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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별자금' 마련한 한화…'24년' 승계작업 막바지

지분은 장남, 현금은 아우들에게…남은 퍼즐은 한화와 합병?

고진영 기자  2026-01-06 17:52:10
오늘은 치밀하게 진행되어 온 승계 작업, 한화그룹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한화에너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가 진행되면서 20여 년에 걸친 승계의 큰 그림이 거의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한화그룹 지배구조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그 정점이 이번 한화에너지 프리IPO로 보입니다. 3세 경영 측면에서 의미가 굉장히 크죠.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승연 회장의 차남과 삼남이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팔아서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겁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약 20%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는데요. 매각 대금이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메가 딜입니다.

◇지분율 변화가 암시하는 '각자도생'

보통 기업이 프리IPO를 하면 신주를 찍어서 그 돈으로 공장도 짓고 빚도 갚지만 이번 딜은 좀 다른데요. 신주 발행은 없고 전부 구주 매출입니다.

기존 주주가 가진 주식을 파는 거니까 매각대금은 한화에너지 법인에 1원도 흘러가지 않고요, 주식을 판 김동원, 김동선 두 형제의 개인 계좌로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단순 계산해보면 김동원 사장이 2800억원, 김동선 부사장이 8200억원 정도예요.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게 아니라, 철저히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를 위한 딜이라는 거죠.

매각 전까지 한화에너지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이 25%, 김동선 부사장이 25%를 보유했었는데요. 그 보유 지분 중에서 김동원 사장은 5%, 김동선 부사장은 15%를 팔았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 그리고 FI가 20%를 가진 구조로 바뀐거죠.

결과적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주식을 한 주도 안 넘겼습니다. 지배력 유지를 위한 거겠죠. 반면 동생들은 지분을 현금으로 바꿔서 나가는, 이른바 '캐시 아웃'을 선택한 겁니다. 한화그룹 승계 구도가 김동관 부회장 중심으로 굳어졌고 동생들은 살림을 차려 나가는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런 신호로 볼 수 있죠.

결국 동생들이 한화에너지를 발판으로 독립을 위한 실탄을 확보한 건데요. 사실 한화에너지가 처음부터 이렇게 비싼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5조5000억원이지만 시작은 아주 작았죠.

◇한화S&C의 탄생…승계 '시드머니'의 역사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2001년 한화그룹은 한화 전산사업부문을 떼어내서 한화S&C라는 SI(시스템통합) 회사를 설립합니다. 김승연 회장과 한화가 각각 10억원, 20억원씩 출자했고요. 합쳐서 자본금이 겨우 30억이었죠.

사실 SI 회사들은 재벌가에서 승계 자금을 만들 때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데요. 일감을 몰아주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화S&C도 계열사 매출이 많았고요.

그런데 2004년에 아주 특이한 일이 발생합니다. 한화S&C가 갑자기 대규모 적자를 내거든요. 당시 매출 1268억원 중에 계열사 매출이 580억원이나 됐는데요. 그런데도 매출원가가 1200억원으로 치솟으면서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합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거죠.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적자가 나자마자 2005년 지분거래가 있었거든요. 김승연 회장은 보유 지분을 장남 김동관에게 매각했고요, 한화는 차남과 삼남에게 지분을 전량 팔았습니다. 김 화장은 주당 5000원, 한화는 주당 5100원을 받았으니까 거의 액면가 수준에 매각한 건데요. 세 형제가 지분 100%를 확보하는 데 든 돈이 30억원 수준이었다는 얘기죠.

회사를 키우려면 추가적인 자본확충도 안할 수 없었는데요. 지분을 넘겨받고 나서 2007년까지 3형제는 세 번에 걸친 한화에너지 유상증자에 1312억원을 투입합니다. 당시 각각 25세, 23세, 19세에 불과할 때였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지원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겠죠.

어쨌든 그 돈이 일종의 시드머니가 돼서 한화S&C가 투자회사, 다시 에너지 회사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산 용역만 해서는 5조원짜리 회사가 되긴 힘들었을테니까요.

한화S&C는 시스템통합 사업에 그치지 않고 사세를 넓혔는데요. 군장열병합발전을 설립해서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2년 뒤에는 여수열병합발전을 손자회사로 만들었죠. 2012년엔 자회사인 여수열병합발전과 군장열병합발전을 합쳐 한화에너지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한화S&C가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가진 구조를 만들었어요.

한화S&C가 에너지사업에 그렇게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도 계열사들 덕분이었죠. 여수 사업장에서 만든 전기를 한화케미칼에 공급해서 수익 모델이 확실했거든요. 한화에너지의 폭발적인 성장이 한화S&C 자산 증식의 지렛대가 된거죠.

