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옥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이 아니죠. 독립된 사옥은 때로 완전한 홀로서기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대의 선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2026년 새해 시작과 함께 광화문 시대를 활짝 연 LX그룹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LX그룹은 계열분리 5년이 지나 물리적 독립을 완성하고 2세 승계라는 큰 산을 넘고 있는데요. 작년 10월 LX홀딩스가 LG로부터 LG광화문빌딩을 512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통합 사옥 체제에 들어갔고요.
사실 그동안은 LX인터내셔널이나 LX판토스 같은 핵심 계열사들이 이 건물을 빌려 쓰고 있었거든요. 하우시스나 세미콘 같은 다른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요. 애초에 독립했을 때부터 현판식을 따로 안하고 그냥 LG 빌딩에 조용히 들어가서 업무를 시작했었습니다.
아무래도 건물 외벽에 LG 현판이 떡하니 걸려 있으니까 셋방살이 느낌이 더 컸죠. 사실상 사업적으론 LG에서 나왔지만 집은 여전히 형님 댁에 얹혀사는 모양새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LG 현판도 떼고 LX 로고가 박힌 입간판도 세웠습니다..
◇5000억에 마련한 ‘내 집’…분가의 마침표
분가 5년 만에 계열사들을 전부 한 지붕 아래 모은 셈인데요. 덕분에 연간 100억원이 넘던 임차료를 아끼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에게 ‘이제 진짜 LG와는 다른 독자적인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효과가 크겠죠.
하지만 사실 이 사옥 매입이 단순히 독립 기념 퍼포먼스는 아닐 겁니다. 집 사는 데 수천억을 썼다는 건, 그룹 브랜드 가치도 키우고, 앞으로 덩치도 더 더 공격적으로 불리겠다는 신호로 보이는데요. 특히 지금 LX그룹이 본격적으로 크려면 가장 중요한 게 승계작업 해결입니다.
왜 승계가 급한지, LX그룹 역사를 짚어보면요. 우선 LG가는 장자가 승계하고 동생들은 계열분리로 독립해 나가는 전통을 4대째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본준 회장은 조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도 한동안 LG 고문으로 있었거든요. 그러다 2021년 5월이 돼서야 LX그룹을 꾸려 나왔습니다. 형제들 중에선 가장 늦었죠.
범LG가 전통인 ‘아름다운 이별’의 마지막 퍼즐이었다고 할 텐데요. 구본준 회장이 1951년생이다 보니 독립 당시 이미 일흔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룹 출범과 동시에 승계 작업을 굉장히 속도 있게 밀어붙였죠. 보통 기업들이 10년, 20년 걸려서 할 일을 LX는 불과 4~5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속전속결 지분 정리…‘초고속’ 승계 프로세스
실제로 독립하자마자 자녀들한테 지분부터 증여해줬죠. 당시 상황을 보면 LX홀딩스가 떨어져 나왔어도 원래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그리고 구본준 회장이 가진 LG 지분은 그대로였습니다. 각각 15.95%, 7.72%였는데 2021년 12월 말 구본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지분 4.18%를 블록딜로 팔고, 그 돈으로 구광모 회장 쪽(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32.3%를 싹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LG 지분 가운데 1.5%를 LG공익법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털어내서 LG 지분율을 2%대로 줄였죠.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 지분율이 3% 밑이어야 계열분리가 되거든요. 그렇게 이듬해 공정위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LG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냈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라, 구본준 회장은 본인이 확보한 LX홀딩스 지분 40% 중 절반 정도를 자녀들에게 바로 증여해버립니다.
출범하자마자 지분 절반을 넘겼으니, 승계 구도를 최대한 빨리 확정 짓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력했다고 봐야겠죠. 당시 장남인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850만주, 장녀 구연제 씨에게 650만주, 이렇게 총 1500만주를 넘겼는데요. 이 증여 한 번으로 당시 상무였던 구형모 사장 지분율이 0.6%에서 11.75%로 순식간에 뛰었습니다. 구본준 회장 다음가는 명실상부 2대 주주가 된 거죠. 그 뒤로 장내매수도 더 해서 지금은 12.15%까지 늘어난 상태입니다.
◇증여세 재원은 ‘배당’…LX홀딩스, 3년간 680억 지급
초장부터 승계 구도와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할텐데요. 계열사 활용처럼 우회로를 타지 않고 지분 반절을 정석적으로 떼어줬다는 점에선 LG 승계랑도 좀 비슷합니다. 구광모 회장도 부친 구본무 회장 주식을 상속받을 때 정공법을 썼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정공법의 문제는 세금이이죠.
