS MnM, 예전의 LS니꼬동제련 사정도 좀 보겠습니다. 규모도 제일 크고 그룹 최고 캐시카우였는데요. 아쉽게도 MnM 역시 요즘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현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LS MnM의 기존 사업이 동제련 중심이었잖아요. 그런데 이 구조를 벗어나서 2차전지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이런 목표로 전구체 사업에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2020년부터 작년까지, 2021년 한 해만 빼고는 계속 잉여현금이 마이너스입니다.
게다가 작년에 구리같은 금속 가격이 올랐잖아요. 그래서 MnM이 원재료 매입을 대폭 늘렸습니다. 그런데 원재료 매입을 대부분 유산스(Usance) 방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물품 대금을 바로 주지 않고 나중에 갚는건데요. 역시 회계상 차입으로 잡힙니다. 현금은 부족한 와중에 공장 짓고 원재료 사느라 돈은 계속 쓰니까 순차입금이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겠죠. 작년 9월 말 기준 2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4년 만에 5배가 뛴거예요.
여기까지 짚어보면 그림이 좀 보입니다. 핵심 계열사들이 막대한 투자비용 때문에 빚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서 외부 자금을 끌어오려던 계획이 중복 상장 논란으로 엎어진거죠. 그렇다면 이 자금 압박은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지주사인 LS로 역류할 겁니다.
자회사가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돈을 못 구하면, 결국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서 자본을 수혈해 주거나 빚보증을 서줘야 하니까요. 실제로 최근 LS전선이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을 지으려고 유증을 했고요. LS가 1500억원을 출자해서 도와줬죠.
하지만 LS는 순수 지주사잖아요. 자체사업이 없으니까 계열사 배당금으로 먹고살고 있는데 자회사들이 빚 갚고 공장 짓느라 바쁜데 지주사로 올려줄 돈이 많지 않겠죠.
사실 자회사들이 LS로 배당을 꾸준히 하고 있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배당규모가 큰 MnM을 보면요. 현금유입이 팍팍한 와중에도 2023년 1753억원, 2024년엔 대폭 줄긴 했지만 940억원을 배당으로 지출했거든요.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식으로 가면 부담이 크겠죠. 거의 차입으로 배당을 하고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2024년 12월 말 JKL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EB(교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서 MnM 2대 주주가 됐고요. LS 지분율은 100%에서 75%로 내렸습니다. 앞으로 MnM에서 LS로 들어오는 배당금이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거죠.
◇LS MnM 풋옵션 압박, 3세 승계 영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시장에선 이번 에식스 상장철회 사태가 단순히 IPO 하나 무산된 선에서 끝날게 아니라, 앞으로 그룹의 자금흐름에 도미노처럼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히 2027년이 관건으로 보입니다.
LS MnM, LS전선, LS이링크, LS파워솔루션 이런 자회사들이 줄줄이 상장 후보로 꼽혔거든요. 특히 LS MnM이 문젠데요. 에식스 상장 철회로 IPO를 준비 중이던 LS MnM의 상장 일정에도 먹구름이 낀 상탭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2022년 FI들과 맺은 풋옵션 계약 때문이에요.
당시 LS가 일본 JX금속이 보유하고 있던 MnM 지분 49.9%을 전부 매입해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거든요. 그때 9300억원 넘게 들였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FI들을 끌어들였고요. JKL파트너스에 EB를 발행한게 이때였죠.
당시 4700억원 정도를 수혈받으면서 LS가 약속한 조건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2027년까지 LS MnM을 상장시키겠다는 겁니다. FI가 엑시트를 해야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중복 상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깐깐해졌고 주주들 눈초리도 곱지 않잖아요. 내년에 MnM이 제값 받고 상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장에 실패하거나 기한을 넘기면 LS 입장에선 아주 곤란해집니다. 상장이 무산되면 FI는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지분을 강제로 되팔 수 있는 권리, 즉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이 상환 규모만 2조원대로 추정되는데요. LS에서 이런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뭐 지뢰나 다름없어 보이는데요. 이 풋옵션과 상장 문제는 그룹의 3세 경영 승계와도 얽혀 있습니다. 지금 LS그룹은 사촌 경영 원칙에 따라 구자은 회장 체제지만, 구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30년경에는 3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 3세 경쟁의 선두 주자가 구자열 전 회장의 장남, 구동휘 대표예요. LS 지분도 구자은 회장 다음으로 많은 3.04%를 쥐고 있고요.
그런데 이 구동휘 대표가 지금 이끌고 있는 곳이 어디냐면 LS MnM입니다. 2024년 말부터 대표이사(COO)를 맡아서 2차전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요. 구 대표 입장에선 맡은 신사업을 궤도에 올리고, IPO까지 화려하게 성공시켜야만, 승계의 완벽한 명분을 얻을 수 있거든요. 이 시나리오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승계 플랜도 스텝이 꼬여버린 거죠.
◇'상장 없는 성장'의 험로
정리하면 정말 톱니바퀴처럼 얽힌 사면초가 상황입니다. 비전 2030은 달성해야 하고, 자회사 릴레이 상장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는데 틀어졌고요.
LS 측은 우선 주주들 달래기부터 나선것 같습니다.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그리고 전년 대비 배당금 40% 확대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주주 환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시그널이죠. 또 그간 IPO를 노려오던 LS에코첨단소재의 경우엔, 지난달 LS전선이 FI 지분을 전부 사들여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포기했다고 해야겠죠.
결국 앞으로 부족한 자금은 SI(전략적 투자자) 또는 해외 국부펀드를 유치하거나, 유휴 자산을 매각하거나 이런 까다로운 방식으로 조달해야 할 겁니다. 바야흐로 상장 없는 성장이라는 아주 험난한 시험대에 오른 셈인데요. 무엇보다 이제 기업들이 막연한 장밋빛 비전이나 IPO 약속으로 외형 성장을 할 수 있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걸 이번 LS 사태가 분명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얼마 안남았죠, 2027년 LS MnM의 풋옵션 압박이라는 재무적인 고비가 다가오기까지, LS가 자금 딜레마와 승계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지 저희 더벨스뷰가 계속해서 예의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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