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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자산일까 부채일까

원충희 서치앤리서치(SR)본부 부장  2026-04-14 07:47:09
"AI는 안 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편하게 할 수 있는 투자도 아니다."

회계법인 출신의 기업 재무 담당자는 자신의 상관인 CFO의 얘기를 이렇게 한줄로 요약했다.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AI는 가장 뜨거운 이슈지만 재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는 의미다. 열광의 이면에 숨겨진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누구보다 먼저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투자는 구조부터 단순하지 않다. 막대한 하드웨어 비용과 라이선스 비용이 먼저 집행되고 수익 및 비용 절감 효과는 뒤늦게 따라온다.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겉으로는 CAPEX처럼 보여지나 실제로는 벤처 투자에 가깝다. 언제, 어떻게 회수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투자다.

문제는 이 투자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의 성격이다.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 설명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외부로 흘러나간 정보는 어느 순간 비용으로 돌아온다. 설비처럼 감가상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장부에는 무형자산으로 남을지 몰라도, 실제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채처럼 쌓인다.

국내 빅테크들이 서로 다른 AI 전략을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이 리스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다. 화려한 기술 뒤에 숨어 있는 데이터 주권과 운영 위험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소버린 AI'를 통해 데이터 통제권을 강조한다.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는 여전히 경계가 모호하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법적·윤리적 책임은 커진다.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은 결국 리스크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에 힘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춰 데이터 유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기술적 차별화인 동시에 보안 사고로 인한 비용과 브랜드 훼손을 방어하기 위한 고도의 리스크 관리다.

카카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 네이티브' 전환을 추진한다. 서비스 곳곳에 AI를 심어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의사결정의 일부를 기계에 맡기는 파격적인 행보지만 문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사람이 진다는 점이다. 편의가 커질수록 보이지 않는 운영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AI는 자산일까, 아니면 리스크일까. 기업들은 효율과 비용 절감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유출, 저작권 분쟁, 모델 오류라는 새로운 변수들을 떠안는다. 더 까다로운 점은 이런 위험이 당장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CFO의 역할도 달라진다. 투자 규모를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용량'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단순한 ROI(투자수익률)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규제, 브랜드 평판, 내부통제까지 통합 관리하는 '구조적 거버넌스'가 기술 도입 속도보다 중요해졌다.

AI는 분명 기업을 바꿀 것이다. 다만 지금의 AI는 아직 숫자로 다 드러나지 않은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자산이라기보다, 조금 늦게 청구서가 날아오는 '잠재적 부채'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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