그러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SI 사업이 문제였는데, 그때도 한화 측이 아주 영리한 묘수를 냈죠. 2017년 한화는 한화S&C를 둘로 쪼갭니다.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과 SI사업을 하는 한화S&C로 물적분할을 한 건데요. 그리고 한화S&C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해서 약 2500억원을 현금화합니다. 규제는 피하고, 현금은 챙기는 신의 한 수였죠.

중요한 건 알짜배기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는 형제들이 그대로 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2015년 삼성과의 빅딜 때도 한화S&C가 삼성종합화학(지분 인수에 참여했었는데요. 나중에 삼성종합화학은 한화임팩트가 돼서 매년 엄청난 배당금을 밀어주는 현금창출기가 됐고요. 분할 후 이 배당금이 에이치솔루션으로 흘러가서 형제들의 자금줄이 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드디어 지금의 '한화에너지' 간판을 달게 됩니다. 에이치솔루션이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를 역으로 흡수합병합하고, 사명을 한화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었죠.
정리하자면 한화S&C가 에이치솔루션이 됐다가 다시 통합 한화에너지가 된 겁니다.

◇'실질적 경영 승계' 완성

2024년 7월엔 승계의 판도를 또 한 번 뒤집습니다.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했거든요. 당시 5.2%를 확보하고 3개월 뒤 고려아연이 가지고 있던 한화 지분 7.25%까지 블록딜로 더 사들였죠. 덕분에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9.7%에서 22.2%로 올랐습니다.

아들 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아버지 회사 한화를 지배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완성된 거죠. 그리고 2025년 4월 김승연 회장이 쐐기를 박았는데요.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습니다. 각각 4.86%, 3.23%, 3.23%씩이었죠.

결과적으로 3형제가 직접 가진 지분과 한화에너지를 통해 보유한 지분은 합쳐서 42.67%가 됐습니다. 한화에너지 지분을 한화 지분으로 환산해서 김동관 부회장 지분율만 계산하면 20.85%고요. 부친보다 많죠? 경영권 승계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겁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요. 이번 프리IPO로 김동원, 김동선 두 동생이 1조원 넘게 챙겼다고 했습니다. 알짜 지분을 굳이 지금 시점에 투자자에게 넘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이 막대한 현금,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1조 현금 용처는…'세금 납부'와 '홀로서기'

우선 승계는 거의 끝났지만 세금 문제가 남았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로 형제들이 내야 할 증여세만 약 2200억원 규모로 추산되거든요. 연부연납을 한다고 해도 매년 수백억원이 필요한데, 이번 매각 대금으로 깔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계열 분리 자금입니다.

형제들이 각자 맡은 사업이 뚜렷한데요.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 에너지, 조선 등 그룹의 핵심을 이끌고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을 늘리면서 독립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을 맡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이 최근 특히 공격적이고요.

김동원 사장은 이번 딜에서도 가장 많은 자금을 손에 쥐었는데요. 최근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이고 있죠. 얼마 전 아워홈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겁니다.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대금으로도 갤러리아 지배력을 더 높이고 로봇이나 푸드테크 같은 신사업 투자 실탄으로도 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형제들이 이번 거래대금은 그룹을 셋으로 쪼개 갖기 위한 이별 자금이었는데요. 아직 마지막 퍼즐 하나가 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결국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거든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을 완벽하게 장악하려면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이 더 필요하니까요. 지금 김동관 부회장이 가진 한화 지분은 9.76%에 그치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당연히 당장 합병하진 않을거예요. 상장이 우선일테니까요. 굳이 지금 합병해서 비율 산정 문제로 시끄러워질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이번 프리IPO를 통해 기업가치 5조5000억원이라는 가격표를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상장을 하든 합병을 하든 아주 유리한 기준점이거든요.

네, 한화에너지 프리IPO. 들어보니 김동관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잃지 않으면서 동생들 독립자금을 챙겨 내보내고, 기업가치까지 인증받은 일석삼조의 거래였네요. 이별을 위한 준비라고 하겠습니다.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한 24년간의 승계 드라마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것 같은데요.

물론 리스크도 남아 있습니다. FI들도 엑시트를 해야 하니 적어도 5년 안엔 상장할 것으로 보이거든요. 상장 과정에서 중복상장 이슈 등 주주들의 권익 침해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김동관 체제를 여는 과제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 형제들의 독립 경영이 어떤 성과를 낼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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