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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KT스튜디오지니 자금여력 만든 KT-CJ '콘텐츠 동맹'

⑦'사업협력' CJ ENM 1000억 출자…무차입경영·현금확보 계기

이민호 기자  2023-12-07 15:47:43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 콘텐츠 사업의 선봉에 선 계열사다. KT는 2021년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면서 그룹의 미디어·콘텐츠 관련 계열사를 KT스튜디오지니 산하로 몰아줬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와 CJ 그룹 '콘텐츠 동맹'의 상징이기도 하다. KT시즌(Seezn)을 티빙에 합병시키며 OTT 합종연횡을 꾀한 가운데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출자하면서 자금여력을 키워줬다.

◇미디어·콘텐츠 중간지주사…KT 2000억 현금출자

KT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제작업체다. 제작을 총괄하는 EP 5명과 PD 15명을 보유해 연간 10여편의 미디어·콘텐츠 제작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생산설비 등 물적재산은 보유하지 않는다. 지난해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6663억원으로 세부항목을 보면 기타금융자산(2528억원)과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1264억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이다.


이는 KT가 애초 KT스튜디오지니를 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총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KT는 2021년 1월 250억원을 현금출자해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고 4월 웹소설·웹툰 플랫폼업체 스토리위즈와 방송채널 'ENA' 운영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업체 스카이라이프티브이 보통주를 현물출자하면서 중간지주사의 면모를 갖췄다.

9월에는 KT가 유상증자로 1750억원을 추가 투입하며 힘을 보탰다. 이후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됐다. KT스튜디오지니는 증자금 중 308억원을 투입해 방송채널 운영업체(PP) 현대미디어(현 미디어지니)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어 11월 KT의 완전자회사인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업체 KT시즌이 모바일미디어(OTT)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KT시즌을 신설하면서 존속회사인 KT시즌미디어를 KT스튜디오지니가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KT시즌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때 분할전 KT시즌 자회사였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업체 지니뮤직도 KT스튜디오지니 자회사로 재편됐다. 지난해 5월에는 드라마 제작업체 점보필름 지분 30%를 6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11월 미디어지니를 스카이라이프티브이에 흡수합병하면서 방송채널 운영사업을 통합했다.

다만 KT가 2021년 1월 설립자본금 250억원과 9월 유상증자 1750억원의 합산 2000억원 이래로 KT스튜디오지니에 추가로 투입한 현금은 없다. KT시즌이나 지니뮤직처럼 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을 배제하더라도 미디어지니 인수(308억원), 점보필름 투자(60억원), 스토리위즈 유상증자(2022년 8월·179억원), 스카이라이프티브이 유상증자(2023년 6월·187억원) 등 자금소요가 발생했지만 KT는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CJ ENM 1000억 현금출자…자금여력·재무건전성 제고 열쇠

여기에는 CJ그룹과의 '콘텐츠 동맹'이 주효했다. 두 그룹의 콘텐츠 동맹은 2018년을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그해 11월 지니뮤직이 CJ ENM의 완전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하면서 CJ ENM이 지니뮤직의 2대주주(지분율 15.37%) 지위를 확보했다. CJ ENM은 현재까지 지니뮤직 주식을 그대로 보유 중이다.

두 그룹의 콘텐츠 동맹이 견고해진 것은 지난해 7월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 유상증자에 1000억원을 투입해 2대주주(지분율 9.09%)로 올라서면서부터다. KT의 추가지원 없이도 KT스튜디오지니가 자금력을 확보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는 KT스튜디오지니와 CJ ENM이 체결한 콘텐츠 사업협력 계약에 따른 것이다. 계약기간 5년 동안 양사가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 협력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티빙의 KT시즌 흡수합병이 진행됐다. 티빙은 CJ ENM이 2020년 10월 티빙(OTT)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티빙이 KT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4%를 확보, CJ ENM(48.85%)에 이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CJ ENM 유상증자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은 KT스튜디오지니가 현재까지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말 별도 기준 부채총계가 93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6.4%에 불과하다. 여기에 차입금이 없고 리스부채만 50억원 보유하고 있다. 반면 자본총계는 5725억원으로 이중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발행초과금이 3345억원에 이른다.

이는 차입 없이도 현금성자산을 1527억원까지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중간지주사로서 여전히 자회사 출자나 타법인 인수합병(M&A)를 위한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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