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마린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1만3000톤(t)급 대형 포설선(CLV)을 건조한다. 최근 글로벌 해상풍력 및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선박의 적재 중량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새로 건조되는 CLV는 자체 추진력을 갖춘 LS마린솔루션 최대 규모의 선박으로 탑승 인원도 기존 대비 대폭 늘어난다. LS마린솔루션은 단기적으로는 대만 연안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고 이후 미국 등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된 듯 최근 발표된 유상증자와 관련한 주가 희석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된 분위기다.
◇기존 포설선 대비 '월등한' 성능…해외 조선소와 협의중 LS마린솔루션이 27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은 CLV 건조를 위한 자금 확보다. 총 3458억원이 투입될 이번 프로젝트는 케이블 적재 용량 1만3000톤급의 대형 선박 건조를 골자로 하며 자금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일부 부족한 자금은 내부 자금과 금융권 차입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LS그룹 편입 이후 LS마린솔루션은 글로벌 해상풍력 및 해저케이블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특히 해저케이블 시공 수요가 장거리 및 심해 구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선박의 대형화 및 고심도 시공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점에 주목했다.
실제 글로벌 경쟁사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등도 1만톤 이상 적재용량을 갖춘 CLV를 운용하거나 추가 건조중이다.
LS마린솔루션 역시 선박 적재 중량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판단 아래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신규 CLV 발주에 나섰다. 새로 도입될 CLV는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의 해상풍력 내부망·외부망은 물론 부유식 시장까지 폭넓게 겨냥한다.
핵심은 1만3000톤급 대형 캐러셀(Carousel) 탑재다. 캐러셀은 해저케이블을 원형 구조물에 감아 저장한 뒤 포설 시 회전시키며 천천히 풀어내는 장비로 대용량 케이블을 안정적으로 운반하고 설치할 수 있다. 특히 HVDC(초고압직류송전) 외부망용 케이블 2개 라인을 동시에 적재·포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LS마린솔루션은 '세계로'(T800 탑재), 다목적 선박 '미래로', 'GL2030' 등 여러 포설선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운영했던 ‘Responder’는 2015년 취득됐으나 2020년 화재로 소실됐다.
LS마린솔루션이 보유중인 포설선과 비교해도 총 톤수 기준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CLV다. 지금까지 1만톤 넘는 포설선은 없었다. 수용 인원 역시 세계로 62명, 미래로 52명, Responder 68명 수준으로 새로 도입될 CLV의 80~90명을 넘지 못한다.
기존 GL2030의 구조적 한계도 극복했다. GL2030은 자체 추진 기능이 없는 CLB(Cable Laying Barge) 형태로 이동 시 다른 선박을 끌어주는 보조선박인 '예인선'에 의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정밀한 위치 조정이나 기동성에서 제약이 있었고 작업 효율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반면 이번에 확보될 CLV는 자체 추진력을 갖춰 운용 효율성과 시공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신규 CLV 건조를 위해 LS마린솔루션은 해외 조선소 다섯 곳 정도와 접촉했다. 현재는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 소재 조선소 두 곳으로 협상 대상이 어느정도 추려진 상태라고 알려졌다.
국내 조선소의 경우 특수선 수요 급증에 따른 높은 가동률로 인해 견적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해외 조선소 위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2025년 7월까지 거래상대방과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동부 턴키 프로젝트도 염두에 뒀다 이번에 확보하는 신규 CLV의 단기 목표 시장은 2028년부터 2030년 사이 대만 연안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서해안 전력 그리드망인 HVDC 사업이다. LS마린솔루션이 글로벌 최우선 진출지로 대만을 꼽은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LS마린솔루션은 대만이 빠른 해상풍력 개발 속도에 비해 케이블 포설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주목했다. 신규 CLV를 투입하면 가동률 확보와 조기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또한 신규 CLV는 모회사인 LS전선이 미국 동부 지역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의 턴키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선박 인도 목표 시점을 2028년 전후로 설정해 2027년 상반기 완공이 예상되는 미국 버지니아 공장 일정과의 연계를 도모했다.
단기적으로는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LS전선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부터 운송, 포설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턴키'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대가 반영됐는지 며칠 전 발표된 유상증자와 관련한 주가 희석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된 모양새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7% 하락한 1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의 명분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국내외 다양한 사업에서 수주 기대감이 커지면서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오전 기준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3만원으로 지난달 30일 종가인 1만7990원 대비 약 67% 급등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CLV 확보는 아시아와 미국을 아우르는 LS그룹의 해저케이블 턴키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며 "LS마린솔루션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한 단계 도약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