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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고환율=수출호재? 삼성전자는 '예외'인 이유

환율 up! 삼성은 '무덤덤', 현대차는 '표정관리'…한진칼은 '분주'

고진영 기자  2026-01-20 16:31:12

편집자주

https://youtu.be/_kijWAViqdM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죠, 초고환율 현상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엔 호재라고들 생각하는데요. 이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요즘 환율 보면 정말 겁이 날 정도죠. 1400원 선이 뚫린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1500원을 넘네 마네를 걱정해야 할 판이거든요. 이렇게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국가대표 수출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물론 환율이 오르면 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 숫자가 커지는 건 맞죠. 하지만 그게 곧바로 이익 대박으로 이어지느냐는 기업마다 천차만별입니다. 환율 변동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즉 헤지 전략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적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생각하는 것만큼 환율 상승으로 순이익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내추럴 헤지'의 마법

일단 삼성전자는 거래를 대부분 달러로 합니다. 해외에 반도체를 팔아 달러를 벌어오지만, 해외 장비와 원자재를 사들이는 데도 막대한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산 자회사에서 달러로 사와서 판매 자회사에 달러로 파는 건데요. 이 들어오는 달러와 나가는 달러 규모가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내추럴 헤지라고 하는데요. FX(외환)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꼽는 방식입니다. 예들 들어 환율이 1200원에서 1400원으로 뛰면 매출액은 늘지만, 비용도 똑같은 비율로 증가하니까. 결국 이익률 자체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구조죠.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윤종용 부회장 시절부터 인위적인 환헤지를 하지 않는 방식이 뿌리내렸다고 해요. 워낙 글로벌하게 사업을 하다보니 헤지를 해봐야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 낭비고 비용만 나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사업부별로 강세 통화로 결제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24년 별도 재무제표를 보시면 외환관련이익이 7조3200억원, 외환관련손실이 약 7조2800억원 정도 됩니다. 작년 9월 기준으로 각각 3조8900억원, 3조7200억원 수준이고요. 거의 비슷하죠. 환율 변동이 있긴 했지만 그 효과가 순이익을 크게 흔들진 않았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평가손익이 서로 상쇄되는 모습이 장부에도 나타나는 거죠.

◇현대차, 매출원가 '급개선' 원인은

그렇다면 환율 덕분에 진짜로 돈을 버는 곳은 어딜까요. 우선 자동차 업계가 있습니다. 현대차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매출 원가율을 한 번 보시죠. 2022년 현대차의 개별 기준 매출원가율이 81.4% 정도잖아요. 그런데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른 2023년엔 79.2%, 2024년엔 76.8%까지 뚝 떨어집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요.

제조업에서 이 정도 원가율 개선은 정말 드문데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환율 영향이 분명 있을 겁니다. 현대차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달러로 찍히거든요. 반면 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국내 부품사 조달 비용은 원화로 지급하는 비중이 꽤 큽니다. 환율이 1300원에서 1450원대로 오르니 분모인 매출액은 불어나는데, 분자인 원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아서 원가율이 좋아지는 거죠.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시장 수요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통화가 약세가 되면 외국에서 현대차 차값이 내려가서 수요가 증가한다, 뭐 이런 현상은 없다는 얘긴데요. 현대차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고 미국에 수출을 하는건 미국 기업이나 뭐 개인에게 수출하는 게 아니거든요. 해외 자회사에 합니다.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원화 기준으로 가격을 낮추고 이런 판매가격 조정을 안 한다는 거죠. 마케팅비나 딜러 인센티브로 판매를 촉진할 여력은 더 생길 수 있겠지만. 사실 단기적으론 환율이 바뀐다고 수요가 달라지진 않는다는 소립니다.

◇'앉아서 수혜' 조선업…매출·수요 동반 확대

물론 환율 효과로 매출도 불어나고 수요도 늘어나는 업종도 있습니다. 조선업이 대표적이죠. HD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조선사들은 배를 만드는 기간 동안 공정률에 따라 매출을 길게 나눠 인식하잖아요. 예전에 수주한 배를 지금 짓고 있다면, 배값은 달러로 고정돼 있어도 그때 환율이 아닌 지금의 환율로 매출이 잡히니까요. 가만히 있어도 원화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조선업은 수주산업이니까 계약을 할 때 ‘네고’를 하거든요. 환율이 오르면 조선사는 원화 마진 여력이 커지니까 가격을 좀 깎아줄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수주가 늘어나죠. 결국 수요 환경도 바뀌고, 환율 덕분에 매출로 인식되는 숫자도 더 커지고.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겁니다.

