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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카카오뱅크, 캐피탈 인수전 동상이몽

캐피탈사, PF 리스크 터널 지나 비은행 효자로 귀환…금융권 M&A 핵심 격전지로

김보겸 기자  2026-07-01 07:55:39
최근 금융권 내 캐피탈사 인수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인수 주체별로 상반된 접근 전략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빅3인 한화생명과 인터넷전문은행 리딩뱅크 카카오뱅크가 각각 캐피탈사 인수를 추진 중이나 매물 성격과 인수 후 영업 전개 방향은 상반된 양상을 보인다.

한화생명이 이미 독자적인 영업망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대형 우량 매물을 선택했다면 카카오뱅크는 자산 규모가 미미하고 영업이 정체된 소형사를 인수해 자사 모바일 플랫폼에 결합하는 실험적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 메자닌·대체투자 검증된 애큐온 인프라 조기 수혈

한화생명이 인수를 추진 중인 애큐온캐피탈은 올 1분기 기준 총자산 9조3461억원으로 업계 17위다. 임직원 수도 148명 수준이다. 시장에서 꾸준히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중심의 자산을 확대해 왔다. 최근 가계대출 및 리테일 금융 부실 자산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며 자산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도 IB2팀 등을 통해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펀드) 결성 및 운용(GP) 업무를 공식 수행하는 등 인프라가 견고하다.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 역시 보험업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권은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거둔 보험료를 기반으로 장기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에 따라 국공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반면 캐피탈사는 레버리지 비율 규제 내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 대체투자나 기업 대출, 벤처투자 등에 유연하게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미 소싱 능력과 대체투자 인프라가 검증된 조직을 가동함으로써 자산운용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등 딜 소싱 능력을 갖춘 곳들은 대규모 대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두는 반면 보험사는 반대로 투자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증권이나 캐피탈 포트폴리오 확보에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과거 매각에 난항을 겪던 KDB생명이나 롯데손해보험 등에 복수의 원매자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금융 환경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본업만으로는 승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본업을 기반으로 하되 투자를 통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캐피탈사의 매물 매력이 높아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뱅크, 장부가 수준으로 여전업 확보…플랫폼 트래픽 이식

반면 카카오뱅크가 낙점한 마스턴캐피탈은 총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524억원 수준으로 업권 내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2년 설립돼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신생사인 만큼 시장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다. 2024년에는 3억9000만원 순이익을 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린 지난해에는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는 등 다소 정체된 상태였다.

임직원 수도 22명 수준으로 오프라인 영업 거점이나 뚜렷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했다. 인수 대금 역시 마스턴캐피탈의 순자산 가치에 수렴하는 241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화한 장부가 수준의 소규모 딜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가 자금을 투입한 배경에는 자사 플랫폼이 보유한 2000만명 이상의 모바일 트래픽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기존 캐피탈사의 부실 자산이나 오프라인 인프라까지 떠안기보다 진입 절차가 까다로운 할부·리스·신기술금융사 등록 지위 자체만을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UI 및 UX 기술력과 트래픽을 이식해 백지상태에서 모바일 전용 캐피탈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두 회사의 구체적인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캐피탈업권을 바라보는 거시적 시각은 일치한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여전업권 전반의 실적이 둔화 국면을 맞았으나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통해 부실 정리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일부 캐피탈사들이 견고한 펀더멘털을 증명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내에서 캐피탈사 대표들이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은행장 등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시장 내 캐피탈 매물 가치도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캐피탈사들의 실적 반등이 가시화되면서 매물로서의 매력도가 크게 올라갔다"며 "지방금융의 경우 캐피탈 계열사의 수익성이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JB우리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광주은행의 순이익을 넘어선 데 이어 올 들어 전북은행의 순이익마저 넘어서며 그룹 내 비은행 핵심 계열사로서 1위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박춘원 당시 JB우리캐피탈 대표가 전북은행장으로, 김성주 당시 BNK캐피탈 대표가 부산은행장으로 영전하는 등 캐피탈업권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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