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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승계 아니라 상속'…풍산, 방산 매각설의 진짜 이유

'금융통' 오너 3세, 미국서 자산운용사 설립…가업 포기 시그널?

고진영 기자  2026-04-07 16:02:47
최근 풍산그룹이 방산사업 매각설로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죠. 얼마 전 풍산그룹이 방산 부문 매각을 타진 중이라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왔잖아요. 여기에 대해 풍산 측은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고요.

사실상 분할 매각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뒀다고 봐야겠죠. 풍산이라는 간판 자체는 유지해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 바뀔 수 있다는 얘깁니다.

◇매출 70%는 '구리', 이익 90%는 '탄약'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풍산이라는 회사를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반인한테는 동전 원료 만드는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풍산은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하나는 구리를 가공해서 판이나 대, 봉 형태로 만드는 신동 사업이고요. 다른 하나는 소총탄부터 대구경 포탄까지 만드는 방위산업이에요. 규모를 보면 작년 기준 연결 매출이 5조원을 넘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종합탄약 제조사이기도 하고요.

두 사업 중 매출로만 보면 신동, 그러니까 구리 사업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작년 기준으로 신동부문 매출이 약 2조6600억원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고요, 방산은 약 1조1900억원으로 31%에 그쳤거든요.

덩치는 구리사업이 압도적이지만 수익성은 다른데요. 작년 기준으로 신동 부문은 세전이익이 겨우 217억원입니다. 그런데 방산은 2108억원이에요. 이익의 91%가 방산에서 나오는 겁니다. 매출은 구리가 크지만, 진짜 돈은 탄약이 벌고 있는 거죠.

매출 비중 30%인 사업이 이익의 90%를 만들어내는 구조면, 차이가 굉장히 극단적인데요. 이유가 뭘까요. 구리 사업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신동은 LME, 그러니까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를 사와서 가공한 다음 파는 건데요. 부가가치가 단순 가공 마진에 한정돼 있어요. 구리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매입가와 판매가가 같이 움직이니까 마진이 극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구조인거죠.

반면에 방산은 일단 국내에서 유일한 종합탄약 제조사라는 독점적 지위가 있는 데다, 군 납품이라는 안정적 수요가 깔려 있으니까 영업이익률이 15~20%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익의 90%를 책임지는 사업을, 그것도 지금 방산 수출이 역대급 호황인 와중에 팔겠다는건데 좀 의아해지죠. 이게 중요한 부분인데요. 류진 회장의 장남, 오너 3세의 국적 이슈를 봐야 합니다.


◇승계가 아니라 상속

풍산그룹은 풍산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꼭대기에 있고요, 이 회사가 풍산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류진 회장은 풍산홀딩스 지분의 37.61%를 보유 중인데요. 부인과 두 아들 지분까지 합하면 가족이 약 48.7%를 보유해서 지배력은 아주 확고합니다.

그리고 1993년생인 장남 류성곤씨는 2010년경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영어이름은 로이스 류고요. 외국인이다 보니 방산업체인 풍산 승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행 방위산업법에 따르면 방산업체의 경영권이나 지배구조를 변경할 땐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요, 외국인에 의한 사실상의 지배에는 굉장히 엄격한 심사가 적용됩니다. 지주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우회 지배도 얄짤없이 차단하고 있어요. 풍산홀딩스의 대주주가 외국인으로 바뀌는 것 자체가 '실질적 경영 지배권의 변화'로 간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9월부턴 규제가 더 강화됩니다. 방위사업법 제50조의3이 신설되거든요. 이제 방산업체가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를 임원으로 채용하려면 방사청장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해요. 작년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인 임원을 선임한 게 논란이 되면서 만들어졌죠.

그렇다면 미국 국적인 성곤 씨는 사실상 방산사업을 합법적으로 물려받는 게 법적으로 원천 봉쇄됐고, 이게 매각의 원인인 걸까요? 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국적이 진짜 그렇게 큰 장벽인지 말입니다.

연매출 5조원짜리 기업을 국적 때문에 포기한다는게 사실 납득이 잘 가지 않죠. 정말 원한다면 미국 국적을 다시 버리고 한국에서 국적 회복 절차를 밟을 수도 있거든요. 승계를 너무 받고 싶은데 오로지 국적이 문제라 사업을 판다는 소린 좀 터무니없이 들린다는 겁니다.

