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가 굉장히 독특한 그룹이죠. 거대한 가족 공동체, GS그룹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업의 주주명부를 펼쳐보면 보통은 뚜렷한 대주주나 기관투자자가 보이는데요, GS그룹은 좀 다릅니다.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로새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친인척만 무려 50명이 넘거든요. 주주명단이 아니라 꼭 가계도 같죠? 이 독특한 지배구조가 회사의 재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분석해 보겠습니다.
GS그룹 하면 재계에서도 아주 드문 지배구조를 가진 곳으로 꼽힙니다. 방금 제가 가계도 같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가족 수십 명이 모여서 합의제로 그룹을 운영하는 시스템, 이게 GS 주주명부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죠? 총수일가 소수에게 지배력이 집중되는 재계 다른 대그룹들과는 결이 다르거든요.
◇'가족 공동체' GS그룹
GS그룹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가문'입니다. 지주사인 GS 주주 구성을 뜯어보면요, 허창수 명예회장, 허태수 회장을 포함해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일가족만 53인에 달하거든요. 이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GS 지분 총합이 53.6%입니다. 절반을 넘어요.
더 흥미로운 건 아주 압도적인 최대주주가 없다는 건데요. 제일 지분이 많은 허창수 회장이 4%댑니다. 사촌, 육촌들이 지분을 한 자릿수로 아주 잘게 쪼개서 공동으로 회사를 소유하는 형태예요. 가족 수십 명이 회사의 주인이자, 매년 배당을 받아가는 수령인인 셈입니다.
이걸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업이 있죠. 바로 LG그룹입니다. GS가 2004년 LG그룹에서 허씨 일가가 분리되어 나오면서 출범했으니까요. 지주회사 체제 문법도 LG와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 지주사가 계열사를 거느리고, 오너 일가는 그 지주사를 지배하는 순수 지주회사 모델의 정석을 보여주거든요.
하지만 뼈대는 비슷해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LG같은 경우 전자, 화학, 소비재 등으로 포트폴리오 이것저것 가지고 있잖아요. 반면 GS는 구조적으로 특정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요. 바로 에너지사업이죠. 유통도 있고 건설도 있긴 하지만, 실상은 에너지그룹에 가깝죠.
GS그룹은 지주사 아래 GS에너지, GS리테일, GS EPS, GS E&R 이런 여러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는데요. 매출 규모만 보면 편의점을 하는 GS리테일이 가장 크긴 해요. 하지만 실제로 그룹에서 현금을 만들어내는 이익의 핵심은 에너지 부문입니다.
그동안 GS칼텍스를 필두로 정유나 발전 자회사들의 이익 기여도가 압도적이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에너지 그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돈데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룹의 심장이라고 해야 할 정유업이 최근 박동이 약해지고 있거든요.
◇배당금 수익 '반토막'…원인은 GS칼텍스
GS칼텍스의 위기라고 하면, 단순히 유가가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 차원의 얘긴 아닙니다. 예전엔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가 이익이 나고, 내리면 손실이 나는 단순한 등락이었는데요. 지금은 더 근본적인 위기감이 있죠.
정유사업이 이제는 구조적 쇠퇴가 불가피한 과거의 캐시카우가 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트럼프 체제에서 탈탄소가 주춤하긴 한데 길게 보면 언젠가 다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글로벌 중론이니까요. 전기차도 생각해야 합니다. 내연기관차 운송유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되돌리기 힘든 추세거든요. 결국 에너지 전환이 계속될수록 석유 수요는 줄고 정제마진도 떨어질 거라는 겁니다.
정유업이 사실상 집안을 먹여 살리는 기둥인데, 기둥이 흔들리면 지주사 사정도 당연히 안 좋아질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GS로 들어오는 배당금수익 추이를 보면 하락세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2023년에 8300억대로 정점을 찍었었는데 2024년엔 5090억원으로 줄었고요.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800억 수준에 그쳤어요.
불과 2년 만에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든 거죠. 제일 큰 원인은 역시 GS칼텍스입니다. 칼텍스가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에 배당을 못 주니까, GS에너지도 GS에 돈을 올려보내지 못하는, 돈맥경화가 생긴 겁니다.
◇배당수익 줄어도 배당은 '역주행'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죠. 들어오는 돈이 이렇게 줄어들었으면 지출도 덩달아 줄이는 게 일반적인 재무 관리의 원칙입니다. 하지만 GS는 그렇지 않아요. 수입 그래프는 내려가는데,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 그래프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원래 GS는 배당규모가 2018년 1700억원 수준이었다가 2023년 2368억원으로 확 뛰었어요. GS칼텍스가 GS에 역대급 배당금을 준 때죠. 하지만 그 이후로는 들어오는 배당이 계속 줄었거든요. 그런데도 작년엔 9월 기준 배당규모가 2500억원을 넘겼습니다. 더 늘어난거예요.
결국 처음에 이야기했던 53명의 오너 일가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요. 배당을 못 줄이는 이유, 지분 절반 이상을 오너 가족이 나눠가지고 있는 구조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배당금은 사실상 가문의 핵심 소득원이잖아요. 연봉이라고 해도 될텐데요.배당 수준을 한번 올려놓으면 다시 낮추기 어렵다는 걸 배당의 하방 경직성이라고 하거든요. GS의 경우 그 경직성이 유독 강한 겁니다. 배당을 줄이는 순간, 50명이 넘는 오너일가 자금 흐름에 차질이 생길테니까요.
GS가 작년에 배당을 하느라 여윳돈을 못 남긴 것도 그래서일 것 같은데요. 작년 9월 말 GS 별도 재무제표를 보면, 배당을 하고 난 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전환했어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900억원대인데 배당을 2500억원 넘게 풀었으니까요. 들어온 돈보다 주주들한테 더 많은 돈을 준거죠.
모자란 현금은 기존에 쌓아둔 보유 현금을 털어서 메운 걸로 보입니다. 현금성자산이 2024년 말 3700억대였다가 작년엔 3분기 말엔 950억 수준까지 떨어졌거든요. 한솔케미칼 지분 취득 같은 다른 지출이 있긴 했지만 배당 부담도 한 몫 했죠.
◇문제는 '신사업 실탄'
그런데 사실 GS가 크게 현금을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배당 외에 상표권 수익이나 임대 수익도 있고 재무구조는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GS그룹이 제일 목말라 하는 게 신사업이에요. 그룹 간판이 정유업인데 미래가 밝지 않잖아요.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방산이나 조선, 반도체, 로봇, 이런 핫한 이슈에서 GS 이름은 잘 안보이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고요. 당연히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허태수 회장도 취임할 때부터 줄기차게 강조했던 게 '미래사업 발굴해라', '과감하게 M&A 해라', 이런 이야깁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같은 소리를 했고요.
그런데 신사업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결국 돈입니다. GS같은 거대그룹이 새로운 동력이라고 할 만한 사업을 찾겠다면 분명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야할텐데요. 지주사 GS가 총알을 지원하든, 직접 지분 투자를 하든 어떻게든 지갑을 열어야겠죠. 지금 당장 현금 사정에 문제가 없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란 뜻입니다. 돈이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50명이 넘는 거대 가족 공동체를 업고 있는 '배당의 무게, 그리고 늙어가는 캐시카우인 정유산업의 쇠퇴, 여기에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신사업 투자의 압박까지. GS의 셈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 같은데요.
가족 경영이라는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 어떻게 새로운 엔진으로 교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성장통일지도 모릅니다. GS그룹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