실제로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장주식은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 그리고 60일 이후, 이렇게 120일의 평균 종가로 증여세를 확정하는데요. LX홀딩스 주식은 당시 주당 만원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주당 만원으로 치면, 구 회장이 증여한 1500만주 지분가치가 1500억원이었고요. 최고세율 50%에 할증과세 20%를 적용하면 두 남매에게 부여된 증여세가 900억원 정도 나와요. 이중 구 사장 몫이 510억원입니다.
현금으로 한 번에 내긴 당연히 불가능했겠죠. 그래서 사촌 형인 구광모 회장처럼 구 사장도 LX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잡고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바로 LX홀딩스의 배당 정책인데요. LX홀딩스는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든 나쁘든 배당을 후하게 주고 있습니다.
내역을 보면 2022년부터 매년 200억 넘게 배당 중이네요. 2024년까지 3년간 총 676억원을 배당했고요. 지분율대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구형모 사장이 약 81억원, 연제 씨가 약 58억을 가져갔습니다. 합쳐서 139억원 정도죠.
LX홀딩스는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는데요. 결국 배당금을 승계 재원으로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배당금을 활용해서 지분을 더 확보하겠죠.
◇승계 시험대 오른 구형모의 ‘LX MDI’
아무튼 지배력이라는 하드웨어는 어느정도 세팅된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경영 승계라는 게 지분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죠. 경영 능력, 그러니까 ‘소프트웨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LX MDI라는 회사입니다.
2022년 말 설립된 LX홀딩스의 100% 자회산데요. 구형모 사장이 처음부터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룹사 경영 컨설팅을 하고 계열사 사업 방향이나 전략 수립을 하는 곳이죠. 인재 육성도 담당하고요. 쉽게 말해서 그룹의 두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겁니다.
계열사 정보를 한 번에 자리이니까 후계자 수업 장소로 딱이긴 하겠죠. 그런데 이 회사 매출구조를 보면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거의 전적으로 내부 거래에 기대고 있거든요.
LX MDI 매출은 대부분 LX인터내셔널이나 LX판토스 같은 계열사들이 주는 일감에서 나옵니다. 계열사 내부 컨설팅을 하니까 독자 생존은 어려운 게 당연하겠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승계받는 입장에선 이만큼 안전하고 좋은 구조도 없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영업이 안정적이고 그룹 전체 사업을 익히기도 쉬우니까요. 작년 9월 말 기준 LX MDI 매출이 78억원인데요, 그 전년 연매출인 73억원을 이미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업구조가 안고 있는 리스크도 분명 있습니다. 최근 바뀐 상법 이슈인데요.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이게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는데 결국 시행이 됐습니다. 작년 7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넓어졌거든요. 이렇게 되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하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진거죠.
◇‘숫자’로 증명할 성장 스토리
게다가 지금 LX그룹은 본업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이게 더 본질적인 문제인데요. LX그룹은 주력이 상사, 물류, 반도체, 건자재 쪽인데, 전부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거든요. 독립 직후인 2022년엔 대체로 실적이 좋았지만, 2023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고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나란히 꺾였습니다.
주요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이나 LX세미콘, LX하우시스를 보면 외형과 수익성이 전부 하락세에요. 구형모 사장 입장에서는 단순히 지분을 물려받는 걸 넘어서, ‘내가 회사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걸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데, 대외 환경이 좀 안 따라주는거죠.
구본준 회장이 작년에 “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은 퇴보가 아니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아주 강한 어조로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같은데요. 이번에 입주한 광화문 사옥이 화려한 독립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그룹의 실적 반등에 달린 듯 합니다.
구본준 회장은 원래도 저돌적 성향, 팽창 위주 경영 스타일로 유명했거든요. 소문난 전략통에다가 수십년 전에도 반도체같은 신사업 발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확장 의지는 아직도 여전할 텐데요. 싱크탱크 역할을 아들 구형모 사장이 맡았으니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죠.
지금 LX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에 투자하고, 친환경 사업도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거든요. 이런 신사업들이 그냥 노력으로만 끝날 게 아니라, 진짜 숫자로 찍히는 성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죠. 사옥 매입으로 독립의 외관은 완성했지만, 마주친 파고가 만만치 않습니다. 구형모 사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LX의 광화문 시대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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