승계를 못하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아버지가 하던 사업말고 다른 꿈을 꾸고 싶을 수 있잖아요. 구리, 방산, 이런 사업이 새롭거나 혁신적인 분야는 아니니까요.

물론 성곤 씨가 지금 미국법인인 PMX인더스트리 부사장이니까 구리사업 쪽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PMX인더스트리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단순 구리 가공 공장입니다. 말그대로 생산공장이에요. 부사장이 실질적으로 대단한 일을 하진 않겠죠.

실제로 PMX에서 류성곤 씨의 경영 활동이나 성과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풍산 아메리카의 '스페셜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함도 겸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요.

오히려 이분의 학력이나 경력을 보면 완전히 금융통입니다. 스탠퍼드에서 철학·경제학 학사과정을 거쳐서 같은 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요. 졸업 후에는 미국 대형 법무법인인 밀뱅크(Milbank)에서 금융 구조조정과 금융 송사를 3년간 담당했습니다. 이후 골드만삭스에서도 잠시 일했고요.

경영이나 기계공학이 아니라, 월스트리트 금융이 커리어의 중심같죠. 그리고 성곤 씨는 약 한 달 전인 올해 2월경, 미국 베벌리힐즈에서 '스타라 캐피탈 파트너스(Stara Capital Partners)'라는 자산운용사를 공동 창립했습니다. 전환사채(CB) 차익거래와 구조화금융에 중점을 둔 멀티전략 크레딧 운용사라고 소개하고 있고, 직원은 10명 미만의 소규모 부티크 회사입니다.

금융 구조조정 변호사, 투자은행 업무를 하다가 자기 운용사를 세운 건데요. 볼수록 구리든 탄약이든 그 쪽에 관심이 있을거같진 않아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신동부문 세전이익은 겨우 217억원이에요. 방산은 2108억원이고요. 그런데 고작 국적 때문에 2000억 버는 알짜사업을 팔고 200억 버는 구리사업을 물려받는다는 건 좀 이상하죠.

그러면 풍산의 상황을 정확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가업 승계라는 방향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승계라는 건 가업의 명맥을 이어받는 건데 풍산은 지금 승계가 아니라 상속을 하려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아마도 성곤 씨가 원하는 것은 정부 통제를 받는 낡은 제조업의 경영권이 아니라, 풍산을 가장 비쌀 때 팔아서 쥐게 될 현금이라는 거죠.

사실 사업을 물려받고 싶었으면 애초에 한국 국적 포기를 하지 않았을겁니다. 그리고 지금 성곤 씨는 핵심 계열사에서 일한다거나 하는 움직임도 전혀 없고요. 일관되게 금융 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완전히 다른 자본 세계에서 본인 사업을 하고싶은 걸텐데, 그러기 위해선 풍산이라는 무거운 자산이 쪼개기 쉬운 현금으로 전환돼야 하겠죠. 사실 3세들이 아버지 세대에서 하던 전통 제조업을 기피하고 자본 엑시트를 택하는 재계 전반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쪼개기의 딜레마

다시 핵심 질문으로 넘어가죠. 방산사업을 실제로 팔게 된다면, 매각 방법에 따라서 돈의 흐름이나 주주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텐데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죠. 영업양수도, 물적분할, 인적분할입니다.

먼저 영업양수도는 방산사업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통째로 넘기는 형태라, 매각 대금이 풍산에 귀속돼요. 그런데 이 방식은 가격을 산정할 때 자산·부채 평가액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기 어려워요. 매수자 입장에서 인수 후 별도 법인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 점도 불리하고요. 제값을 받기 힘드니 선택될 가능성이 낮죠.

또 물적분할은 풍산이 방산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뚝 떼어낸 다음, 그 회사 지분을 통째로 파는 겁니다. 이 경우에도 매각 대금이 풍산 법인으로 들어와요.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오너 일가는 풍산이 아니라 지주사인 '풍산홀딩스' 지분만 있잖아요. 쌓인 돈을 홀딩스로 끌어올리려면 풍산이 대규모 유상감자나 폭탄 배당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풍산의 나머지 지분 62%를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한테도 똑같이 비례해서 자금이 빠져나가겠죠. 오너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의 누수가 발생하는 겁니다.

사실 풍산이 처음에 추진하려고 했던 방식은 영업양수도나 물적분할 쪽으로 알려지긴 했습니다. 오너 입장에서는 매각 대금이 풍산 법인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외부 시선을 피해 자금을 컨트롤하긴 편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입니다. 풍산의 황금알이 방산사업인데 여길 떼어내서 팔아버리면 남는건 구리사업 뿐이잖아요.

