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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셀트리온, 합병 쇼크 끝?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좋아진 숫자 '영업이익 1조' vs 남은 리스크 '영업권 11조'

고진영 기자  2026-01-15 13:06:29
오늘은 셀트리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년여 전 합병하면서 새롭게 거듭난 곳이죠. 얼마 전 실적전망 공시를 올렸는데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722억원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입니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6933억원이니까. 합치면 올해 1조원이 넘죠.

셀트리온 사상 처음으로 조 단위 이익이 나온 건데요. 2023년 말 합병 직후 때에 비하면 상당히 늘었어요. 연결기준으로 2023년 영업이익이 6515억원, 2024년에 4920억원이었거든요. 합병 여파가 미쳤던 2024년에 영업이익률이 13.8%로 하락했는데 작년에는 28.3%로 반등했습니다.

◇합병의 본질, 내부거래 제거와 구조 단순화

재작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에 대해서 '합병 쇼크'라는 표현이 나왔거든요. 수익성은 저하됐고 재무제표도 낯설게 바뀌었고. 그런데 지금 숫자를 보면 분위기가 꽤 달라졌어요. 매출채권은 줄었고, 자본은 커졌고, 지표는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이게 정말 쇼크를 털어낸 결과일까요, 아니면 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착시일까요.


2023년 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쇼크의 본질은 실적 부진이 아니라 거래 구조의 급격한 변화였습니다. 기존에는 셀트리온이 생산을 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글로벌 판매를 맡으면서 두 회사 사이 거래가 매출, 매출채권, 재고로 동시에 잡히는 구조였거든요.

합병 이후에는 이 구조가 단숨에 정리됐는데요. 이제는 '셀트리온 →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아니라 '셀트리온 → 최종 시장'으로 바뀐 거죠. 합병 쇼크의 상당 부분은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숫자를 잡는 방식이 바뀌면서 생긴 충격이었습니다.

◇합병 쇼크? 매출채권과 재고 변화 의미는

합병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매출채권 급감입니다. 1조6000억원이던 수치가 9600억원으로 급감했어요. 비록 작년 9월 말 기준 1조4000억원으로 다시 늘었지만요. 여기서 중요한 건 '매출채권 회수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가 아니라 '내부거래 매출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합병 전에는 셀트리온이 헬스케어로 제품을 넘기고 그게 매출채권으로 쌓였거든요.

합병 후에는 이 구조 자체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채권이 줄어든 건 체질 개선이라기보다는 정리의 결과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매출이 늘면서 다시 쌓인 거죠.

대신 재고는 크게 늘었는데요. 6000억원이었던 게 3조 단위로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는 2조7000억원로 줄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잖아요. 이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존에 헬스케어가 들고 있던 글로벌 판매용 재고가 통합법인 재고로 그대로 올라온거죠. 즉, 재고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다 그동안 밖에 있던 부담이 이제 한 재무제표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자본 급증, 합병 쇼크를 흡수한 방패

시장에서는 4조원이었던 연결기준 자기자본이 합병 후 17조원으로 늘어난 걸 보고 '이제 완전히 다른 회사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상당 부분 타당한 평가죠. 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공정가치 재평가가 이뤄졌는데요. 대규모 신주 발행과 주식발행초과금 증가가 발생했거든요. 이게 단숨에 재무제표의 완충력을 키웠고요.

그 결과 부채비율은 40%대에서 10%대로, 차입금의존도는 13.4%에서 9.5%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차입금이 느는 추세지만, 4배 이상 자본 확충 효과가 있었죠. 덕분에 합병 쇼크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자본 확충이 없었다면 2024년 수익성 하락은 훨씬 더 크게 보였겠죠. 자본이 급증하면서 ROE가 떨어져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제외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고요. 13% 넘던 ROE가 5%, 2024년에는 2%대까지 하락했으니까요.

◇11조 넘는 영업권, 새로운 리스크 등장

셀트리온은 합병 쇼크를 넘긴 대신 새로운 리스크도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게 영업권이죠. 현재 총자산이 21조인데 영업권이 11조원을 넘습니다. 이건 미래 현금창출력에 대한 기대치, 즉 권리금 같은 개념인데요. 헬스케어 사업부의 수익성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상당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시장 경쟁이나 가격 압박으로 수익성이 흔들리면 손상차손 리스크가 현실화 된다는 겁니다. 영업권 일부를 손상 처리해서 비용으로 덜어내면 당기순손익에 악영향을 끼치니까요. 과거엔 개발비 손상 여부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영업권 손상 여부가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죠.

◇현금창출력, 쇼크 이후 진짜 시험대

그렇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현금창출력입니다. 셀트리온의 투자 계획이 어마어마하거든요. CDMO 진출에 1.5조원, 미국 일라이릴리 공장 인수와 증설에 약 1.4조원, 국내 공장과 R&D에 3년간 4조원, 총합하면 거의 7조원 수준이에요.

셀트리온은 여전히 CAPEX, R&D,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 유출이 많은 구조입니다. 2021년에는 순현금 상태였지만 2022년부터 순차입으로 돌아섰고 작년 9월 말에는 1조9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이 중 97% 이상은 1년 내 만기가 돌아오고요.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중장기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상대적으로 어려운데요. 그것 때문에 단기 조달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삼성바이오의 주력인 CDMO의 경우, 수주산업과 비슷해 매출 추정이 쉬워 신용평가에 좋거든요. 셀트리온은 그게 안 돼서 에퀴티 조달이나 CP, 은행 대출 등을 주로 쓴다고 알려졌죠.

물론 차입금이 늘고 있긴 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합병으로 자본이 13조원 이상 증가해 레버리지 지표에 여유가 있거든요. 부채비율이 25%, 차입금의존도가 13% 정도이니까요. 게다가 EBITDA도 연간 9000억원 수준이고요.

정리해보면 셀트리온은 분명히 합병 쇼크를 털어낸 듯 보입니다. 재무제표는 안정됐고 완충력도 생겼습니다. 이제 남은 건 합병 효과를 현금으로 증명하는 건데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직접판매 확대가 실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재고와 운전자본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되는지, 헬스케어 부문의 이익이 영업권을 계속 충족하는지,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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