조선업계 환헤지 전략이 예전이랑은 딴판인 점도 흥미로운데요. 예전엔 조선사들이 수주하자마자 바로 선물환 매도를 했습니다. 2000년대 조선업 호황일 땐 매일 선물환 시장에 수십억 달러씩 뭉터기로 팔아치웠죠. 그때 한국은행이 도저히 관리하기 힘들어서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운 측면이 있었고요. 환율이 잠시 8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었거든요.

오죽하면 그때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조선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달러 좀 그만 팔라"고 경고했다는 일화도 있죠. 하지만 지금은 선물환 매도 비중을 대폭 줄였습니다. 당시엔 환율이 떨어질까봐 달러가 들어오는 족족 팔아버렸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니까요. 기업이 외화 자금의 결제 시기를 앞당기거나(Lead) 늦추는(Lag) 전략을 '리드 앤 래그(Lead and Lag)'라고 하는데요. 최대한 래깅, 그러니까 환전을 미루고 미뤄서 달러를 쥐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에 쌓인 기업들의 달러예금 잔액을 보면,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540억달러에 육박했어요. 전 달보다 21%나 급증한건데요. 결국 국내 기업들이 '지금 팔기 아깝다'며 최대한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원화로 사업을 해야 하니까 결국 팔긴 팔아야 하는데, 계속 늦추면서 외화 자산을 늘리는 거죠.

◇'유류비·리스료 다 달러인데… '맨몸' 파도 맞는 LCC

잘 버는 곳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반대로 이 환율 때문에 죽을 맛인 곳들도 있습니다. 항공업계, 그중에서도 LCC(저비용항공사) 타격이 큰데요. 항공사는 비용의 30%가 항공유거든요. 이걸 다 달러로 냅니다. 리스료나 정비비도 달러고요. 환율이 오르면 가만 있어도 비용이 급증하는 구조예요. 대한항공 같은 FSC(Full Service Carrier)는 화물을 날라서 달러라도 벌지만, LCC는 매출 대부분이 원화라 답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은 여객뿐 아니라 화물 매출 비중이 크죠. 화물 운임은 100% 달러로 받잖으니까 들어오는 달러로 나가는 달러를 막는 헤지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반면 LCC는 매출 대부분이 국내선이나 단거리 노선이니까 달러 벌이가 없고요.

대형사가 LCC보다는 낫다고 해도, 대한항공도 부채비율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그 빚이 대부분 달러 빚이죠. 바로 그 지점이 대한항공 재무팀의 최대 숙젠데요. 비행기를 살 땐 무조건 달러로 빌려서 사거든요.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부채 비율이 순식간에 급등해 버립니다. 그래서 대한항공이 재무적으로 가장 열심히 하는 것 중 하나가 달러 빚을 비 달러 차입금으로 바꾸는 겁니다.

이걸 외환에 대한 포지션을 설정한다고 말하죠. 쉽게 말하면 어느 정도의 환 리스크에 노출이 될 것이냐는 건데. 달러 상승으로 플러스 되는 포지션, 그리고 마이너스 되는 포지션을 최대한 맞추려고 한다는 말입니다. 환율이 낮을 때는 달러 빚이 유리하지만, 지금처럼 고환율일 때는 치명적이니까요.

어쨌든 대형사는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고, LCC가 훨씬 위험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LCC도 선물환 계약 등을 맺어서 미리 방어하면 되는데 왜 안하는 걸까요?

사실 안 하는 게 아니라 일부 하긴 하는데 제약이 있는 겁니다. 이게 참 뼈아픈 현실인데요. 시중 은행들이 LCC나 중소기업에는 환헤지 상품 라인을 상대적으로 잘 안 열어줍니다. 아무래도 대형사에 비하면 신용도가 낮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겠죠. 은행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데 굳이 위험 부담을 지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삼성전자는 시스템으로 방어하고, 현대차는 구조적 이익을 누리고요. 반면 LCC나 환헷지가 힘든 중소기업은 안전장치 없이 맨몸으로 파도를 맞고 있는 겁니다. 투자자분들도 실적을 보실 때 단순히 ‘수출 기업이니 호재겠지’라고 넘겨짚지 마시고요. 비용 구조가 어떤 통화로 되어 있는지, 환헤지가 가능한 체급인지, 이런 점들을 꼼꼼히 따져보셔야 합니다.

1450원대 환율, 거시 지표 뒤에 숨겨진 기업들의 치열한 생존 전략과 양극화 현실 잘 들었습니다. 단순한 환율 수혜주 찾기를 넘어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환율은 국가 경제의 체온계라고도 하죠. 지금의 고열이 우리 기업들에게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더벨이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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