예전에도 물적분할을 시도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습니다. 2023년경 방산 부문만 별도로 물적분할하려다가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주주들 반발을 사서 결국 무산됐는데요. 그때도 같은 문제였어요. 알짜만 쏙 빼가면 껍데기만 남는다는 거였죠. 최근 정부가 밸류업, 주주권 강화를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물적분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겠네요.

그래서 결국 남는 유일한 선택지가 바로 인적분할입니다. 소액주주들한테도 인적분할은 나쁠 게 없습니다. 인적분할은 풍산을 수평으로 쪼개서 '존속회사(신동)'와 '신설 방산회사'로 나누는 건데요. 기존 주주들도 전부 본인이 가진 지분 비율과 똑같이 신설 방산회사 주식을 직접 받게 됩니다. 소액주주들도 방산회사 주주가 돼서 성장 과실을 온전히 나눠 갖게 되는거죠.

오너 일가 입장에서도 자금 흐름만 보면 가장 깔끔합니다. 지주사인 풍산홀딩스가 풍산 지분 38%를 갖고 있으니까, 분할하면 신설 방산회사 지분 38%를 받게 될텐데요. 이 38%의 경영권 지분만 매각하면, 매각 대금이 풍산 법인을 거치지 않고 풍산홀딩스로 바로 들어오거든요. 주주 반발도 피할 수 있고요.

인적분할이 확정되면 주가 측면에서도 굉장히 호재입니다. 풍산의 지금 가치를 만든 건 전적으로 방산 부문인데 그동안은 구리 사업의 원자재 리스크에 묶여서 디스카운트를 받았으니까요. 인적분할로 방산이 독자 상장하면 그 디스카운트 꼬리표가 사라지면서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겠죠. 반대로 기존 존속회사에 대한 투자 매력은 크게 줄어들겁니다. 구리사업만 덩그러니 남는거니까요.

◇누가 살까, 잠재 인수자는

우선 인적분할로 매각한다고 치면, 실제로 살 만한 기업은 거의 정해져 있다고 봐야합니다. 몸값이 최소 1조5000억이라고 얘기되고 있으니까요. 시장에서 거론되는 후보는 크게 세 곳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이죠. 자금력도 자금력이고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들이거든요.

아무튼 흥행 걱정은 안해도 될 겁니다. 글로벌 탄약 수요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상태잖아요. 풍산이 최근 폴란드와 8300억원 규모의 대구경 포탄 7년 장기공급 계약을 맺어놓기도 했고, 미국 탄약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고요. 밸류에이션을 최고로 당겨 받을 수 있는 매각 적기라고 해야겠죠.


◇시나리오: 방산 매각 이후의 풍산

그러면 마지막으로, 방산 매각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풍산의 미래 청사진을 한번 그려볼까요. 가장 유력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시나리오는, 우선 방산 부문을 인적분할해서 독자 상장시킨 뒤 매각하는 겁니다.

풍산에는 구리 사업만 남을텐데, 이 사업도 중장기적으론 정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예상을 해보면 매각 대금을 펀드로 굴려서 글로벌 신사업에 투자해보고, 그중 하나를 풍산에 우회상장 시키듯이 담아서 키울 수도 있겠죠. 이미 상장되어 있는 그릇을 활용하는 게, 처음부터 회사를 키워서 상장시키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니까요.

결론적으로 풍산의 방산 매각은, 승계을 위한 매각이라기 보단, 자산을 현금화해서 투자업이나 신사업으로 피벗하려는 과정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계승이 아니라, 이 사업을 현금화하기 위한 자본 엑시트 과정이라고 추정되는거죠.

풍산 일가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예인데요. 3세 시대에선 정말 가업의 전통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국적을 바꿔서라도 방산의 황금기를 붙잡을지는 아직 열린 결말입니다. 확실한 건 국적회복이라는 카드를 쥐고도 베벌리힐스에 사모펀드를 차린 3세의 행보를 볼 때 그 선택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류진 회장이 이제 68세죠. 아직 급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방산 호황이 영원하지도 않겠죠. 결국 분할매각 카드를 꺼낼지, 그 매각 대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후속 이슈가 꽤 많을 것 같은데요. 더벨이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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