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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투명성]④카카오도 소위원회 안건 '부결사유' 사업보고서에 기재

박동우 기자  2024-04-15 15:43:16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이사회 구성원이 내리는 의사결정은 기업 경영을 넘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비토(veto·반대)'가 발생한 사유는 자율적인 공시 사항이지만, 반대 사유를 공시했는지 여부를 살피면 이사회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사회 안건 표결에서 비토가 나오자 SM엔터테인먼트는 반대 사유를 공개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사유를 공시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작년 말 소위원회 안건이 부결된 사유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했다.

◇3개 상장계열사 이사회·소위원회에서 '반대' 발생

THE CFO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토대로 기업집단 카카오 산하 10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2018년 이래 최근 5년간 이사회, 소위원회 회의 표결에서 반대표가 발생한 회사는 △카카오 △카카오뱅크 △SM엔터테인먼트 등 3개사다. 이들 기업 가운데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만 반대 사유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상장사가 이사회 표결 반대 사유를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인 만큼 적시에 공개해야 바람직하다는 판단과 맞물렸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기업 내용에 대한 적극적이고 적절한 공시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14일에 감사부설기구 설치 승인안을 표결했으나 부결됐다. 윤석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감사위원장)를 포함해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 등 사외이사 위원 3인이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감사위가 논의한 안건은 내부감사업무 지원조직을 감사위원회 직속 부서로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적 내부감사부서에 대한 감사위의 현실적인 관리 및 감독 방안에 대한 보완된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며 "보완된 안건을 추후에 재심의하는 것으로 위원회를 마무리했다"고 부결 사유를 명시했다.

◇SM엔터, 갈등 상황 이사회 논란도 고스란히 공개

카카오그룹 산하의 계열사 중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에서 지창훈 전 사외이사의 반대 사례가 두드러졌다. 2023년 2월과 3월에 이성수·탁영준 전 공동대표(사내이사)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갈등을 빚는 국면에서 이사회 회의에 상정된 8개 안건에 지 이사는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초 카카오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국면에서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 건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상정됐다. 지 전 사외이사는 비토를 행사했는데 SM엔터테인먼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금 조달의 시급한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대 사유가 적시됐다. 지 전 사외이사는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에도 반대했는데 "기존 사내이사 전원이 한 번에 교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공개됐다.


지 전 사외이사가 지난해 잇달아 반대를 행사한 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가까운 인사였던 배경과 맞물렸다. 지 전 사외이사는 대한항공 총괄사장을 지낸 인물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경복고 동문 사이다. 당시 이사회는 총 4인으로 이성수·탁영준·박준영 사내이사 3인과 지 전 사외이사로 이뤄졌다.

사내이사였던 이성수·탁영준 전 공동대표는 카카오를 주주로 끌어들이는 밑그림을 그렸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배제해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발을 초래했고 이는 지 전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비토를 놓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당시 지 전 사외이사는 "이사들이 제대로 된 숙고나 논의도 없이 회사 미래에 관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작년 3월 말 이사회 구성이 4인에서 10인으로 확대한 뒤에도 일부 이사진이 안건에 반대를 표했다. 2023년 4월 '위버스컴퍼니 계약 승인' 건을 둘러싸고 김규식 전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과 이승민 변호사 등 사외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비토했다. 다만 반대 사유는 '계약서 일부 조항 관련 비동의'라는 간략한 수준으로만 적시됐다.

지 전 이사의 반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나타난 모습이다. 관련 내용까지 투명하게 공시한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 운영이 그만큼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이는 카카오그룹 전체의 일관된 스탠스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가 있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와 조금은 다른 공시 내용을 보였다. 카카오뱅크 이사회에서는 2022년과 지난해 세 차례 열린 회의 안건에서 반대 사례가 드러났다. 2022년 10월 회의에서는 기부금 한도 변경안이 부결됐는데 참석한 이사 9명 전원이 반대를 표명했다. 사업보고서에 사유를 언급하지 않았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존 기부금을 전용하지 않고 추가 확대하는 것으로 부결"이라는 결과 설명만 기재했다.

지난해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동반성장협약 개정 승인안을 놓고 이은경 당시 사외이사가 홀로 비토를 행사했다. 이 전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한 인물로 현재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 전 사외이사의 반대 사유를 사업보고서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개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개별 이사의 안건 반대 사유는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다만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이사회는 거수기가 아닌, 건강하고 바람직한 이사회에 부합한다는 점을 잘 살펴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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